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업자 결의 '답신 간주' 발언 파문
By mywank
    2008년 06월 04일 11: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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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협상 문제를 다루는 이명박 정부의 한심함이 점입가경, 목불인견이다. 3일 오전 공위 당정청회의에서는 작심한 듯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하더니, 그 말이 공기 속에 다 퍼지기도 전에 정운천 농수산식품 장관은 이날 오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하지 말아달라고 미국에 얘기하겠다고 했고, 이날 밤 늦게 정 장관은 쇠고기 업자들의 자율 결의를 미국의 ‘답신’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잘못 꿴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려면 다시 풀고 해야됨에도, 그 단추를 그대로 놓고 하려니 별 이상한 짓과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말까지 들을 수밖에 없는 짓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 든 사람들 ‘약올릴 작정’이라도 한 듯 보인다. 아니면 ‘강부자’ 내각의 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운천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30개월이상 쇠고기의 수출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하고 이에 대한 ‘답신’이 올 때까지 새수입위생조건 고시를 연기하고 창고에 대기 중인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는 밤 늦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결의도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발언을 한 것이다. 

이미 지난 2일 타이슨푸드, 카길, 스위프트.내셔널, 스미스필드 등 미국의 대형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30개월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해 구입 여부를 한국인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양국 정부와 쇠고기 업체 사이에 모종의 대화가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이어 "미국의 새 동물성사료금지 조치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만큼 이 때까지 미국 수출업계가 자율적으로 ’30개월 미만’을 라벨링(월령표시)해서 수출하는 방법 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미국 업자들이 자율규제 기간도 1년 정도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들업체 뿐만 아니라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모든 업체들이 ‘결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정 정관의 발언에 대해 발끈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상황실 팀장은 “결국에 어제 기자회견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답신도 아니고, 구속력이 없는 미국의 민간 쇠고기 업자들의 단순한 결의를 ‘답신’으로 간주하고 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결국 정부는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놔두고 ‘재협상’ 시늉만 내면서 국민을 다시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는“이윤을 추구하는 미국 민간 수출업자들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을 자율에 맡기고, 이를 미국측의 공식적인 ‘답신’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제 미국 업자들에게 국민들의 검역주권을 구걸하는 꼴”이라며 “검역주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운천 장관은 다시 키위농사나 지으라”고 말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검역주권의 본질과 맞지 않는 발상”이라며 “검역주권이란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식품은 유통을 할 수 없게, 구속력 있는 ‘공법질서’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미국 민간 수출업자들의 결의를 ‘답신’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장관은 논란이 일자 4일 오전 "국민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만큼 이것이 못들어오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재협상이든 수출자율규제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정 장관은  "아직 미국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답변을 받은 것은 없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우리가 중단한만큼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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