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심, 유능 정치인 넘어 리더 역할해야
    원탁회의-진보신당 정비, 동시 추진을
        2008년 06월 02일 10:23 오전

    Print Friendly

    총선이 끝난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광우병 투쟁, 이명박 반대투쟁은 진보세력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고, 이명박 시대가 그렇게 암울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광우병 집회에 가보면 진보신당의 당원들도 눈에 많이 띈다. ‘미친소 반대’가 적힌 작은 진보신당 몸 플래카드를 두르고 다니고, 새벽까지 투쟁을 마다 않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 당원들 중에서 필자가 잘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예전 민주노동당에 몸담고 있을 때는 집회에서 거의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진보신당에는 모르는 당원들이 꽤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서울이나 경기 같은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진보신당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는데 지역 활동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예전 민노당 당원들 외에 새로 가입한 당원들이 많고, 성향도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내 활동가들의 고민과 지도부 비판

    오늘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문제 중의 하나는 이렇게 새로 가입한 당원들, 그리고 예전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당원들이 진보신당에 바라고 있는 ‘진보의 재구성’ 또는 ‘진정한 진보정당 창당’ 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별다른 상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대 이명박 정권 투쟁을 더 발전시켜나가면서도 내적으로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기에 이 글을 통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몇몇 진보신당 당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전화통화를 해보았는데 공통된 반응은 "재창당 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조금 수위가 낮은 표현이 "지도부가 좀 답답하다"는 정도였다.

    하다못해 지역에서 자신이 무슨 근거로 지역당원 모임을 이끌어가야 하는가를 반문하는 경우도 많았고,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당 지도부가 너무 모른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특히, 당 대표단 중 몇몇 인사를 향해서 비판적인 의견이 집중되었다.

    총선 기간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당선을 기원 받았고, 낙선한 이후에는 당원들로부터 격려를 아낌없이 받았으며, 지금도 곳곳에서 초청 강연이나 행사초대를 받고 있는 당 대표단이 어쩌다 이렇게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당 대표단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이는 지도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즉, 총선 전 약속한 실질적 창당, 또는 재창당이 왜 지금 현재 지지부진한가에 대해서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투쟁 국면에서 당 대표단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재창당 또는 실질창당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간간이 들리는 얘기로 판단해보건대는, 당 대표단은 ‘재창당을 하려고 해도 함께 할 세력이 있어야 재창당이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는 고민과 더불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가를 잘 수행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설사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진보신당을 처음 만들 시점에, ‘진보신당은 연대회의 기구로서 총선 이후 제대로 된 창당을 해야 함’을 역설했던 사람들이 당 대표단이었음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록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하더라도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에 관한 대표단의 담화문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상황은 늘 변하는 것이니, 대표단의 고민대로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듣고서도 무지막지하게 지도부를 비판하는 당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표단이 뭔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 ‘유능한 개인정치인’이 아니라 커다란 조직을 움직이는 당 지도부임을 인식하고 활동해주었으면 한다.

    이미 진보신당 게시판에서는 ‘진보신당이 총선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기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당 대표단과 확대운영위의 임기가 종료되었으므로 현재의 대표단과 확대운영위를 해산하고, 임시지도부를 구성하라’는 내용의, 상당한 근거를 갖춘 서명운동마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하여 필자가 확인한 또 하나의 시각이 존재한다. 얼마 전, 이근원 공공노조 대외협력실장이 <레디앙>을 통해서 밝힌 대로, 지금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입장들 중에는 진보신당 중심의 건설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 또한 존재한다.

    이근원의 주장은, 민주노동당이 분당되고 진보신당이 건설되던 당시에 이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노동운동가 상당수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만나보거나 입장을 전해들은 바, 꽤 많은 수의 노동운동가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진보신당에 대한 입장은 그다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노동운동가들, 아니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진보신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그런 정당’보다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창당해보자는 이들의 의견 역시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근원은 지난 번 글에서 ‘노동자, 농민, 여성, 환경, 장애인, 학생,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발적인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에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동의하는 다양한 정치세력도 하나의 단위로 참여해도 좋으며, 밑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10명당 1인, 혹은 100명당 1인씩의 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의 집합으로서 당의 대의 체제를 만들자’는 구체적인 방식까지 제안하였다.

    아마 진보신당 창당 전에 있었던 원탁회의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각 지역, 부문별로 원탁회의를 다시 구성하자는 제안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입장은 상당한 유의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 주장의 핵심인 각 지역별, 부문별 원탁회의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원탁회의 같은 기구를 추진하다 보면 원탁회의에 대한 서로의 상이 달라서 여러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그 반면에 여러가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폭넓게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 않겠는가.

    반면, 이 원탁회의 추진은 이미 진보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답답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근원의 주장대로 ‘천천히 길게 보고’ 원탁회의를 추진하게 될 경우에 현재의 진보신당은 어떤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내부정비는 해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 문제에 대하여 ‘진보신당이 내부 체제 정비를 하게 되면 나중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 때 장애로 작용할 수 있으니 진보신당 가급적 현안 대응말고 내부 체제정비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진보신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원들에게는 매우 힘든 주문사항이므로, 이것은 당 내부의 상황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원탁회의’와 ‘진보신당 내부정비’ 함께 진행해야

    하기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진보신당도 하나의 주체로 참여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각 지역별, 부문별 원탁회의’를 추진한다. 이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에 대하여 합의하고, 결정사항을 함께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원탁회의의 구체적인 상은 여러 주체들이 만나서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둘째, 현재의 진보신당은 광우병, 대운하, 한미FTA 등 현안 투쟁과 더불어 기본정책 채택, 당원 정비, 지역체제 정비 등 내부 정비를 추진하되 원탁회의 추진 상황을 주시하면서 수위를 결정하도록 한다.

    다만, 이 과정은 현재 진보신당에 가입해 있는 당원들에 대한 책임성을 필요로 하므로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전국 지역 집행책임자 회의에서 당 대표단과 확대운영위에 ‘올 하반기 1차 당대회를 소집’하는 것을 목표로 당 일정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하니 대략 이런 방향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소통해야

    원탁회의든, 당 내부 정비이든 진보신당이 현재 판단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문제는 지금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당 지도부, 특히 대표단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냉소가 점점 커져간다. 광우병 투쟁을 열심히 하고 모인 당원들의 뒤풀이 자리에서도 당 문제에 관해서는 이런 비판적 대화가 오고 간다는 사실을 당 대표단이 꼭 알았으면 한다.

    민주노동당에 있던 시절, 필자는 1기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가장 답답했던 것이 당 지도부가 당원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이렇게 활성화된 시대에 거의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당 내외 현안에 대한 입장은 고사하고, 자신의 최근 고민이라도 올린 적이 거의 없었다.

    결국, 당원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뭔가 판단할 근거를 필요로 하는 데 지도부는 묵묵함이 미덕인 것으로 생각하여 당원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였던 것이고 그 결과는 지도부에 대한 신뢰상실이었다.

    현재의 진보신당 지도부가 이러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작금의 이 거대한 투쟁도 잘 이끌어주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길 부탁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