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권위, 존중도 두려움도 전혀 없다
        2008년 06월 08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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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촛불은 타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일정 기간 동안은 꺼지지 않고 번져갈 것 같다. 그 거대한 ‘촛불’에 대한 해석이 시작됐다. 해석 작업은 삼삼오오 길거리 토론에서, 집회가 끝난 뒤 생맥주를 마시면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해석도 투쟁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세력들에 의해 여러 가지 해석이 제출될 것이다.

    촛불집회의 정치사회적 의미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와 민주자료관이 7일 주최한 ‘축제에서 저항으로?’라는 주제는 토론회 부제가 말하듯 ‘촛불집회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한번 따져보자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촛불이 지펴진 출발과 과정 그리고 그 주체들과 주체의 성격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슷한 견해를 제출했다.

       
      ▲사진=성공회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촛불 집회가 여섯 가지의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번 집회 이슈는 먹거리 안전이라는 미시적 일상 생활의 요구라는 점(생활정치)와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온 것은 대의 정치의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참여정치)을 주요 특성으로 꼽았다.

    거시에서 미시로, 대의에서 참여로

    이어 이번 집회는 사회 갈등 영역이 계급사회의 쟁점에서 환경, 생명, 평화 등 위험사회 쟁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위험정치), 대중들이 촛불을 켜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있다는 점(인정정치)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계가 소멸되고, 거리와 사이버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됐으며(디지털정치), 물질적 욕망 못지않게 자아실현, 삶의 안정 등과 탈물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는 것(가치의 정치)을 이번 촛불 집회의 주요 특성으로 지적했다.  

     
           현대적 정치
          탈현대적 정치
       성격
             대의정치
             참여정치
       영역
             제도정치
             생활정치
       형태
             권위정치
             인정정치
       이슈
             계급정치
             위험정치
       수단
            아날로그 정치
            디지털 정치
       동력
            욕망의 정치
            가치의 정치

    김 교수의 이 같은 분석은 다른 토론 참가자들의 해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욕망의 정치에서 가치의 정치로 전환됐다는 김 교수의 해석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김연수 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생은 “저항의 근본적 원인이 정치경제적 측면에 있다기보다는 ‘욕망’에 기초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여 다른 견해를 밝혔다.

    욕망의 정치인가, 가치의 정치인가

    그는 저항의 기저에 정치경제적 요인이 있지만, 이번 촛불 집회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손해를 봐서라기보다는 죽고 싶지 않다는 욕망,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도 이번 촛불 집회의 특징으로 조직화 되지 않는 대중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과 시위 양상이 창의적이고 즐기는 방식이라는 점을 꼽았으며, 이와 함께 정부, 정당, 언론, 경찰 등 기존의 권위들 일체에 대한 존중이나 두려움이 없다는 점도 특징 가운데 하나로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촛불을 켜기 시작한 10대들과 주부들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에 주목하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김호기 교수는 10대들을 ‘2.0 세대’라 이름 짓고 이들의 참여 배경을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승인받고자 하는 ‘인정정치’의 열망 표출과 효율과 경쟁으로 특징지어지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한 거부 때문으로 분석했다.

    윤희찬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아이디 산지니)는 교육현장에서 부딪친 학생들의 몇 가지 충격을 소개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충격은 영어몰입교육(어륀지 교육)으로 한 초등학생은 그 방송을 보다가 ‘씨x’이라는 말을 내뱉었다”며 국어수업도 제대로 못하면서 영어몰입교육을 떠벌리는 이 정권에 대해 어린 아이들의 분노를 전했다.

    이명박 교육정책에 ‘씨x’하는 10대들

    이어 4.15 학교자율화조치에 따른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과 마지막 충격으로 ‘미친 소’ 수입을 지적하며 “15살 나이는 너무 젊잖아”라는 표현으로 나타난 자신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정부의 처사에 대한 학생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참여 학생들이 주로 여학생이었다는 사실과 관련해 이는 “소통을 중심에 두는 여성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권미혁 여성민우회 대표는 10대와 주부들의 참여 배경에 대해 자식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부와 그동안 학교 급식 시스템의 문제점을 알고 있어,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자신들이 먹게 될 것이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학생들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해 일상의 이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꼽았다.

