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대로 컨테이너 장벽, 전철 안 서
        2008년 06월 10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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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만 촛불대행진이 예정된 10일 오전 경찰이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컨테이너 차단벽을 설치해 차량들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뉴시스) 
     

    100만 촛불 대행진을 앞둔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통로는 육중한 컨테이너 박스로 가로막을 모양이다.

    10일 새벽 1시부터 가로막힌 광화문 사거리에 이어 안국동을 거쳐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동십자각 앞으로도 컨테이너 박스가 운반되고 있다. 청와대는 컨테이너 장벽에 포위된 고립된 섬이 됐다.

    콘테이너, 청와대를 포위하다

    게다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이날 저녁 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 역 등  인근 지하철을 정차시키지 않고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운반되는 컨테이너 박스에는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쟁취’, ‘간이 샤워장’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광화문 사거리를 막고 있는 6개의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모래주머니가 들어있다.

    컨테이너 사이사이를 용접공이 때우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컨테이너 박스는 아스팔트에도 철심을 박아 고정시켰으며 강철 와이어로 지지대까지 만들었다.

    컨테이너 박스 뒤 이순신 동상 옆에는 전경들과 공사 인부들을 위한 큰 간이 화장실이 있으며, 또 도로 한켠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잔디를 심기 위한 조경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경들은 이같은 현장을 막으며 기자들과 시민들의 출입 및 촬영을 통제했다. 

    전경 "시민들 심정 이해, 이게 민주주의…과격시위는 미워"

    현장을 지키던 전경 김모씨(24, 대학생)는 촛불 시위와 관련 "대통령이 말을 안들어주니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심정이 이해된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닌가요?"라며 공감을 표하면서도 "하지만 과격 시위대를 볼 때면 이런 심정들이 미움으로 바뀐다. 빨리 결론이 나서 시민들도 저희들도 이런 고생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복 12차선 중 양쪽 각 1개 차선을 제외한 10개 차선이 12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봉쇄된 광화문 사거리는 차량이 밀려 거대한 주차장 같다. 교통 통제를 위해 광화문 사거리 신호등의 신호대기 시간도 7~8분 가량으로 길어지면서 길이 막힌 시민들과 도로가 막힌 차량 운전자들이 곳곳에서 한숨을 쉬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김은성 기자.
     

    점심을 먹으러 나온 광화문 인근의 직장인들과 지나가는 시민들은 광화문의 ‘진풍경’을 보며 허탈하게 웃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화문 사무실에서 동료를 만나러 나온 황모씨(50)는 "우리 집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고 있고 오늘도 나올 거다. 이런 우리가 사탄인가?"라고 되물으며 "지금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거꾸려 되돌리려고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똑똑하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상식적으로 그간의 과정을 진실하게 털어놓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도움을 요청하겠다"며 "문제를 상식적으로 풀지 않으려 하니 자꾸 이런 박스나 설치하며 사태를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약이 오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컨테이너 쌓는다고 해결되나, 정말 약 오른다 

    황모(24. 대학생)씨는 "컨테이너 박스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대통령 귀에는 정말 우리 국민들의 말이 하나도 안 들리는 것 같다"면서 "정작 잘못한 사람들은 위에 따로 있는데, 아무 죄없는 시민들과 우리와 똑같은 어린 전경들이 다치고 고생을 한다. 거리에 나오는 시민들의 마음은 당연히 이해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청와대 행진은 앞으로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은성 기자.
     

    집회 장소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온 종일 각종 단체들의 집회가 예정돼 있어 활기차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시청 앞 광장에는 각 정당 및 환경, 노조 단체, 인터넷 카페 회원, ‘깃발 없는 사람들’, 주부들의 모임 등 다양한 텐트가 즐비해 있다.

    오후 세시에 예정된 보수단체 집회를 위한 무대 설치가 준비되고 군가가 흐르는 가운데, 또 한켠에서는 이명박 탄핵 카페 회원들이 "이명박 탄핵"을 연호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여 명의 전경이 지키고 있어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편, 경찰은 10일 촛불대행진에 대비해 전.의경 417개 중대 4만 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전국 경찰에 갑호 비상을 내렸다.

    갑호 비상은 경찰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비상령으로 전국 경찰은 10일 오전 9시부터 집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가용인력 100%를 동원할 수 있도록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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