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해고 기자회견' 직후 기륭 노동자 전격 연행
        2008년 06월 05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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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며 ‘해고장’을 보내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가 회견 바로 다음 날 경찰에 연행돼 ‘보복’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기륭전자 비정규 해고 노동자 박행란씨는 지난 4일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및 이랜드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후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낼 해고통지서 보내기 퍼포먼스를 펼쳐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각종 언론에 보도됐으며, 그 중 박행란씨가 찍힌 사진이 여러 번 실렸다. 다음 날 5일 아침 7시. 여느때처럼 농성장에 가기 위해 나서던 박씨는 영등포 자신의 집 앞에서 잠복해 있던 경찰 3명에 의해 전격 연행됐다.

    박씨의 진술을 전해들은 노조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연행될 당시 박씨는 경찰들이 신분은 물론 연행 사유를 전혀 밝히지 않아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고 했다. 홍희덕 의원실이, 연행된 남대문서에 연행 이유를 확인한 결과 박씨는 2006년 미신고 FTA 불법 집회에 참여해 경찰이 출석요구를 통보했으나  조사에 응하지 않아 2007년 12월 4일에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수배명령을 받은 혐의로 밝혀졌다. 

    하지만 박씨는 작년에도 현재 연행된 남대문 경찰서에서 기륭 집회 등의 이유로 두세 번 조사를 받고 재판장에도 다녔지만 그 누구도 박씨에게 FTA 참가건으로 수사를 요청하거나, 전국적으로 수배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박씨는 그간 천일이 넘도록 ‘무방비 상태’로 기륭전자 농성장과 집을 오가고 전국 각지를 다니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다양한 농성과 투쟁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 홍희덕 의원이 남대문서 측 관계자와 면담을 벌인 결과, 남대문서 또한 "수사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의원실이 남대문서 담당 경위와 통화한 결과, 담당 경위는 "지금 촛불집회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여서 직접 연행해 온 게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검거해 넘겨 받은 상태"라며, 4일 기자회견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그 일과는 관계가 없을 듯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홍 의원실과 금속 노조가 확인한 결과 이날 박씨를 연행한 사람들은 서울경찰청 소속의 형사들이며, 이를 넘겨 받은 관할서인 남대문서 또한 이같은 연행에 곤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하고 특수한 경우를 제하고 일반적 관례에 따르면 상급단체인 서울경찰청이 남대문서에 연행 지침을 내려 관할서인 남대문 경찰서가 박씨를 직접 체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급단체인 서울경찰청이 잠복까지 해가며 발벗고 적극적으로 나서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기자회견을 한 4일, 홍희덕 의원실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과 관계자가 "이명박 대통령 해고 통지서는 어떻게 보낼 거냐? 왜 해고 날짜가 8월15일이냐?"는 등 기자회견 내용과 참석자들에 대해 묻는 전화를 여러 번 해왔다.

    이같은 점을 근거로 홍희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국 순방에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과 동행한 것, 현재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에 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명백한 보복성 연행"이라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륭분회장은 "당사자는 물론 그간 우리도 박씨가 수배상태였는지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설사 정말로 2006년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연행됐다면, 왜 하필이면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 날인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 시점에 박씨의 연행은 비정규직 투쟁의 힘을 빼려는 의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난생 처음으로 강제 연행당한 박씨는 연행 과정에서 극심한 공포 등을 느껴 현재 팔, 다리가 마비되고 탈수 증세등으로 인해 오후 1시께 녹색병원에 입원했다.

    박씨가 다른 조합원에게 쪽지로 건넨 연행 상황에 따르면 한 경찰은 박씨를 향해 "그런 식으로 계속 하면 수장(樹葬) 하겠다"는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노조와 홍희덕 의원실은 연행 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연행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적 대응이 없는지를 조사해 인권위에 제소할 예정이다.

    한편, 기륭노조는 교섭에 임하는 사측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며 열흘째 악천 후 속에서 2차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으나, 노사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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