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기상천외한 이중행각
        2008년 06월 17일 06: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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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구 의회의 “6.16만행사건”

    6월 16일은 강북구 의회 사상 두고 두고 ‘만행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진보신당의 최선 구의원 등 3명의 구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내 미국산쇠고기사용금지에 관한 결의안’을 무려 9명의 구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2명의 구의원이 기권이라는 소극적 반대 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보란듯이 부결시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결의안의 내용이 무엇인가? 결의안은 구청 구내식당과 구립 어린이집 등 강북구청이 자체 결정을 통해 얼마든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의 급식재료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단위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또한 비록 강제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민간 어린이집과 관내 초중고등학교 등에 대한 식품위생 등 지도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구청의 노력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름아닌 우리 아이들과 강북구 주민들의 건강문제이자 국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하고 있는 미국 쇠고기의 식재료 사용에 대한 분명한 금지를 통해 주민들이 아이들을 믿고 어린이집과 학교 등에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였다.

    그런데, 구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이 결의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주민들 생활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해야 하는 기초의원들이 자신들의 기초의무조차 망각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때문이다.
    지금 강북구의회 홈페이지에 구의회 개청 이래, 강북구의회 홈페이지 개통 이래 가장 많은 주민들이 방문하고, 가장 많은 주민들의 의견이 게시되고, 가장 많은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때문이다.
    어제 결의안을 부결시킨 9명의 구의원들의 핸드폰 전화기가 주민들의 항의전화로 불이 나고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이유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뽑아준 대통령으로부터 배신당한 데 이어, 자기 동네 구의원에게조차 뒤통수를 맞은 느낌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자신들의 의원 의정비를 무려 2천만원 가까이 한꺼번에 올리는 일에는 일사천리 적극적이더니만 아이들의 건강과 주민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는 간단히 ‘부결’이라니! 지방자치 기초의원들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무용론을 들끓게 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진보신당 최선 강북구의원(오른쪽)이 발의한 미국 쇠고기 관련 결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최 의원이 의정비 인상 반대운동에 앞장선 데 대한 앙갚음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은 박용진(가운데) 위원장과 의정비 인하를 촉구하는 모습.
     

    민주당 부결 의원들의 해괴한 해명자료

    주민들이 경악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결의안 부결에 동참한 4명의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 때문이다. 민주당의 당론은 ‘전면재협상과 국민건강권 확보’이다. 때문에 뻘줌했지만 촛불집회에도 나왔고 이명박 정권을 째려보는 척도 했다.

    국민들은 미덥지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들을 지켜봤다. 그런데 도대체 부결에 동참한 민주당 구의원들의 행동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민주당 중앙당에 대한 입장표명 요구가 거세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강북구(을) 국회의원인 민주당 최규식 의원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라는 것을 올렸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고 하나하나 반박해보자.

                                                      * * *

    강북구의회의 ‘미쇠고기사용금지결의안’ 부결에 대한 해명자료

    “전문생략”

    ① 결의안 부결을 가지고,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사용에 찬성하고, 강북구내 공공기관과 학교급식에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용인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입니다.

    ② 결과적으로 결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지만, 그것은 보류 후, 수정 상정의 의사표현이었슴을 분명히 밝힙니다. 결의안에 대한 근본적 반대 차원의 부결이 아니었으며, 또한 보류처리해야 할 결의안이 미숙한 진행으로 형식상 부결처리된 것임을 밝힙니다.

    ③ 결의안에 대해 보류의사로 부결처리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내용적으로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학교에 광우병 위험 미국소의 사용금지와 사용자제를 호소하는 것은 현재 전국민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반대와 완전 재협상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실효성도 없는 선언적인 행위일 뿐입니다. 사용금지와 공공기관의 사용자제는 원칙적으로 ‘광우병 위험연령과 위험부위에 대한 수입금지, 검역주권 확보’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④ 저희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강북구민의 요구를 토대로 조속한 시일안에 결의안의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제출통과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의안 내용에는 ‘광우병 위험 미국소의 수입 후, 행정적인 사용금지나 사용 자제’가 아니라 저희 민주당 당론대로 ‘ 최소한 30개월 이상 미국소의 전면수입금지, 연령과 상관없이 광우병위험물질 수입금지, 검역주권의 확실한 확보’ 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생략”

    2008년 6월 17일
    통합민주당 소속 강북구의원 6인 일동

                                                      * * *

    결국, 진보신당 결의안을 실효성도 없고 내용도 문제가 있어 찢었는데 ‘일단 미안’하고, 자기들이 다시 결의안을 낼테니 좀 기다리라 하는 내용이다.

