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열, 정교한 정세분석 끝에 '말대포'
        2008년 06월 18일 09: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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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간담회 중인 이문열.(사진=뉴시스) 
     

    얼마 전, 경찰이 사람들한테 ‘물대포’를 쏴대더니 이번에는 이문열씨가 촛불시위대를 향해 ‘말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촛불시위는 ‘불장난’ 이며 ‘집단난동’이라고 매도를 시작한 것이다.

    좌파는 불장난을 좋아한다

    물론 좌파가 불장난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우리 엄마랑 아빠랑 젊었을 때 벌였던 사랑의 불장난으로 이 땅에 태어났다.

    그래서 나는 늘 ‘사람의 아들’ 대신 ‘불의 아들’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당연히 나는 불장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우파는 원래 불장난을 싫어한다. 불은 우파가 싫어하는 3가지 전통 중의 하나이다. 우파의 역사는 첫째 시끄러운 것, 둘째 뜨거운 것, 셋째 요란한 것을 싫어한다는 전통적인 취향을 밝히고 있다.(시끄럽고 뜨겁고 요란한 최근의 촛불 시위는 우파가 싫어하는 3위일체 종합 선물세트인 셈이다.) 우리가 조용하고 차분하고 단순미가 있을 때 보수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파는 뜨거운 것을 싫어해서 장난을 해도 불장난이 아니라 물장난을 주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 속의 좌우 대립을 대표 이미지로 형상화 시켜보면 왠지 ‘물과 불’의 대립으로 상징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최근에는 촛불과 물대포가 대결을 벌였고, 80년대에 있었던 화염병과 최루탄의 대결도 최루가스가 콧물 눈물을 동반한다는 맥락에서 이것도 추상적인 이미지 형상으로 따지자면 일종의 물과 불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우파의 공식 행동지침

    사실 이문열의 오늘 발언은 정교한 정세분석에 기초한 발언이었다. 얼마전까지 한국우파의 공식 행동지침은 ‘소나기는 피하고 봐라’였다.

    그러나 주식투자에 능통한 우파의 고참들이 지루했던 촛불시위가 드디어 천정을 때리고 하강을 시작했다고 판단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이제 외곽에서 말대포를 발사하며 공중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문열씨의 발언은 이제 소나기를 다 피했으니 역공을 시작하라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이제 잠시 후 우파의 본격적인 반박이 개시될 것이다. 아마 이문열씨가 노트북을 들고 시청앞을 누비며 진보신당의 칼라TV에 맞서는 이문열의 흑백TV를 방송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우파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데, 그러나 그 시끄러운 것을 시끄럽다고 말하는 순간 그 시끄러움은 더욱 증폭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파의 딜레마다. 다시 말하면 이문열씨의 촛불에 대한 공격적 언사가 다소 차분해진 촛불에 대한 자극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문열씨가 망각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지금 일어난 ‘촛불’은 ‘장난’이 아니라 ‘축제’라는 사실이다.

    ‘사람의 아들’과 ‘물의 아들’

    우파의 눈으로 볼 때는 선거로 창출된 <정규 권력>이 길거리에서 구성된 <임시 권력>에 의해 고통 받는 모습이 매우 속이 뒤틀리고 안타깝겠지만, 우리는 이런 시끄러움 속에서 또 다른 에너지를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우파는 촛불장난이 아니라 촛불축제를 바라보며 대중의 직접행동이 어떻게 의회주의를 보충하고 보완하는지 이해할 줄 아는 성숙함을 보여줬어야 했다.

    ‘장난’과 ‘축제’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축제와 장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사람의 아들’은 ‘물의 아들’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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