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미친 소가 구할까?
    2008년 06월 02일 12:27 오후

Print Friendly

미친 소 때문에 온 세상이 난리다. 중고등학생부터 학생은 물론 아줌마, 예비군, 아저씨들까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집회 현장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 ‘이명박은 물러가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토요일의 밤샘시위를 기점으로 국민항쟁의 기운으로 나아가고 있다.

   
▲ 2007년 9월 6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정몽구 회장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러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시민불복종투쟁에 대해 환호하고 있는 이들은 일반 국민만이 아닌 것 같다. 촛불집회와 평화시위에 집중되고 있는 국민적 관심에 쾌재를 부르고 남몰래 웃고 있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오는 3일 서울고법에서 있을 선고심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다.

정몽구 회장은 2000년부터 6년간 글로비스 등과 같은 계열사를 통해 약 1034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삿돈 약 9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작년에 재판을 받았지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되었다.

재판부는 인신구속에 따른 국가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 선처하게 되었다고 발표하면서 약 8400억 원에 이르는 사회공헌기금의 출연을 약속받고 준법경영을 주제로 한 기고와 강연 등과 같은 사회봉사활동을 명령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회봉사명령의 내용이 지닌 불명확성을 근거로 서울고법에 사안을 돌려보냈었다. 과연 서울고법 재판부는 어떻게 선고를 내릴까? 사회공헌기금과 사회봉사활동을 빌미로 한 허울 좋은 ‘사회책임경영’을 핑계로 정몽구 회장의 명백한 실정법 위반에 면죄부를 줄 것인가?

대법, 사회봉사명령 불명확 이유 고법 환송

아마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재판부가 문제를 삼고 있는 사항이 실정법 위반 사안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봉사명령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사법부는 정몽구 회장의 범법행위에 대한 엄밀한 판결 보다는 집행유예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제반 조치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몽구 회장이 황제경영을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은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비자금조성과 회사자금 횡령사건이 터진 이후 현대기아차그룹은 회장님의 안위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을 공언하였다.

2013년까지 기금 8400억 원을 조성하여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말 그룹 산하에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하고 공연시설 및 지역문화센터, 환경보존사업 등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어떻게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차별과 저임금을 통해 벌어들인 이득으로 오페라하우스를 짓고 생색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수천 개의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단가인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복지회관을 짓겠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비정규직과 부품업체 노동자들에게 사회공헌기금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가?

오늘도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치솟는 물가와 계약해지의 불안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도 정규직이 될 길은 요원하고 사내하청의 설움을 안고 라인을 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진정 사회공헌을 하고 싶다면, 사회양극화의 희생양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약속해야 한다. 작년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숫자가 약 8000명이라고 가정한다면, 8000억 원의 사회공헌기금으로 임금인상은 물론, 정규직화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연봉수준(월 55시간 기준)이 2500만원에 불과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4년 동안 지불할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그만한 돈이면 사내하청 정규직화 가능

이뿐이 아니다. 영세중소기업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일방적인 단가인하압력으로 인해 파산지경에 이른 부품업체의 하소연에 한숨만 쉬고 있다. 매년 연초에 이루어지는 정기적인 단가인하는 물론, 수익성악화와 생산차질 등을 핑계로 부정기적인 단가인하가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의 불공정하도급행위는 더욱 악랄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금속노조가 실시한 부품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의 구매책임자가 제주도 모 호텔로 부품업체 사장들을 불러놓고 부품업체 스스로가 현재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단가인하를 시행할 수 있는 세부계획서를 제출해라고 요구하였다.

매출액의 10%를 당기순이익으로 남기는 기업을 우량기업이라고 판단한다면, 현대차 때문에 부품업체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사회책임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단가인하의 근절부터 실천해야 한다. 정몽구 회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상생협력’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몽구 회장이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을 기업의 중심가치로 세우고자 한다면, 사내하청과 불공정하도급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또한 서울고법은 이번 기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패신화를 깨뜨리는 용단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몽구회장은 오늘도 미친 소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 않을까?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