    결의안은 구의원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 최대한의 노력”

    웃긴 건 마치 진보신당과 최선 구의원이 좀스럽게 ‘행정적인 사용금지, 사용 자제’만 담고 있어 부결시키는 것은 정당했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태도는 기초의회인 강북구의회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기초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담고 있는 결의안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결의안에 단지 “재협상 촉구”만 담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담는 것이야 말로 주민들이 바라는 가장 시급한 것이었다.

    실효성과 내용 운운하면서 ‘민주당의 당론’이 담기지 않았으니 부결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을 집어넣는 것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부결만행’을 불식시켜 보겠다고 하는 태도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들의 주장은 “진보신당의 결의안은 찢어버리고 자신들 이름으로 결의안을 다시 내겠다”고 하는 것일 뿐이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생색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로 판단하고, 주민 건강권을 당리당략에 이용해 먹겠다는 수준낮은 정치적 술수일 뿐이다.

    결의안, 진보가 하면 불륜 민주가 하면 로맨스?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구청이 실질적인 구매결정권을 갖고 있는 강북구내 공공기관과 학교급식에 대한 결의안은 ‘실효성도 없는 선언’이라면서 자신들이 추진하는 결의안에 담겠다고 하는 ‘ 최소한 30개월 이상 미국소의 전면수입금지, 연령과 상관없이 광우병위험물질 수입금지, 검역주권의 확실한 확보’ 라는 내용은 어떻게 그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같은 금배지 달았다고 자신들이 국회의원들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뒤늦게 결의안 부결에 대해 들끓고 있는 주민들의 분노를 모면하기 위해 다급한 변명을 일삼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보신당의 최선 구의원은 본회의 직후 정회를 선포한 뒤 열린 의원 전원 간담회 자리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용까지 담아 수정안을 만들고 만장일치로 가결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제안을 거부하고 한나라당과 강력한 연합전선을 펼쳐 ‘최소한의 주민건강권’을 위한 결의안을 멋지게 부결시켜 버린 것이다.

    어디 한번 “맛좀봐라!” 하는 식이었다. 

    “부결만행”의 또다른 이면 들여다보기

    이를 놓고 강북구내에서는 의정비 부당 인상에 반대하며 자신의 인상분까지 반납하고 있는 “최선 구의원 길들이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또한 의정비 반납 및 의정비 인하 주민조례 서명에 앞장서서 7000여명의 주민들의 찬성 서명으로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는 최선 구의원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동했을지 모른다.

    일례로 최선 구의원과 같은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김지환(한나라당), 박영복(민주당) 뿐 아니라 비례대표이지만 같은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 예상되는 이영심(민주당)이 전원 부결 전선에 나선 것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이 내놓은 해괴한 해명자료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운천 농림장관 해임건의안 부결 사태에 이어 앞에서는 촛불시위, 뒤에서는 양두구육 정치행위를 일삼는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강북구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란(http://www.gbc.seoul.kr/open/open01.asp )에 올라오는 주민들의 분노를 보고, 같은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안내된(http://www.gbc.seoul.kr/member/member02.asp) 구의원들의 핸드폰에 밀어닥치는 항의 전화를 보면서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만큼이나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끝으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
    민주당 의원들이 변명으로 내놓은 두 번째 핑계를 곰곰이 곱씹어 보면 실실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미숙한 진행”이란 의장인 한나라당의 “윤영석 바보~”라는 이야기이다.

    ‘부결만행’이라는 정치적 나룻배에 함께 올라탄 그들이 분노한 민심이라는 거대한 해일앞에서 서로 남탓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들 간의 책임전가가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지만 사태의 본질은 ‘미숙한 진행’이 아니라 ‘미련한 의원’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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