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일, 1백만 외쳐도 '끄떡'…무기력감도"
        2008년 06월 15일 06: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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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 어항 속 금붕어처럼 스스로를 가둔 채 행동하고 있다. 40일이 지나고 100만이 모였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점점 무기력해진다. 난 먹고 사는 게 너무 바빠 여기 나오는 거 힘들다. 옛날 얘기나 하며 즐기러온 것이 아니다. 쇠고기가 아니어도 싸울 게 많은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우리가 비폭력 집회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명박 정부 지지율이 10%때까지 떨어지고, 국민의 80%가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재보궐 선거에서 우리가 이기는 등 여론을 우리 쪽으로 만든 성과가 분명히 있다"

       
      ▲촛불 투쟁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방향을 토론하는 광화문 ‘아고라’.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사진=김은성 기자) 
     

    "부당한 것에 정당히 저항하는 것에 대해 비폭력을 강제하지 말하야한다. 정부에게 압박이 될 만한 전술이 하나 있는데, 노동계가 총파업을 하는 것이다. 과연 노동계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성사된다면 정부에게 압박이 돼 우리가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하기보다는 시민의 힘으로 승리했으면 좋겠다. 자칫 나중에 정치조직인 노조에게 시민이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인 투쟁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곧 장마가 오는데, 그사이 우리 스스로 자포자기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부에게 제시한 최종 시한인 20일까지 기다리면서 더많은 시민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폭력은 시민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상징하는 힘이다. 유모차 주부부터 아이들,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 여중고생들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비폭력 집회를 유지해야한다"

    "쇠고기 다음 요구는 뭔가? 대운하는 어떻게 할건가? 의료보험 민영화는? 그때마다 또 이렇게 촛불을 들어야 하나? 난 정말 대안을 못 찾겠다. 퇴진 운동을 해야되는 건가?"

    "20일까지 기다리며 더 많은 시민 모으자"

    국민이 정부에게 재협상 기한으로 정해준 데드라인이 6일 앞으로 다가온 14일 밤. 40여일이 넘는 촛불 집회에 지칠법도 한데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이날도 그간의 촛불집회를 돌아보며 향후 진로에 대해 진지한 노상 토론을 벌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시청에서 명동을 거쳐 광화문까지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경찰이 폴리스 라인과 전경차로 가로막자, 이에 답답함을 느낀 시민 10여명이 모여 시작된 대화가 어느 새 200여명의 사람들이 겹겹히 둘러쌓인 원형 토론장으로 확대됐다.

       
      ▲버스 승객들의 호응.
     

    폴리스 라인에 서있는 경찰과 수많은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토론 결과는 축제같은 시위를 존중해주는 만큼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다양한 시위 방식에 대해서도 인정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이들 토론회 뒷편에서는 대책위 무대를 중심으로 ‘비폭력 무저항’ 시위를 유지해야한다는 사람들이 계속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평화롭게 한 걸음씩 전진하자"

    3시간여 동안 길 위에 둘러앉아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사회자나 지도자없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 가며 진지한 토론회를 벌인 결과 이들은 전경차 앞의 ‘폴리스 라인’을 넘어 정부에게 꺾이지 않는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향후 촛불 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모두가 선뜻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시민들은 "평화롭게 한 걸음씩 전진하자"면서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기 위해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길을 막는 것도 폭력이다. 개미가 산을 오르듯 한 걸음씩 나가자"고 외쳤다. 이에 경찰들은 "저희도 여러분과 같은 시민입니다. 밀지 마세요"라고 버텼으며, 이에 시민들은 "국민을 위한 경찰이라면 막지 마세요"라고 맞섰다.

    한 경찰은 "저기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비폭력 시민들이 국민의 99% 생각일 수도 있다. 저의 와이프도 집회에 참여하는데, 바로 그 99%에 포함된다"며 시민들의 자진 해산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과 몸싸움이 격렬해지자 경찰은 새벽 한시를 넘겨 폴리스 라인을 철수시켰다.

    경찰 "내 아내도 집회 참여"

    하지만  경찰이 철수하고 난 뒤에는 그리스가 칠해진 전경차가 겹겹히 시민들을 막고 있었다. 이후 흥분한 2명의 시민들이 전경차 위에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려했으나, 다른 시민들의 만류로 올라가지는 못했으며, 폴리스 라인을 무너뜨리는 것 이상의 저항은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는 없었으며, 이같은 시민들의 저항에 반대하는 한 시민과 저항하는 시민 사이에 우발적인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행진에 참여한 2만여 명의 시민들은 이날 광화문 사거리에서 집단으로 거대한 ‘플래시 몹'(아래 사진)을 진행해 장관을 연출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이명박 대통령으로 분장한 시위대가 등록금, 물가, 민영화 등의 폭탄을 시민들에게 던지면 이에 절망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모두 길거리에 죽은 듯 누워버렸다. 하지만 이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헌법 제 1조’를 합창하며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의식’이었다. 

    노정상들 공짜 순두부 제공

    그 밖에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경찰의 ‘폴리스 라인’에 ‘근조 집회 자유’라고 적힌 스티로폼 모형물에 국화꽃을 달아 설치하기도 하고, 전국노점상연합은 시민들에게 공짜로 순두부를 제공해 시민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줘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이밖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들이 따로 또 같이 밤을 보냈다.

       
     
     

    이에 앞선 행진에도 시민들은 경쾌함과 자신감에 찬 발걸음으로 이제는 ‘국민 유행어’가 되버린 ‘이명박은 물러가라’, ‘이명박을 심판하자’, ‘이명박은 항복하라’ 를 외치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집회는 경찰이 새벽 2시부터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시민들이 3시께 자진 해산하며 부상사자 연행자 없이 마무리됐다.

    진보신당 칼라TV는 이날도 문화제와 행진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는데,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마이크를 들었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줄곧 카메라와 함께 다녔다.

    행진에 동참했던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노 대표를 발견하면 디카로 일제히 사진을 찍거나, 같이 사진 찍을 것을 요청하는 등 그의 대중적 인기가 확인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조승수 전 의원의 중2 아들도 촛불집회에 참석키 위해 혼자 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아빠와 함께’ 행진을 계속 했다.

    KBS 본사 앞서도 촛불집회

    한편, 이날도 같은 시각 여의도 KBS 본사 앞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지난 13일 쇠고기 추가 협상을 하기 위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했으나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같은 날 ‘미국산 쇠고기’에 한정됐던 촛불문화제 의제를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으로 확대키로 한 성명을 발표하고 조직을 정비 중에 있는 광우병 대책회의는 이를 위해 15일 학술단체협의회, 민교협, 교수노조와 함께 ‘한국사회에서의 촛불시위 요구와 운동방향 촛불토론회’를 열고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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