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도 촛불을 끄지 못했다"
By mywank
    2008년 06월 03일 12:45 오전

Print Friendly

우산을 써도 소용없을 만큼의 폭우도 시민들이 들고 있는 ‘작은 촛불’은 끄지 못했다. 강제연행, 물대포차 앞에서도 촛불을 지켰던 시민들이었기 때문에 궂은 날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서울시청 앞 촛불대행진에는 2,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이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변하지 않은 투쟁의지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빗속에서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촛불 위를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또 연신 라이터를 키며 꺼져가는 불씨를 살렸다. 한편 자원봉사자들은 우산으로도 비를 피하기 힘들어지자 촛불문화제에 나온 시민들에게 우비를 제공했고, 저녁을 먹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손수 싸온 김밥 등 간식을 나눠줬다.

   
  ▲폭우에도 불구하고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자신은 비를 맞고 있었지만 우산으로 촛불은 가리고 있었던 안중현 씨(25)는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앞으로도 비가 오던 눈이 오든 천둥이 치든 우리는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어야 한다”며 이어 “단지 비가 온다고 해서 촛불대행진을 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다시 국민들을 우습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강민욱 씨(23)는 “정부에서 국민들은 무자비하게 탄압하는데, 단지 비가 온다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지 않으면, 불의를 바로 앞에서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것과 똑같다”며 “비가 올수록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의 의지를 더욱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 했다.

사회를 맡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김동규 씨도 행사를 진행하며, “촛불대행진은 강행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며 “물대포로도 막을 수 없었던 국민들의 의지가 강력한 빗줄기로도 막을 수 없다”며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농림수산식품부가 행전안전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의 관보게재 유보를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온 시민들은 “또 다시 국민을 속이려고 한다”며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천성민 씨(50)는 “저번에도 국민적인 여론이 극에 달했을 때도, 장관고시를 계속 연기 하면서 국민들의 강렬한 의지에 ‘물 타기’를 했던 게 기억난다”며 “이번에도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이 부상당하는 등 여론이 좋지 않으니깐, ‘반전카드’로 관보 게재 연기를 들고 나온 것 같다”며 “이제 국민들도 정부의 속내를 다 안다”고 말했다.

송승호 씨(22)는 “관보 제재를 유보했던 소식을 여기나오기 전에 뉴스에서 들었는데, 결국 국민들이 무서워서 정부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나”며 “하지만 이것이 ‘땜질 처방’으로 끝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쇠고기 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무대에 올라 발언한 민노당 강기갑 의원도 “우선 국민들의 촛불들이 관보게재 유보라는 것을 이끌어 냈다”며 “하지만 4월 총선 전 정부에서 쇠고기 협상 사실을 숨기다가, 총선 후에 협상을 마무리 지었던 것을 보면, 이번에 관보게재 연기도 국민의 눈을 속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정부가 이후에 관보게재를 강행한다면, 야 3당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이렇게 결사항전을 다짐하게 된 것도 모두 국민들의 촛불의 힘 이었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행사가 막 무르익을 무렵인 저녁 8시가 되자, 마구 쏟아지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시민들이 들고 있는 촛불의 뜨거운 열기가 한 없이 내리던 폭우도 멈추게 했다. ‘연행자 석방, 폭력진압 규탄’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촛불대행진의 ‘자유발언대’에는 사연 있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중년남성은 “아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전경기동대에 근무하는데, 지난 토요일 가두행진에 참여했다가 효자동 부근에서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던 아들을 봤다”며 “순간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 자리를 떠나 삼청동 쪽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가두시위하고 아들은 이를 진압해야 한다는 현실이 눈물 나도록 슬프다”며 “부자를 적으로 갈라놓은 세상을 이명박이 만들었다”며 분개했다. 

지난 가두행진 때 강남경찰서로 연행되었다가 풀려났다고 소개한 20대 남성은 “46시간 동안 유치장 신세를 지면서, 언론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며 “그곳에서 TV만 볼 수 있었는데, TV에서 촛불대행진에 대해 축소·왜곡해서 보도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 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풀려나자마자 여기에 다시 나왔다”며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한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행사를 마친 시민들은 본격적인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은 시청을 떠나 광화문 쪽으로 향했지만. 전경버스가 길목을 차단한 교보문고 사거리에서 대치를 하지 않고 종각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밤 9시부터 다시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시민들은 을지로 입구, 남대문 등을 거쳐 밤 9시 40분 마무리 행사를 갖고 자진해산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100일을 맞는 3일 저녁 7시에도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중 촛불대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