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폭력이 더 위력…촛불 규모 커질 수도"
        2008년 06월 11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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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와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1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촛불문화제의 현상과 향후 전망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의 발언을 듣고 이에 대한 현상 분석과 전망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10일 최대 규모로 이루어진 촛불문화제가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 따라 더 큰 규모의 집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이 날이 촛불문화제의 분수령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약간의 인식차를 보였다. 

    6.10 촛불이 정점인가, 더 커질 수 있나

    노 대표는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다는 점에서는 분수령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더 많이 모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호기 교수는 “어제 국민, 시민 전체가 이명박 정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한 것 같다”며 “국민 다수, 혹은 시민 다수가 재협상에 대한 요구를 전달한 만큼 당분간 지켜보지 않겠는가라는 점에서 분수령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문화제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쇠고기 재협상으로 시작된 촛불문화제가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노 대표는 “(서로 다른)이슈들이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이 이슈들이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보다 결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교수도 “처음 먹거리 안정성 문제로 촛불집회가 시작되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권위적이고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비판, 심판, 저항으로 나아갔다”며 “여기에 민영화, 대운하, 교육정책 등 이명박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국민 다수의 비판과 거부, 저항이 이번 촛불집회에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의 가장 큰 특징인 ‘비폭력’시위에 대해 노 대표는 “비폭력이 폭력보다 더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보수언론사들에 대해 광고주들을 압박해 광고를 그만두게 만든다거나 청와대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력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중심이 없는 강력함

    그는 이어 “또한 폭력적 양상이 자꾸 드러나게 될 경우에 집회 자체가 소수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가급적 경찰의 자극과 도발에도 맞대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이런 전략적 사고 차원에서도 이 비폭력이 상당히 많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기 교수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 20년이 진행되면서 시민사회가 성숙되고 민주적 시민의식이 정착되면서 비폭력 평화시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인간의 감정들이 수반돼서 격렬해질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집회에 참여하거나 관찰했던 시민들의 대응태도는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다음 아고라>에서 비폭력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투표를 통해 지지가 이루어지고 있고 광우병 대책위원회도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단히 성찰적으로 시민들이 대처해 나가고 있다”며 “이 능력이 이번 집회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예비군’, ‘의료봉사단’으로 대표되는 촛불문화제에서의 자발성에 대해 김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를 지켜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중심이 없는 것”이라며 “모든 시민들이 스스로 중심이 되는 자발성이 유독 강조되었던 집회”라고 말했다.

    내각교체 "천장 비 새는데 도배하는 꼴"

    그는 이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인터넷 카페 분들이 집회에 나오셨는데 바로 이분들이 유모차 부대”라며 “가정주부까지도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해 민주시민으로서 당당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 민주주의의 밝은 미래”라고 진단했다.

    반면 ‘내각교체’, ‘미 수출업자들의 자율규제’ 등에 매달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노 대표는 “촛불문화제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내각의 교체 문제는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는데 집안 도배하는 것’처럼 쇠고기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분명히 깨달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문제의 핵심은 재협상”이라며 “정부가 계속 이런 방식으로 피해가려고 하는 한 국민들로부터 저항, 분노는 계속될 것이며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과 대화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길 원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게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향후 촛불집회의 방향에 대해 노 대표는 “촛불집회 변화의 1차적인 요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라며 “비조직 대중이 먼저 움직인 이 집회의 특성 자체가 집회를 중단시키거나 완화시킬 수 없고 이명박 정부의 태도의 변화만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정보와 높은 공감대로 연결된 시위 참가자들

    이어 “여기 참여하는 분들은 정보를 대단히 많이 갖고 있으며 인터넷의 토론 등을 통해 공감대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며 “정치적 무관심과 촛불집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사실은 같은 배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양쪽 다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좌절을 겪게 될 경우 이것이 냉소로 변질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다음 사안에 크고 작게 더 강하게 표출될 것 즉, 시위의 일상화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당장이라도 재협상을 하게 되면 촛불집회는 대단히 의미 있는 민주적인 직접행동으로서 기록되겠지만 지금처럼 시간끌기를 하면서 재협상을 추진하지 않게 되면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들이나 이를 지지했던 국민 다수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편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대응할 경우 상시집회 체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이독경 정부에 대해 실망한 국민들이 정치적 무관심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부분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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