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촛불들”
    By mywank
        2008년 06월 13일 12: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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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협상 대신 ‘추가협상’을 하겠다며 미국을 방문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12일 저녁 7시, 이날도 촛불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을 밝히고 있었다.

       
      ▲폭우 속을 행진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사진=뉴시스)
     

    비록 참석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사회자의 즉석 제안으로 시민들은 ‘MB OUT’이라는 대열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행사 중간에 폭우가 내렸지만 촛불을 지키며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날 정부의 방침에 대해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참석자 6명과 짤막한 인터뷰를 했다.

    정부, 표현 바꿔가며 같은 내용 반복

    대통령이 긴장감을 갖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미국에 간 김종훈 본부장에게 “올 때는 비행기 값 벌어서 오라”는 얘기까지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명박 정부와 이날 회견내용을 성토했다. 

    조용수 씨(27)는 “이명박 정부에서 오늘 ‘추가협상’이란 대책을 내놓았는데, 영어에서 스펠링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유사어휘’처럼 표현을 바꿔가며 계속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자꾸 협상에 관한 내용을 숨기려고 하는데, 무엇이 손해고 문제인지 ‘팩트’를 국민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을 하는데 난감할 수도 있겠지만, 재협상을 한번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라 포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수, 주장범, 김진원, 이대준, 윤성주, 이병삼 씨. (사진=손기영 기자)
     
    주장범 씨(20)는 “촛불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같이 대통령이 국민들이 말에 귀 기울지 않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4년 중임제’ 도입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을 심판할 수 있고, 대통령은 긴장감을 갖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 뻔한 협상에 세금만 낭비
    이어 주 씨는 “정부에서 추가협상을 하기 위해 미국에 가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면, 국민들의 촛불이 어느 정도 잦아들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70~80년대가 아니”라며 “요즘 시민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꼼수를 부려도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진원 씨(29)는 “오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인 ‘추가협상’을 하겠다며 미국에 가겠다고 했는데, 결과가 뻔한 협상을 위해 아까운 국민들이 세금을 낭비할 필요가 있냐”며 “한국으로 다시 올 때는 미국에서 아예 비행기 값을 벌어서 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여론의 비난에 떠밀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금지 하겠다고 했는데, 국민들의 요구는 단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광우병 위험 물질 문제와 도축장 문제 등도 있다”며 “언론에서도 자꾸 문제를 ‘30개월 이상 쇠고기’로 몰아가니깐 국민들의 다른 요구들이 묻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대준 씨(34)는 “이명박 정부는 국제적인 관례를 이유로 들어 재협상이 사실상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자존심보다는 미국정부와 대통령 개인의 자존심을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며 “오늘 오전 기자회견 내용에서 확인됐듯이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 ‘MB OUT’이라는 글자 모양에 맞춰 자리에 앉은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이 씨는 “국민대책회의에서 20일까지 정부가 재협상을 추진하지 않으면 이후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데, 적극 동참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다른 이슈는 넘어갈 수도 있지만, 먹는 문제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성주 씨(40)는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대신 ‘추가협상’을 하겠다며 꼿꼿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뒤에 미국이라는 든든히 ‘빽’이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재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미국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13, 14일 큰 규모 집회 계획

    이어 윤 씨는 “과거 독재정부도 국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정체성을 ‘친미정책’을 벌이며 미국에게 인정받으려 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이번 추가협상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농수산식품부 장관 대신 통상담당관들이 나가는데, 이는 쇠고기 문제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삼 씨(38)는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할 협상 이었다”며 “오늘 김종훈 본부장의 기자회견을 보니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고, 미국 정부도 양보의사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에,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끌어낼 권리도 국민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효순이·미순이 6주기’인 13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중 촛불문화제를 연다. 또 오는 14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고 이병렬 씨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이에 앞서 고 이병렬 씨의 장례식도 이날 오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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