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0일 야자 째고 나올 겁니다"
        2008년 06월 07일 09: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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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상근 기자
     

    15만에 이르는 촛불이 다시 한 번 청와대를 향해 출발했다. 72시간 투쟁 이틀째,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높이든지 한 달여가 넘어 지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촛불은 여전히 청와대행을 원하고 있었다.

    특수임무 수행자회에 빼앗겼던 광장은 시민들의 공간이 되었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인권단체 등 다양한 단체들이 세운 텐트 곳곳에 마련된 하얀 종이들은 빈틈없이 메워져 있었고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아이들은 뛰어놀고 학생들은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촛불문화제는 ‘급조된 댄스팀’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광우병 대책위는 무대위에서 ‘빠라빠빠’를 개사해 만든 한미FTA 반대 노래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사람들을 모집했고, 곧 10대부터 30대까지 지원자들이 모여 춤을 췄다. 잘 안보이는 시민들을 위해 중간 중간에도 학생들로 이루어진 공연팀이 또 급조되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 광우병 대책위의 문화제 시작 선언이 시작되었고 어느새 시민들은 시청광장을 넘어 청계천 소라광장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 부근까지 가득 차있었고 촛불은 넘실댔다. 인원운동가 박진씨가 처음 무대로 올라 “어제 경찰이 또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방패로 찍으며 인권을 유린했다”며 “인권침해를 보거나 당하면 다음 까페에 올려달라”고 말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사진=뉴시스)
     

    이어진 시민자유발언 무대는 완도에서 올라온 황종수(55)씨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황 씨는 “작은 촛불이 모여 이 장관을 만드는 것을 보고 완도에서 올라오게 되었다”며 “이명박씨는 우리좀 편하게 살게 해달라, 우리 요구좀 들어달라, 아직도 시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뒤이어 6일 한승수 총리와 대학생과의 토론회에서 한승수 총리를 진땀 빼게 만든 일명 ‘고대녀’ 김재윤(25)씨가 무대에 올랐다.

    큰 환호와 함께 오른 김 씨는 “오늘 칭찬해주시는 리플보고 상큼한 기분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재협상 못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기사로 접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죽든지 말든지 핸드폰 팔아먹겠다는 것이 정말 비즈니스 프렌들리다운 정부의 정책”이라며 “국민 건강이 중요하다면서 청소년 0교시 하고, 야자하고 잠 못자게 하고, 거짓말만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안되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일하게 이명박 대통령이 잘한 건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완도에 질 수 없다”며 제주도에서 올라온 김옥임(46)씨가 뒤를 이었다. 김 씨는 “키로 걸러서 이명박, 어청수, 광우병 쇠고기 같은 잡것들은 날려버리고 국민 같은 진짜 알갱이만 남겨버려야 겠다”고 말했다.

    성남에서 온 박한풀(46)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눈높이는 1% 땅부자 눈높이”라며 “자기가 만든 광장에서 시위한다고 하던데 자기가 파 놓은 우물에 빠진 격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정호동(18)씨는 “이 대통령은 외국에서는 잘하고 칭찬받고 국내에서는 비난받는 ‘외유내강’"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18살 최화영씨는 “6월 10일에 야자 째고 오겠다”며 23살의 최화영씨는 “연세대에서도 6월 10일 6시부터 행진을 시작한다”고 말해 6월 10일 100만 시위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 전경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내 아들이 전경인데 지방에서 이쪽으로 차출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2박 3일 외출을 받아 이 곳에 시민 편으로 구경왔다 갔다는데 많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전경의 아버지는 “정부가 빨이 이 일을 끝내줘야 한다. 위에서 못 끝내면 이건 안 끝난다”며 “군대가서 차출당한 것인데 왜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찍으라고 자고 있는 것을 깨워서 투표소로 데려갔는데 너무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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