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타결보다 강경대응 선택했나?
        2008년 06월 17일 1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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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관계 장관과 비공개 회의를 가진 후 정부가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최후 통첩’을 발표하고 나서,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 진압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 아니냐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이 같은 강경 방침 발표에 맞서 보다 강력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상황에 따라서는 양쪽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등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장관들의 ‘최후통첩’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화물연대.(사진=김은성 기자)
     

    노동자 할복, 경찰서장 ‘빨갱이’ 발언 현장 격앙

    게다가 이날 오후 충남 당진군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할복을 시도하고, 여수경찰서장의 ‘빨갱이’ 발언이 나오는 등 현장 분위기가 격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파업 장기 여부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인 비조합원들의 참여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물류 마비로 인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검토를 공개적으로 밝힌데 이어 이날 노조에 최후 통첩을 보내 정부의 강경책에 따른 노조와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화물연대는 1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향후 활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저녁 8시 방배동 화물회관에서 11차 교섭을 벌였으나 정부의 담화문 발표로 인해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해 한 시간만에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끝났다.

    교섭 결렬 후 화물연대 심동진 사무국장은 "정작 파업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이유 표준요율제 도입, 유류세 인하, 노동권 인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는 19일 교섭에서 향후 협상을 지속해야 할지 끝내야 할지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노조 요구 수용 절대 불가"

    이날 교섭에서 화물연대는 정부측에 유가보조금 지급 기준 인하, 정기국회 내 표준요율제 법제화,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했으나 정부측은 이날 관계부처 장관 합동 담화에서 발표한 대로 이같은 요구는 수용이 절대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정부는 과천 청사에서 관계부처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화물차 영업권과 차량을 정부가 구매해 2만1천대 가량 공급 과잉 상태인 화물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료비가 30~40% 저렴하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 화물차로 전환시 대당 2천만원가량의 비용을 보조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 할인 대상도 현행 10톤 이상에서 10톤 이하 화물차까지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동시에 정부는 "화물연대가 노동기본권 보장 등 무리한 요구를 해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의 추가 요구 사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제시안은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된 표준요율제 도입, 유가보조금 지급 기준 인하, 노동기본권등 핵심 사안을 비껴간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측은 표준운임제는 연구용역 등 검토내용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2010년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산업재해보험 등 노동3권은 화물사업자들이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가보조금 지급기준 인하 조정 요구에 대해서는 타 부문과의 형평성, 정부 재정부담 등으로 인해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노조 "정부 해결보다 파업 장기화만"

    이에 노조측은 이날 교섭 직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일방적 대책 발표는 사태 해결이 아니라 파업의 장기화만 가져오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교섭을 하자고 하면서 뒤에서 뒷담화를 했다. 폭력 행위를 못하게 하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는데, 정부가 묵살하고 짓밟으며 선전포고를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노조측은 정부가 제시한 안에 대해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교섭을 난항에 빠뜨리고, 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교섭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는 대형 화주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표준요율제는 정부 여당인 한나라당이 9월 법제화, 시범운영, 2009년 7월 시행을 약속했으나 정부가 선법제화 불가 입장을 발표해 신뢰를 더욱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한편으로는 다단계 문제 해결을 언급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표준요율제를 법제화할 수 없다는 것은 대형화주 등에 대한 눈치 보기"라며 "정부가 추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은 현 상황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화물연대에 대한 탄압을 예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유가인하’ 요구는 화물노동자가 최소한의 생존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처음부터 요구한 것이고 ‘노동기본권’ 문제도 그전부터 화물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것"이라며 "일부 현장에서는 1580~1630원을 기준으로 유가 연동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유가보조 기준선을 1800원으로 제시하면서 혼란이 초래됐으며, 사태 해결의 중요한 대형 화주들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교섭할 수 있는 권한만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운송료 인상폭에 대해 논의했으나 CTCA측은 16.5% 인상안을 제시하고 화물연대가 30%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18일 오전 다시 재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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