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mB '재협상 불가' 발언 열받아 나와
    최대규모 촛불 20만 운집…밤샘 대치
        2008년 06월 07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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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은 촛불의 물결 위에 휘발유를 뿌린 꼴이 됐다.(사진=뉴시스)
     

    배후가 확실해졌다. 그동안 ‘음모론’적 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시위의 배후라는 관측이 나오긴 했으나, 그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는 게 드러난 하루였다.

    이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이 알려진, 72시간 국민 엠티 이틀째 날인 6일. 서울 태평로는 20만(주최측 추산) 촛불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이는 촛물 문화제 이래 최대 규모이다. 촛불은 전국에서 불타올랐으며,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도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날 광화문과 시청 인근에서는 지나가는 버스에서 내려 즉석에서 새로운 행렬을 만들며 결합하는 시민들, 자동차 경적 울리기에 동참하는 버스, 택시, 자가용 운전기사들이 하나가 돼 ‘교통 대란’을 즐겼다.

    모 이동 통신사 상점은 "촛불을 가져오면 핸도폰을 공짜로 드린다"는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기도 했다.

    버스서 내려 즉석 참가도

    이날 청와대로 가는 거리 행진에는 임신 7개월째인 임산부도 동행했다.  가족끼리 명동나들이를 나왔다가 버스가 시위대로 멈춰서자 버스에서 내려 즉석에서 합류한 최지윤(34)씨는 "한번 나오려고 했는데, 남편은 회사 때문에 못나가고 나는 임신 중이라 나오기가 힘들었다. 버스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걸 보고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로서 이러라고 뽑아준 것이 아닌데, 단순히 쇠고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마치 다른 나라 얘기하듯 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은 세대, 지역, 이념, 성별, 나이, 국가 등을 모두 하나로 녹이는 거리의 ‘용광로’였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광야에서’,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또 부르며 행진했다. 촛불은 서울을 넘어 부산, 대전 울산 등 전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타올랐으며, 국경을 넘어 프랑스, 캐나다, 영국, 미국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전 촛불시위 모습(사진=뉴시스)
     

    이날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오늘은 꼭 청와대로 가야겠다"며, 밤 11시께부터 다음 날 아침 9시 광화문 사거리에서 기습적인 연좌시위를 벌이며 곳곳에서 극렬하게 대치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후 시민들은 서대문 경찰청에서 사직터널로 가는 길과 명동과 종각을 거쳐 안국역으로 가는 길, 곧바로 광화문 사거리로 가는 길 등 크게 세갈래로 나눠져 행진했다.

    격렬 시위에 강경 vs 온건파 노상 토론도

    경찰은 138개 중대가 배치됐다. 새벽에는 새문안 교회를 중심으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시민들을 긴장케 했다.시민들은 새문안 교회 뒷길에서 전경 버스 세 대를 밧줄로 끌어내렸으며, 그 과정에서 전경버스의 유리가 깨지고, 인근 건물의 문이 전부 부서지고, 전봇대에 전경차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새벽 거리는 거친 숨 소리와 땀 냄새, 여기저기서 내지르는 구호와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곳곳에서는 시위 방식을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의 스탠딩 노상 토론이 진행되면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열기가 가라앉은 새벽 6시. 해산하고 남은 시민들이 또 광화문 사거리에서 전경 버스에 밧줄을 묶고 버스를 넘어뜨리려고 했으나,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압했다.

    그 후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7시께 강제 해산돼 많은 시민들이 빠져나가고 경찰도 철수하는 도중 갑자기 50여명의 시민들이 "7일 시위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광화문 사거리 중앙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 시위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시민 6명을 연행했으며 그 중 시민 한 명은 연행과정 중 전경들에게 폭행당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확한 부상자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전경이 아니라 진압 명령자가 가해자

    이에 앞서 진행된 촛불 문화제에서는 민변의 인권침해 감시단 변호사가 군홧발로 여대생을 폭행한 해당 경찰관을 처벌한 것에 대해 피해자인 이다래씨가 이명박 정부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씨는 편지를 통해 "전경과 나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세워놓고 진압 명령자를 빼는 것은 나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내가 당한 육체적.정신적 피해에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번 사태를 낳은 정치인과 관료, 경찰 지휘부다. 그들이 진짜 가해자고 그들이 먼저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 전경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면 용서하겠다"면서 "전경이 구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당부했다. 경상도에서 온 한 주부는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이명박 방빼라!"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그 밖에도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 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여 관중들이 배꼽을 잡게했다.

    쇠고기 스타 강달프는 이날도 무대 피날레를 장식해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아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고시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면서 재차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문화공연으로 진행된 이날 문화제에는 가수 안치환, 손병휘씨의 공연도 이어졌으며, 전교조는 800만원의 성금을 국민대책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밤 서울광장에서 합동위령제를 마친 뒤 위패를 철거하고 나오던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10여명이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폭행 사태로 번져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10명이 연행되고 시민 3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북파공작원 10명 연행…시민 3명 부상 

    광우병대책회의는 ’72시간 릴레이’ 마지막 날인 7일에도 오후 4시 대학로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서울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한 후 오후 7시부터 촛불문화제를 연다.

    그 밖에 문화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1가의 거리에서 ‘이명박을 잡아라! 종로에 쥐덫 놓기!‘란 제목으로 시민들의 ’플래시몹’ 을 진행하고, 민주노동당은 오후 4시 ‘만민공동회’ 형식을 빌려 서울 시청 광장이나 청계 광장 중 한 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은 가능한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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