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파업에 남친 전경 출동, 부끄러운 나라
        2008년 06월 14일 07: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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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한 지 1년이 흘러 평일에는 거리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하시느라 지칠대로 지친 엄마는 꼭 승리할 거라는 희망이 있어 힘이 난다고 하신다. .. 저희 엄마는 저의 영원한 스승입니다. 모든 엄마가 웃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엄마는 나의 영원한 스승

    파업 돌입 3백50여일을 넘기고 있는 이랜드 일반노조 조합원의 딸 배수영(24)씨는 14일 대학로에서 열린 ‘노동자 서민에게 광우병 쇠고기 강요, 비정규법 개악 추진 이명박 정권 규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호소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그는 "시위 초 엄마와 같은 장소에 있는 전경인 친구한테 연락이 올 때마다 대한민국의 아들과 엄마가 서로 칼을 겨눠야만 하는 현실이 한탄스럽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웠다"면서 "시간이 흘러 겨에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 무엇을 알리고 무엇을 얻기 위해 고생하나, 왜 하필 우리 엄마가 이런 험한 일을 하나 철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엄마가 인터뷰한 내용에서 ‘내 자식에게는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싸운다’는 말씀에 자신보다 자식을 위해 또 한번 희생하는 모습에 얼마나 죄송하던지 이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몇 일전 대학 동기한테 연락이 왔는데, 자신이 비정규직이라 50만원 받는 현실이 부모님한테 죄송하다고 했다. 구인과 구직난이 함께 하는 현 시대는 국가가 있는 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 같다"고 울먹였다.

    김경욱 이랜드 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에는 재앙의 기간이 돼 차별 시정은 고사하고 계약 해지가 강행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작년에는 이랜드 뉴코아 투쟁이 민주노총의 기회였다면, 올해는 촛불 정국이 민주노총의 기회"라며 "6월 말 7월 초 민주노총 총파업이 매우 중요하다. 그 총파업에 구조조정에 대한 것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노조에 가입된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민주노총을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총파업, 촛불 사수 위한 것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이 촛불 든 아이들과 국민대책회의, 더 나아가 전 민중과 하나가 돼 총파업 투쟁으로 이명박 정부를 무릎 꿇게하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면 촛불 집회가 잘못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민주노총이 주도권을 잡는 게 아니라 촛불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비정규직 악법으로 850만 비정규 노동자들이 다 죽게 생겼는데도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 법 때문에 고용을 늘릴 수가 없다고 사기를 친다"면서 "화물,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정부가 공권력을 앞세워 탄압한다면 그 이후 발생할 일에 대해서는 모두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회에는 산별 연맹 대표자 및 비정규직 조합원 2000여명이 참석했으며, 민주노총은 △외주용역화 반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쟁취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지 △비정규법(기간제법) 전면 재개정 △파견법 철폐 △ 전기, 가스, 철도, 의료, 물 사유화 정책 폐기 등을 촉구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트럭을 끌고 가는 모습(사진=김은성 기자)
     

    "저조한 참여, 형식적 대회" 아쉬움도

    한편, 이날 대회가 조합원들의 저조한 참여와 더불어  형식적으로 그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참가 인원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 및 산하 연맹별 조합원 최소 1만’이라고 제시했으나, 실제 참가 목표로 잡은 인원은 3000명이었으나 이날 참석 인원은 이보다 적었다. 

    비정규 장기투쟁 사업장의 한 노동자는 "참석한 사람들을 보니 정규직보다는 주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면서 "조직화되지 못하거나 지금도 주말 근무를 하느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이 참석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문제는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인데, 아직도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안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집회도 형식적으로만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정규 사업장의 한 간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는 비정규직 철폐 대회에 광우병 쇠고기를 결합해 집회를 여는 것은 시류에 편승하느라 정작 가장 핵심적으로 외쳐야 할 중요한 문제가 뒤로 빠진다는 문제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민주노총이 이런 비정규직 철폐 대회를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김동우 비정규 실장은 "주말에도 출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촛불 집회로 바로 가는 노동자, 고 이병렬 동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있어 오늘 참여가 평소보다 저조한 것 같다"면서 "또 그간 계속 여러 집회에 참석하느라 집회 피로도가 많이 쌓인 점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 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대학로에서 화물차 끌기, 드럼통 굴리기 등의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청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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