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1100% 인상에 운반비 56%"
        2008년 06월 16일 07: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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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프, 레미콘 등 건설 기계 노동자들이 16일 대학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건설기계 표준임대차계약서 실천과 기름값 인상에 따른 운반비 현실화를 촉구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기계분과 조합원 1만 8천여명과 비조합원 7천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전국적으로 3만명 이상의 비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은성 기자
     

    이들은 17일까지 촛불 문화제에 참석, 여의도 광장 문화제 진행,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결의대회를 하는 등 1박 2일간 상경 투쟁을 진행하고, 18일부터는 각 지역으로 돌아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와 면담을 갖고, 17일에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면담할 예정이다.

    건설 노동자들은 지난 2007년 노사정이 합의한 표준임대차계약서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고유가에 대한 부담을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로 인해 거리로 떠밀릴 수 밖에 없었다. 노조가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2년 182원, 2008년 2000원선) 기름값은 90년 대비 1100% 이상 폭등한 반면, 운반비는 56% 정도 인상됐다.

    운반비 중 기름값이 67%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전체 운반비에서 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지 않아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유가 폭등으로 인해 전체 운반비에서 유류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이르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25톤 덤프트럭의 경우 하루 운반비가 47∼50만원 정도이다. 평균 근무일수인 20일을 작업하면, 한달 매출은 1000만원 정도. 670만원을 기름값으로 지출 하고, 차량 할부금(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음) 280만∼350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세금 납부할 돈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25톤 트럭의 경우 앞타이어 한 개값이 48만원 정도로, 총 12개의 타이어가 장착되는데, 일년에 최소 2회 정도는 갈아줘야한다. 타이어 비용만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차라리 죽여라" 절규처럼 요구를 외치는 건설기계노동자들.(사진=김은성 기자)
     

    올해 초 전국건설노조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37%가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건설 업체가 건설 기계의 기름 값을 지원해준다는 잘못된 실태 파악에 의해 화물연대와 달리 고유가 보조금마저 지금하지 않키로 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자 지난 11일 뒤늦게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 표준임대차계약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사측과 노동자가 표준 임대차 계약서를 쓰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유류비의 건설업체 부담 △건설기계 가동시간 1일 8시간, 월 200시간 △ 야간작업과 초과 작업 시 추가대여료 지급 등 최소한의 기준이 권고 사항으로 담겨 있다. 즉, 노사정이 합의한 표준임대차계약서대로만 현장이 지켜진다면 이들이 파업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회사, 약속지키라는 것뿐

    이날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도 "약속을 지켜달라"고 입을 모았다. 덤프 운전 20년 경력의 지모씨는 (49) "정부와 사측이 함께 만든 법을 그대로 준수해 달라는 것 뿐이다"면서 "자기네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를 힘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얕보기 때문인것 같다"고 말했다.

    백석근 건설노조 위원장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이번 총파업의 본질"이라고 했으며, 강원규 건설기계분과장도 "기존 현장에서 이뤄진던 ‘노예계약’을 타파하기 위해 마련된 표준임대차계약을 현장에 안착시키고자 총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태조차도 모르는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은 고사하고 관리 감독 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파악한 정부가 뒤늦게서야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노조와 합의사항을 이행하겠다며 조속한 현장복귀를 요청했으나 노조 측은 각 지역 현장에서 교섭을 통해 현실화’될때까지 계속 총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화물연대와 마찬가지로 건설현장의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아래서는 발주처나 원청인 대형 건설회사가 하청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노조 오희택 교육선전실장은 "정부가 제시한 안들이 실제 건설 현장에서 각각 교섭을 통해 마무리 되지 않는 한 무기한 전면 총파업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안을 내놨다고 해서 총파업이 중단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덤프 운전 경력 7년차인 김강태 (48)씨는 "일단 노동자들도 일만 하느라 표준계약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 소수 사람들이 사측에게 정당하게 요구해도 아쉬울 것 없는 사측은 ‘일할 사람 많으니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이번 파업의 열쇠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당한 권리를 인식해 힘을 모아나가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도로를 막아 시민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정말 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싶다"면서 "내가 살아있는 한 현재와 같은 건설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끝가지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대한석유공사가 공기업으로 남아 민영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기름값이 이렇게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촛불과 파업으로 미친 정부를 바로 잡자"고 밝혔다.

    "촛불과 파업으로 미친 정부 바로 잡자"

    이 위원장은 "알량한 기름 값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식회사 종업원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 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면서 "촛불 투쟁에 민주노총이 모든 것을 걸고 복무해 1%만을 위한 정부가 반드시 무릎 꿇게하자"고 호소했다.

    노조는 결의대회를 마친 뒤 이날 오후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청계광장까지 행진했다. 한편, 화물연대에 이어 양 노총 건설 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해 물류, 항만, 산업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다. 건설 노조 파업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1만8천여명과 한국노총 조합원 5천여명이  함께해 우리나라 덤프트럭 5만1천대중 약 43% 2만3여대가 동시에 멈춰섰다.

    이에 정부는 화물 운송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Yellow)’에서 ‘심각(Red)’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이나 운행을 거부할 시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복귀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운전자격 취소나 운송사업 허가가 취소해 2년 간 재취득을 금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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