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린 손을 호호 불던 동지들…”
        2008년 06월 12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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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콤 동지들께 드립니다.

    또 다른 시작! 해가 바뀌고 어김없이 새봄이 찾아왔고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우리들은 작은 희망을 꿈꾸었지만 언 땅을 비집고 나오는 여린 새싹의 생명력과는 다르게 이 정권은 우리에게 더 큰 무게감으로 짓눌리고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을 위한 시장화와 사유화 정책, 일방적인 시장독재를 고집하는 정권 앞에 답답함과 막막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린 다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며 온몸의 기를 모아봅니다.

    아마도 코스콤의 투쟁은 IT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가 사측을 향해 투쟁하는 첫 번째 싸움 이었던 듯싶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양극화를 극대화시키는 모순투성이 악법 비정규법안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한겨울 중권 금융의 산지 여의도 한복판의 허름한 천막촌, 아찔해 보이는 망루 위엔 20여 일째 단식농성 중인 조합원이 있었습니다.

       
    ▲ 금년 3월 농성장 철거에 항의하여 쇠사슬로 몸을 묶고 노상 농성 중인 코스콤 조합원들 (사진=코스콤비정규지부)
     

    라면과 찬 김밥으로 한 끼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고 매정한 겨울의 찬바람과 현실을 조금이라도 잊어보려는 듯 통 속에서 타고 있는 나무토막에 시린 손을 호호거리는 조합원들…. 지켜보는 내 마음을 시려오게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미소 속에 한 마디 ‘어떤 상황에서라도 아무리 힘들어도 우린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라는 그 울림에 나의 안일함을 나약함을 질책해봅니다.

    당신들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함께 해야 할 일, 그것은 간접고용 착취로 부당하게 쌓은 거대한 부(富)란 탑의 재구성이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의 연대로 코스콤 모든 노동자와 회사가 상생하는 것.

    더 나아가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돌파구를 열어가는 것이겠지요. 경찰과 구사대의 무차별한 폭력과 연행으로 찢기고 멍들고 부어 오른 살갗의 아픔보다 마음 속에 남겨진 상처와 분노를 치유하기엔 너무도 잔인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픔과 혼란 속에서도 늘 당당하고 힘찬 동지들의 굵은 소리가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고, 투박한 손으로 수줍게 건네주던 따뜻한 커피 한잔이 동지애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고통의 단식시간 속에서도 곁에 있는 연대동지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신뢰를 주었습니다. 이런 당당함과 배려와 신뢰가 있기에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동지들이지만 외롭거나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처럼 당차고 건강한 모습으로 흐트러짐 없이 서로 잡은 손을 더욱 꼭 잡고 비정규법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현장으로부터 우리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멋진 동지들이 되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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