• 우익의 반격 "반갑다 장마"
        2008년 06월 18일 0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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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가 촛불을 끌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인가. 우익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발원지도 청와대, 여당, 보수학자, 문인, 언론인 등 다양하다. 마치 그동안 촛불만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반격을 시작하려는 모양새다.

    방법도 다양하다.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악의적인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인터넷 실명제’ 등 온라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방송 장악도 계속되고 ‘반촛불진영’을 한나라당 내부는 물론 자유선진당까지 넓히고자 심대평 총리 기용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막말’의 최선봉에는 소설가 이문열이 섰다. 이 씨는 최근 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촛불집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보수세력의 총 결집을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17일 <평화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촛불집회를 “내란”이라 표현하고 “촛불집회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촛불시위에 청소년을 데리고 가는 것은 자식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막말 대열 속에 있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도 “촛불시위는 천민민주주의”라고 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익의 반격은 말잔치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언론 장악과 실명제 등 인터넷 규제 강화로 여론 차단을 시작하고 있다. 검찰이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소환을 지시했고 이명박 대통령 선거운동 때 언론특보들이 YTN 방송관계기관의 장악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명박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가 이성 위협"

    이 중 최근 촛불문화제의 진원지로 꼽히는 인터넷에 대한 반격이 눈에 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장관회의 개막식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도 곧장 호응에 나섰다. 주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촛불시위도 그 인터넷을 통해서 영향력이 강해져왔기 때문에 이번 촛불 시위가 바로 인터넷이 독이 된 케이스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주 의원은 이어 인터넷 실명제를 강조하며 “(다음 아고라 등에서) 자기가 자기 이름을 걸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우리 네티즌들 가운데 형편없는 수준의 네티즌들이 많다”며 막말까지 곁들였다.

    한나라당도 18대 국회에서 인터넷 포털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인터넷 사이드카’도 추진 중이다. 인터넷 제동을 정부와 여당 등 보수진영의 생존여부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가 심해지자 이에 당황한 한나라당 김성훈 디지털위원장은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해명하기도 했다.

    그동안 원칙을 내세우며 거부해왔던 친박진영 인사들의 복당을 속속 허용하거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의 회동, 심대평 대표의 총리기용설이 흘러나오는 등 촛불을 끄기 위해 보수세력을 결집하며 국민을 편가르는 정부의 행태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총리 기용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회창 총재가 심 대표의 총리직에 명확하게 반대의사를 보이는 등 이마저도 어설프게 진행되고 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보수진영의 반격에 대해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던 세력이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장마철이 반가운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저열한 인식과 인종주의, 계급적 편견으로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매도하고 언론 특보 사장단과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누르는 힘이 강할수록 튀어나오는 것도 강하다”고 말했다. 

    “누르는 힘이 강할수록 튀어나오는 것도 강하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수석 부대변인은 "(우익세력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맞불 뿐 아니라 전면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도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정치로 국민들을 통치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시민들의 민주주의 성숙도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상상도 못할만큼 위대하다"며 "이명박 정부나 우익세력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국민들에 의해 큰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우익세력의 반격은 예상되었던 수순”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들은 이명박 정부의 위기가 보수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언제쯤 반격을 할 수 있을까 노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장마라는 자연적 요인과 45일이라는 긴 투쟁기간이 지나 한 번쯤 판갈이를 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이들의 반격은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며 ’20~22일 48시간 국민비상행동’을 지켜보며 만약 그 힘이 약하다면 다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 형태에 대해선 “방송과 인터넷 등 홍보선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고 총파업 얘기를 하면서 노동자와 광장을 분리시키는 등 다른 화제를 얘기할 것”이라며 “중간에 재협상에 대한 새로운 카드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들의 결집 또는 반격이 아직 소극적 움직임이며 이 움직임 속에서 보수진영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충돌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들이 어떤 계획이나 판단을 가지고 촛불집회에 반격하는 것이라면 위험한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심대평 총리기용설이 나오는 것도 정부가 박근혜를 넘어 정치적 기반을 넓히려고 하는 것이며 이는 다소 소극적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보다 걱정되는 것은 보수 시민사회가 나서는 것”이라며 “촛불집회에서 정권퇴진운동을 얘기하면 이들이 반사회적이지만 ‘민주주의’를 들고 나올 수가 있다. 이들의 민주주의가 촛불이 선점하고 있던 민주주의와 함께 민주주의의 가치를 두고 싸우게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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