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분노와 축제의 바다가 되다
    By mywank
        2008년 06월 10일 10: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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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함성 소리에 광화문이 흔들렸다. 촛불의 물결은 바다를  이뤘다. 인파들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종로 쪽으로 그리고 서대문 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 인파에 놀랐고, 그 만큼 청와대를 향한 분노의 목소리는 높았다.

       
      ▲ 사진=뉴시스
     

    이들의 함성은 충분히 높아서 ‘명박산성’을 쌓아놓고 청와대에 들어앉아 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 귀에도 충분히 들릴 만큼 컸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이 문자로 전화로 연락을 하느라, 이동통신 지구국의 용량을 초과해 핸드폰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후 7시 이전부터 10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시청 앞에서 행사를 한 보수단체들의 집회를 가여운 에피소드로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은 타고 광화문으로 모여들어 8시가 넘어서면서 40만 명을 훌쩍 넘어선 인파가 촛불과 함께 광화문을 완전히 점령했다.

    40만 인파 장관 연출

    9시가 넘어서면서 문화제가 끝나자 거대한 인파의 물결이 움직이고 있다. 서대문 쪽으로 독립문 쪽으로 사직동 쪽으로 우회해서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이명박 퇴진" 구호가 그들의 단일 구호였다. 10시 30분 현재 광화문 네거리에 있던 인파의 상당 부분은 청와대를 향한 우회로로 빠져나가 네거리 공간이 약간 넓직해졌다.

    수십 개의 대형컨테이너로 가로막혀 있는 광화문 행사장에는 일찍부터 ‘오늘은 쥐 잡는 날’이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스님들도 뿔났다.(사진=뉴시스)
     

    시민들의 손에는 한반도 대운하·학교자율화·물가폭등·공공부문 민영화·광우병 쇠고기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형형색색의 손 피켓들이 들려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이선욱 씨는 “재협상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이렇게 까지 반대하는데, 확실한 해결의지 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민들이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오늘 국민 모두가 100만 촛불을 들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이명박 정부에게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철 씨는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며 “이 상태에서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고집을 꺾기 위해 국민들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협상을 오늘 끝장내러 왔다”며 “100만이 국민들이 오늘 하나 되고 힘을 모으기 위해 다른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높이 들겠다”고 말했다.

    망원경이 필요해

    ‘100만 촛불대행진’이 시작된 저녁 7시가 되자 사회자는 “망원경을 달라”고 말했다. 망원경이 필요할 정도로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대열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무대가 있던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남대문까지 40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물대포와 방패와 군화 발을 이기고, 국민들이 이명박 심판을 위한 100만 촛불을 들었다”며 “어제 정운천 장관의 비서관이 대책회의로 전화를 해서 오늘 행사장에 나와 국민과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절대 국민들 앞에 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또 “정운천 장관이 행사장에 오면 국민들을 흥분시키고, 국민들의 화를 유도해 촛불문화제가 폭력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여기에 나타나면 시민들 모두 야유를 퍼부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앞에 컨테이너 박스처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포기했다”며 “오늘 국민을 버린 이명박 정부를 버리자”고 비판했다.

    박 실장의 말이 끝나자 무섭게, 저녁 7시 35분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촛불대행진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 사거리에 나타났다. 정 장관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 정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를 둘러쌌고, “매국노 냉큼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엉뚱한 데서 용감한 정운천 장관

    정 장관은 5분 정도 시민들과 대치하며 진입을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과 주최 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와 저지로 수행원들의 보호 하에 광화문 골목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정 장관이 자리를 떴지만 시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정운천은 국민들에게 사죄하라”를 외치며, 그가 사라진 골목에 남아 있었다.

    농수산식품부 장관으로 ‘굴욕 협상’을 타결시키는데 총대를 멘 이명박 대통령에게 용감하게 이의를 제기했어야 했고, 국민들의 분노 앞에서는 미국에 용감하게 대응했어야 할 장관이 쓸데없이 어울리지 않는 곳에 등장해서 만용을 부리는 ‘개그’를 한 셈이다.

       
      ▲ 부산지역 촛불집회.(사진=뉴시스)
     

    이어 ‘100만 촛불대행진’ 행사가 다시 진행되었고, 이날 오후 5시 연세대를 출발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저녁 8시 15분 경 광화문 행사장에 도착했다. 영정행렬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촛불 대행진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배 여사는 “21년 전 전두환 정부의 폭력으로 우리 한열이가 사라졌지만, 21년이 지난 오늘 후배들의 품에 안겨 한열이가 촛불대행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지금 여러분들이 들고 있는 촛불이 타들어 가듯이 국민들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를 국민들의 촛불로 태워달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시민들의 자유발언대가 진행되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고생은 “고시 강행 날 절망이 정말 컸지만, 34일 동안 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시민들을 보니 기운이 난다”며 “하지만 우리들의 요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죽 답답했으면 시민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이명박이 제발 국민들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촛불을 높이 들자”고 말했다.

    엄마들이 화나면 나라가 뒤집어진다

    안산에서 온 주부라고 밝힌 여성은 “우리 밥상이 위협받고 있고, 엄마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동네에서도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세금을 받는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정에서 엄마들이 화가 나면 집안이 뒤 집어진다”며 “대한민국 엄마들이 화나면, 온 나라가 뒤 집어진다”고 강조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100만 촛불대행진’은 밤 9시 15분 정도 마무리 되었고, 현재 행사를 마친 시민들은 종로, 안국동, 서대문 방향으로 나뉘어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여러분들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을 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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