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 기대 비웃으며 촛불은 계속 탄다
    By mywank
        2008년 06월 14일 10: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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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제는 아프지 마세요. 우리가 지킬게요. 걱정은 여기 두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편안히 쉬세요. 작은 촛불이 모여 큰 횃불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가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더 이상 아파하지 마세요”

    “님의 한 점 불꽃 100만이 되고 천만이 되었습니다. 분노와 노여움은 이 땅 남아있는 이들에게 주시고, 수천만의, 촛불의 은하수에 담긴 희망을 담고 고이 가소서”

    5만 참석자들 묵념

    14일 저녁 7시, 38차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 한 편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분신한 고 이병렬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메시지들이 걸려 있었다. 또 전국 공공운수연맹과 공공서비스노조가 마련한 고 이병렬 씨의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하얀 국화가 쌓여 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고 이병렬 씨를 추모하는 집중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동안 빨간색을 유지해왔던 무대 위 행사 현수막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하얀 바탕의 검은 글씨로 만들어졌고,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또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 역시 고인을 기리기 위해 행사 중간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병렬을 살려내라. 이명박을 심판하자”라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행사장 한편에는 고 이병렬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걸려있었다. ‘촛불소녀’들은 고인을 위한 추모공연을 준비했다.(사진=손기영 기자) 
     

    이에 앞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이날 11시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고 이병렬 씨의 영결식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시민장’으로 치러졌다. 이어 오후 4시 고인이 분신한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노제를 치룬 뒤, 저녁 8시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하관식이 진행되었다.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촛불에 살짝만 닿아도 뜨거워 아플 텐데, 온 몸에 불이 붙은 그는 얼마나 아팠겠냐”며 “고인은 자기 몸을 촛불처럼 불태웠고, 국민들의 뜻을 온 몸으로 전했다”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그 자신 목사이기도 한 한 대표는 “누가 이병렬님을 죽였냐”면서 “그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장로이고, 이명박 장로는 하나님 앞에 회개하라”고 비판했다.

    목사와 장로

    한 대표는 또 “촛불의 진짜 배후는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통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라며 "민주적이고 거룩한 국민들의 촛불을 모독하는 ‘조중동’ 역시 폐간되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촛불은 꺼져서는 안 되며, 계속 ‘활활’ 타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을 찾은 박현근 씨(46)는 “돌아가신 고인이 ‘쇠고기 재협상’을 외치며 분신했지만, 이병박 정부는 그의 죽음을 외면하면서 재협상을 보란 듯이 거부하고 있다”며 “이병렬 님을 죽음으로까지 몬 것은 이명박 정부이고, 고인의 뜻을 대신해서 여기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시민들은 ‘함께 해요 KBS 지키기’라고 적힌 노란 풍선을 들며 “KBS 사수”를 외쳤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다고 소개한 ‘권태로운 창(아이디)’은 “그동안 시민들이 KBS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며, 촛불을 든 데에는 정부를 향한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는 표적 감사, 낙하산 인사, 정연주 사장 소환 등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정연주 사장의 공과를 떠나서 아직 임기가 남은 사장을 자리에서 끌어내겠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KBS 주인은 국민이다

    그는 또 “공영방송 KBS는 이명박 정부가 주인이 아니라, 국민들이 주인인 ‘국민의 방송’이며,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시민들이 KBS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호 (37)씨는 “KBS에 대한 표적감사 등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통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 아예 대놓고 KBS, YTN, EBS 등에 낙하산 부대를 떨어뜨리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는 ‘공수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안 씨(42)는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 대통령이 ‘국민의 방송을 장악해서 자기네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내보내고 한다”며 “70~80년대 독재정부의 언론통제에서도 드러났듯이 편향되고 일방적인 보도가 일반시민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얼마나 왜곡시켰는지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씨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공영방송 KBS를 국민들이 지키는 것은 올바르고 진실 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찾으려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저녁 8시 45분 경 마무리 되었고, 행사를 마친 시민들은 태평로에서 명동을 거쳐, 광화문 까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최근 떠도는 우스개 소리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가장 바라는 것은 장마철이 오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권력으로 끄지 못하는 촛불을 ‘자연’의 힘을 빌어서라도 꺼지기를 바란다는 것인데, 결국 대통령의 힘으로 촛불을 끌 수 없다는 표현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6.10 이후 잦아들 것으로 ‘기대’했던 촛불 행렬은 꺼지지 않고 있다. 13일, 14일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광장에 모였고 거리를 행진했다. 권력의 힘과 장마 그리고 태풍이 와도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권력은 알고 있을까.

    직접 현장에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 이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마음 속에 촛불 하나씩을 켜고 있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권이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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