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아시아 공동체’를 꿈꾼다
        2008년 06월 17일 03: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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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마젤란은 알아도 마젤란을 죽인 아시아인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1521년 4월 27일에 마젤란을 죽인 사람은 막탄 섬의 추장 라푸라푸였고 그는 ‘유럽의 침공을 막아낸 첫 번째 필리핀인’으로 현지인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우리가 라푸라푸를 모르는 이유 중 하나는 마젤란을 주인공으로 삼는 교육풍토와 지식세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전제성, 「아시아의 자존심?」,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이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돼버렸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공장이 안 돌아가고, 농촌에는 외국어를 쓰는 신부가 ‘수입’되고, 코시안 학생이 10만 명이나 된다는데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요즘 일고 있는 ‘아시아 알기’ 모두가 아시아에 대한 따뜻한 눈길이라거나 긍정적인 것이라 예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서는 ‘아시아 알기’ 모두가 그동안의 배척보다는 훨씬 나은 하나의 조류처럼 보이지만, 교류가 확대되고 심화될수록 아시아를 알려는 노력은 여러 경향으로 나뉘어질 것이다.

    우월자의 시각을 버리고

    제국주의 시대의 서구 문화인류학이나 1960~70년대 일본의 아시아 열풍이 결국은 지배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지식으로 흘렀던 것처럼 한국의 아시아 관심도 삐딱선을 타기 십상이다.

    25명의 아시아인들이 쓰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엮은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해피스토리)는 “아시아를 바로 알자”는 일반론을 강조하면서도, 그런 기류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우월자의 시각이나 ‘민족적 관점’을 경계한다.

    “우리가 남들보다 못하다는,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남들보다 잘났다는 우월의식도 가질 필요가 없다. …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해서 남을 폄하할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남들보다 객관적으로 좀 못하다고 해서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 이재현, 「‘메이드 인 코리아’ 낙인의 진짜 이유는」

    “민족을 생각하는 집단호칭을 국어에서 싹 빼고 생각하고 말하자. ‘중국인들’이라고 하지 말고 ‘일부 폭력행위자’라고 말하자. ‘감히 남의 나라 수도에서 이런 일을…’ 하면서 분개하는 대신 ‘평화적 시위에 폭력을 행사하다니’라고 할 수 있다.

    …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이렇게 국민이나 민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걸 피하면 더 많은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강부자’ 내각과 한나라당에 하나의 나라가 없듯이 원래 하나의 나라에 한 나라는 없다.” – 이대훈, 「중국과 티베트, 한국의 민족주의」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의 시각은 ‘위아더월드’ 식의 코스모폴리탄니즘이나 형평주의 또한 넘는다. 그들의 희망은 스스로 ‘사회적 아시아’라 이름 붙인 진보적 아시아 공동체를 꿈꾸는 데로 나아간다.

    진보적 아시아 공동체를 향해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먼 나라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하루치의 임금을 기꺼이 포기한 태국 노동자들의 연대의 마음을 우리는 언제 배우고 실천할 수 있을까? 인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그 날을 우리는 볼 수 있을까?” – 박진영, 「아시아 연대의 한류」

    “사회적 아시아는 개별 아시아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시민사회 및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힘에 기초하여 아시아 민중들의 사회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아래로부터의 연대의 힘에 기초하여 구성되는 새로운 초국경적 아시아의 성격과 지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시장 자율보다는 시장에 대한 공적 정치적 규율, 국가안보가 아니라 인간안보 …

    나아가 아시아 차원에서 사회적 최저선을 형성 실체화하려는 노력을 행할 수 있다. 아시아 차원에서의 최소한 사회적 규약을 실현하려는 노력도 행할 수 있다. 또한 투기적 금융자본의 60% 이상이 동아시아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시민사회가 이러한 투기자본에 대한 국제적 규제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을 공동으로 행할 수 있다.” – 조희연, 「‘사회적 아시아’를 향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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