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순-미선과 '쇠고기 촛불'이 만날 때
    By mywank
        2008년 06월 13일 1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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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은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여중생 신효순과 심미선양의 6주기이다. 이날 저녁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두 행사 모두 서로 다른 주제이면서도 ‘미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추모 행사와 촛불 문화제는 서로를 더 뜨겁게 타게 만들어주는 관계일지, 아니면 잘 섞이지는 않는 다소 어색한 만남이 될지, 13일 집회의 성격과 내용 그리고 그 평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최 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3일 촛불집회를 준비하면서, 이른바 ‘반미’ 코드의 부각과 관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효순, 미선양 영정사진과 촛불문화제 모습.
     

    이는 촛불문화제가 광우병 쇠고기로 대변되는 국민 건강권 문제로 시작되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운동으로 이어진 만큼, 그동안 문화제가 지향했던 성격과는 달리 ‘반미’ 이슈가 두드러질 경우 요구수준이 급격히 생활정치에서 ‘이념문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일반시민들이 거부감을 가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반미 코드로 몰아가는 것은 극우세력들의 여론몰이"

    특히 조중동을 비롯한 기득권 수구세력들이 ‘반미 코드’의 연결고리인 ‘친북’을 함께 들고 나오면서, 촛불시위대 내부를 이간질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대책회의 관계자들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상황실 팀장은 “그동안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민심을 저버린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성격으로 이날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것”이라며 “효순이 미선이 문제는 문화제의 작은 한 부분으로만 포함된 것이고, 이를 위한 특별한 행사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안 팀장은 “일부 보수언론에서 효순이 미선이 6주기에 열리는 이날 촛불문화제를 ‘반미 집회’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촛불문화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그동안 지향했던 성격을 계속 유지하면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장대현 대변인 역시 “우리가 행사 성격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없고, 촛불문화제의 성격은 참여하는 국민들이 결정한다”며 “오늘 촛불문화제가 효순이 미선이 6주기와 겹쳐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은데, 40여일 동안 계속되온 행사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대변인은 “오늘 촛불문화제에서 효순 미선양 추모회 쪽에서 행사장 주변에 분향소를 만들고 행사 중간에 잠깐 묵념은 할 것이지만, 국민대책회의 쪽에서 특별히 준비한 추모계획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어느 한 세력이 의도적으로 의제를 틀 수 없어 "

    네티즌 단체들도 “온라인 공간에서 이날 촛불문화제를 ‘반미 코드’로 몰아가는 것은 극우세력들의 여론몰이”라며 경계했다.

    인터넷카페 ‘정책반대시민연대’의 운영자인 안누리씨는 “자꾸 ‘한나라당 알바’들이 인터넷 공간에, 오늘 촛불문화제가 반미 집회라고 여론을 몰아가는 것 같은데, 나뿐만 아니라 우리 카페 회원들도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잘못된 여론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동안 지향했던 문화제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오늘 행사도 그동안에 했던 것처럼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카페 ‘미친소닷넷’의 운영자인 백성균씨는 “우리 회원분들도 효순이 미선이 추모행사는 추모행사고, 오늘 집회는 오늘 집회대로 행사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면, 미국에 대한 불만보단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6월에 들어 온라인상에 이런 근거없는 공세성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며 ”촛불문화제란 공간의 요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정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보양당도 이날 촛불문화제의 ‘반미코드’ 논란에 대해 "쓸 데 없는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수석 부대변인은 “정부나 보수단체가 고 심미선 신효순 6주기에 일어나는 촛불집회가 반미집회로 흐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6년 전에도 정부가 버린 주권을 되찾기 위해 국민들이 일어났고 이번 촛불문화제도 정부가 버린 국민주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나온 것이지만, 시민들은 어느 한 곳이 반미를 외친다고 해서 현재 쇠고기 문제에서 빗나가지 않을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보수진영과 정부가 반미라는 각도로만 색깔을 덧칠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지금의 촛불은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정부로부터 국민건강권을 지키고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라며 “고 심미선 신효순 사건 때도 국민주권의 문제였고 오늘 촛불로 두 고인이 되살아오는 의미도 있지만,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특정 운동권 세력이 반미를 주장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그 쪽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며 “이미 시민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주장하고 있고 어느 한 세력이 의도적으로 의제를 틀어버리는 것은 시민들 자체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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