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길, 단병호 그리고 창원
        2008년 06월 01일 1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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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 30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뒤로 하고, 키 큰 단병호 ‘위원장’이 창원시 대방동 이승필 선거사무소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전날 저녁, 광주에서 열린 노동자 정치세력화 관련 토론회를 마치고, 아침 일찍 직접 차를 몰고 창원으로 달려오는 길이었다. 

    이승필 선거사무실이 있는 대방동 성원3차 상가에는 한나라당과 진보신당 선거사무소, 그리고 민노당 선거연락소가 있다. 상가 입구에 있던 민노당 당원들과 단병호 전 의원이 마주쳤다. 일일이 악수를 하고 묵묵히 윗층으로 올라갔다.

       
      ▲식당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는 이승필 후보와 단병호 전 의원.
     

    단병호 전 의원, 이승필 후보 지원

    안민동에 있는 식당가. 토요일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노동자들이 가게 안에 빽빽하게 들어찼다.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승필 후보와 단병호 전 의원이 들어갔다. 젊은 노동자들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악수를 나눴고, 나이가 지긋한 노동자들은 단병호 전 의원을 금세 알아보고 환하게 그를 맞이했다.

    단병호 전 의원은 이승필 후보를 소개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승필 후보가 나눠주는 ‘현장용 명함’에는 단병호 전 의원과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단 전 의원은 “어? 이거 완전 초상권 침해 아냐? 손배 청구할까? 그럼 당선 무효 되나, 안되나?” 하며 농을 건넸고, 이승필 후보는 “뭐 맘대로 하세요. 구속 또 당하면 되지”하며 ‘대거리’를 했다. 

    전노협과 민주노총 운동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구속, 수배라면 지긋지긋하게 당해왔었고, 감옥과 감옥을 오가며, 세월과 공간을 건너뛰며 만나온 사이다. 단 전 의원이 “딸내미는 왜 선거운동 하러 안오냐?”고 물었고, 이승필 후보는 “작은 회사라서 노조가 없다. 언제 한번 가서 노조 만들어야겠다”며 농을 이어 나갔다.

       
      ▲단 전 의원은 이날 연설원 등록을 하지 않고, 측면 지원했다.
     

    하지만, 단병호 전 의원은 이승필 후보의 곁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유세차에 올라 인사를 하면서도 끝내 선거운동 연설원 등록을 거절했다. 자신이 유세에 나서면, 부득이하게 안 뱉어도 될 말을 뱉게 될까봐 걱정하는 듯했다.

    “당을 안하니까 선거운동 하기 고약스럽네. 예전엔 민주노동당 단병호라고 하면 됐는데, 지금은 갖다붙일 게 없네.” 결국 단병호 전 의원의 시원한 연설은 들을 수 없었다.

    이승필 후보를 누구보다 지지하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그의 결심은 신중하게 보였다.

    권영길, 창원 곳곳 누비며 손석형 지원

    같은 시간, 권영길 국회의원은 손석형 후보와 함께 대규모 보좌인파를 동반하고 창원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사무처장, 사무처 간부들은 물론이고,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 방송차들이 창원 4선거구 곳곳에 배치되었다. 가끔 민노당 선거운동을 하는 민주노총 소속 간부들은 단병호 전 의원을 외면하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손석형 후보와 이승필 후보는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쳤다. 그때마다 서로 격려해주었는데, 지난 29일 TV 토론 이후로는 ‘냉담한 조우’가 이어졌다. 토론회 때 손석형 후보에 대한 임금문제와 민노당 회계문제 등 민노당으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이승필 후보가 거론했기 때문인 듯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권영길 국회의원과 단병호 전 의원은 적어도 31일에는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안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사람의 조우가 어떤 풍경을 연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날 유세에는 지난 총선에서 진보신당 마산을에 출마해 14%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송정문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이 유세차에 올랐다.

       
     
     

    송정문 위원장은 1급 중증장애인으로 현재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이며, 각 지자체를 상대로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조성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마치 지역산별노조가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대각선 교섭과 투쟁을 벌여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얼마 전엔 창원시청에서 농성을 하다가 입원하기도 했던 송 위원장이었다.

    마산 아구할매

    송 위원장은 또한 마산 MBC의 유명한 라디오 프로그램인 ‘마산 아구할매’의 구성작가이다.

    부산 MBC에 ‘자갈치 아지매’가 있다면 마산창원에는 ‘마산 아구할매’가 있다. 송 위원장은 구성진 사투리를 섞어가며, 이승필 후보 지지 연설을 해 동네 ‘아지매’들과 ‘할매’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투박하고 정겨운 목소리와는 달리 연설 내용은 격정적이었다. “창원시민들은 기름값, 물가폭등, 광우병 쇠고기에 민생 파탄 지경이다. 창원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명박 정권 견제하라고, 국회 책임지라고 권 의원을 국회의원 뽑아줬더니, 다음 선거 벌써 준비하는지, 보궐선거에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필 후보는 노동자, 서민들을 위해 앞장서다가 구속, 수배 생활을 하기도 했다. 또한 민노당 경남도당 위원장을 하다가, 도당 내 회계문제가 터졌을 때 자리 박차고 나왔다. 마산 아구할매가 진짜 노동자, 진짜 진보 후보 이승필을 지지 안하면 누가 지지를 하겠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관련기사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7497 레디앙 “아, 이대로 가다간 당이 무너지겠구나” 07년 9월 1일) 

    투표일이 몇 일 남지 않은 가운데, 진보신당과 민노당 모두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승필 선대본의 한 관계자는 “많은 득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당이 진짜 ‘진보’정당이며, 누가 진짜 ‘노동자 후보’인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이 왜 문제인지, 운동권만 아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대중에게, 시민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검증받는 것이 이 시대 운동의 혁신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거 지원 중에 길거리에서 어묵을 사먹으며 출출한 배를 채우고 있다.
     

    선거는 며칠 앞으로 다가왔고, 지역은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창원4선거구에는 ‘단병호’와 ‘권영길’이라는 운동사의 두 ‘거목’이 한 사람은 재선 국회의원으로, 한 사람은 ‘노동자’로 유권자들을 만나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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