       
      ▲토론 내용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사진=성공회대)
     

    김연수씨는 10대들의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그 배경으로 꼽았으며 이재영기획위원은 학교자율화 조치 등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을 배경으로 지적했다. 토론 참석자 대부분들이 10대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발을 지적했다. 이재영 기획위원은 이와 관련 “생활 속의 이해와 분노라는 측면과 정치적 각성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는 측면 두 가지를 그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매체와 경로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 놀랐다. 하지만 이제 평일이든 휴일이든 몇 만 명이 대한민국 수도 한 복판에서, 청와대 인근에서 모여 집회를 하고 가두 행진을 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정도다.

    정당정치 맘에 안들면, 거리정치 계속 분출

    물론 이 ‘거대한 물결’은 언제가 멈출 것이다. 어떤 성과를 가지고 또는 상실감을 가지고 끝이 날지, 2008년 5월과 6월의 촛불 투쟁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드리울지,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것이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호기 교수는 “촛불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정당정치의 제도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며 “정당정치가 제 자리를 찾지 않는 한 ‘거리의 정치’는 계속 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는 ‘제도정치’ 밖에서 ‘운동정치’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제도정치인 정당정치가 취약할 경우 전체 정치는 제도정치와 운동정치의 복합구도를 이루게 되며, 우리 사회에서는 두 번의 선거를 경유하면서 이런 복합구도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1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의 정치적 등장과 관련해 ‘88만원 세대’ 불리는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양극화된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이들은 냉혹한 현실의 좌절을 겪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들의 발랄한 저항은 우리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기적으로는 성숙한 민주사회를 위해 새로운 시민적 주체형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2.0 세대’의 특징이 아직은 아직 유동적이지만 복합적인 것 같다며 네 가지의 특징에 주목했다. 그는 첫째,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공동체 지향, 둘째, 모바일과 인터넷을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은 ‘디지털 노마드’, 셋째, ‘욕망의 정치’에 반해 자아실현을 소중히 하는 ‘탈물질주의 가치’의 세대, 넷째, 부모인 ‘386 세대’로부터 사회비판 의식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격세유전’적 특징 등을 꼽았다. 

    대학원생 김연수씨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것”이라며 “중ㅅ미이 없는 저항의 촛불이 허망하게 꺼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미 존재하던 외부로부터의 조직적인 중심보다는 운동의 내부에서 토론 등이 과정을 통해 중심이 형성되어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참여-심의민주주의로

    이재영 기획위원은 “지금껏 우리는 병든 쇠고기를 먹지 않을 자유를 갈구하여 약속을 받아내고자 했다”며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는 쇠고기든 무엇이든 누구도 우리 뜻과 달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평등과 그 평등을 지킬 힘에 대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권미혁 대표는 이번 촛불집회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 것이라며,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진단했다. 그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제도적 담지자가 국회, 정당이라고 할 때 시민들은 이들 기관에 대해 엄청나게 실망하고 있다”며 인터넷 민주주의를 통한 ‘심의(深意) 민주주의’가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선택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참여주체의 다양성과 자발성, 투쟁의 지속성과 다양성과 관련해서 2008년 5~6월 촛불투쟁 21년 전 6월 투쟁을 넘어서는 ‘진화’의 산물이다. 이는 1987년에 ‘쟁취’하고자 했던 것들의 부분적 쟁취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87년 성과의 한계에 대한 20년 만의 응답이기도 하다.

    거리와 광장에서 느끼는 공감과 연대는 오래도록 집단적인 경험으로 남아, 한국 사회의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언젠가 광장 위의 촛불은 꺼지겠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불 붙였던 촛불들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면서, 민주주의의 역주행을 제어하고, 전진을 독려하는 사회적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이번 토론회는 그런 단초들을, 투쟁의 와중에서 찾아내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 조현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부소장 사회로 진행됐으며, 권미혁(여성민우회 대표), 김연수(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생), 김호기 (연세대 교수, 사회학),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 간사/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윤희찬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 닉네임 ‘산지니’),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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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redian.org/bbs/list.html?table=bbs_1&idxno=708&total=343&page=1&sc_area=&sc_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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