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좌향좌? 미친 소도 웃는다
        2008년 06월 16일 1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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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 여당의 홍준표 원내대표가 15일 눈길을 끄는 발언을 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 힘없는 사람도 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이 헌법에 천명되어 있고, 그 원칙이 화물연대 사태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왼쪽 두 번째). 사진=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헌법 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경제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개입과 규제를 가능케 만든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은 그 동안 시장주의자들로부터 개헌이 될 경우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최근 촛불 민심에 놀란 집권 여당이 자신들의 주요 정책을 연기하거나 변경을 시사하는 등 기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화물연대 파업 사태와 관련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 30~40%의 중간 이윤을 가져가는 ‘거간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거나, 화주의 양보를 강조하는 것이 그 중 한 사례다.

    홍준표, 임태희의 연이은 좌경화?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15일 당정회의에서 "현재의 다단계 구조, 복잡한 물류 운송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민간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핵심 정책인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을 후순위 정책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기업 구조조정과 대운하 등의 후순위 추진은 "협의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15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10년간에 양극화가 심화됐고 이제 보수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나는 따뜻한 보수란 말을 그 동안 써왔다. 재정이 허락하는 대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화물연대 파업 문제는 화주와 운송업자, 정부,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앞으로 화주 측도 이 문제를 푸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기업의 양보를 강조하는 ‘뜻밖의’ 발언을 했다.

    그는 또 “고성장 정책으론 어려운 상황을 풀어갈 수 없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맞춰 물가를 잡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해 환율정책과 금리정책 등에서 서민생활의 안정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 왼쪽으로 한 클릭 이동 중인가?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인사들이나 조직들은 이들의 변화 조짐이 사회적 힘 관계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며, 소나기가 지나가면 다시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촛불이 만들어 놓은 민심과 사회적 힘의 관계에 따른 변화이며, 정당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따라가는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사회적 힘의 관계가 변화되면 국가보안법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고, 한편 진보정당들도 우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정통보수파가 조용히 있을 뿐"

    손 교수는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신자유주의적인 보수노선을 유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촛불이 만들어 놓은 민심이 잦아들면 언제든지 그 동안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며 “홍준표 원내대표 역시 원래 포퓰리즘적 성격의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며, 당내 정통보수 의원이 촛불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상임대표는 “정부여당이 정책들을 뒤로 미룬다거나 변화시킨다고 하는 것은 말 그래도 ‘미루는 것’으로 정책기조 자체의 폐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 정책기조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한다면 정권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연대의 파업을 놓고 정부여당의 기조가 변화하는 것도 이미 민심을 잃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으로 정부가 나서 화주들을 양보의 장으로 끌어내야 이 변화의 진정성이 입증되는 것이며 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하지만 정권의 특성상 정부여당의 실질적인 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명박 정부 내내 피해를 받는 대중과 정권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부문 민영화 연기 발언과 관련해 공공운수연맹 임성규 위원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과 국민들의 여론 때문에 코너에 몰리게 되면서, 미봉책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그들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임기 내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것이 불리한 정국을 돌파하려는 꼼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공공부문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정성 못 느끼겠다"

    화물 운임 구조개선 발언에 대해서도 노조 쪽은 회의적으로 보는 편이다. 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은 “한나라당의 이야기가 틀린 이야기가 아니고,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어 왔던 부분”이라며 “지금이라도 여당이 이러한 대책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시장에 사실상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인데, 신자유주의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고, 당내에서의 반발이 매우 클 것”이라며 “지금은 화물노조에서 파업을 하며 크게 들고 일어나니까, 불을 끄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다시 잠잠해지면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강형구 수석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뒤늦게나마 문제의식을 가지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누가 봐도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민심 무마용이라는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쪽에서 한반도 대운하, 공공부문 민영화 연기도 시사했는데, 그동안 알게 모르게 뒤에서 이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을 속였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걸 믿을 국민들이 어디 있겠나”며 “전면 백지화 같은 정책 변화만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어제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 발언은 적절한 현실 판단이었고, 그동안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하지만 이런 발언들에게 대해 한나라당은 대안을 갖고 있는지 또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나라당의 발언의 진정성을 전혀 못 느끼겠고, 소나기만 피해가지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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