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은 계급적 대중정당이 돼야 한다
    노심 발언을…시작 빨리, 결성 천천히
        2008년 05월 30일 1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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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단병호 전 의원 초청 토론회’가 30일 오후 7시 광주 하남공단에 있는 한국가스공사노조 호남지회 사무실에서 열린다. 이 토론회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고민하고 있는 광주 전남 지역 활동가 모임이 주최한 것으로 단 전 의원과, 삼호중공업 김성진 조합원, 이병훈 노무사가 발제를 한다.

    단병호 전 의원은 발제문을 통해 진보신당에서 이야기하는 ‘재창당’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으며, 노회찬 심상정 등 당 대표들이 발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계급적 대중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디앙>은 단 전 의원의 발제문을 두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시작하며

       
     
     

    100년 동안 활동할 정당을 만든다고 하면서 결성했던 민주노동당은 8년 만에 분당의 고통을 겪었다.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좌절하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은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를 만들었다.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가 진보정치의 발전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가 대중조직에는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불확실의 늪 속에 빠져든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불확실의 늪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며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총선 이후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있다. 마치 배수구가 없는 둑에 갇힌 담수와 같은 형국이다.

    이 글은 새로운 당을 만드는 논의의 장을 여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평소에 생각하든 것을 편하게 적어보았다. 내용도 빈약하고 표현도 거칠다. 살이 돋아나고 피가 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함께 채웠으면 한다.

    특별한 형식을 두고 서술하지 않았다.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주제를 체계와 순서에 관계없이 과제별로 나열하였다. 읽는 분들이 감안해서 읽어주기 바란다.

    올바른 평가만이 오류의 반복을 막는다

    1. 전노협 활동을 함께 했던 한 동지를 만났다. 전노협을 건설하던 시대로 돌아가 이제는 과거의 역사가 되고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들을 되살리며 무용담을 나누었다.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헤어질 무렵이 되어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내가 뭘 알아야지” “운동을 그만 둔지 언젠데, 말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가 파할 때가 되어 밑도 끝도 없이 “민주노총도 민주노동당도 완벽주의자들만 있는 게 문제지.” 라는 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2. 진보신당은 지난 확대운영위원에서 진보정당 10년의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평가팀 구성을 결정하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환영한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올바른 평가만이 반복되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기왕 마음먹고 시작한 것인만큼 성역 없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아전인수식이 아니라 객관화된 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평가는 반드시 대중적으로

    3. 평가 주체를 구성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당 활동과 사업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일체 평가 팀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철저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실관계 등 평가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계자들을 청해 의견을 청취하면 된다.

    4. 평가는 반드시 대중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과 현장에 토론문화가 실종된 상태이고 조직도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시 몇 사람들이 목청을 높이고 어렵사리 문안을 작성하고는 자료실에 보관되고 만다면 반복학습은 필연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곰을 잡을 때 곰이 자주 지나가는 길목의 나무에 줄을 매달아 큰 돌덩이를 달아둔다고 한다. 곰은 비켜가지 않고 돌덩이를 치우기 위해 몸으로 들이받다 결국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고 한다. 이를 ‘우직한 곰의 미덕’이라고 칭송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새로운 당 건설 시작은 빨리, 결성은 천천히

    1. 진보신당은 총선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당등록은 하되 총선 이후에 재창당을 하기로 하고 만든 한시적 성격을 지닌 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총선이 지난 지금은 진보신당의 성격과 위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재창당 문제를 놓고는 갈등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재창당을 둘러싸고 대체로 세 개의 의견으로 나뉘는 데, “지도부 신속한 결단이 필요할 때”라는 조현연의 조기창당론과 “조직정비-제2창당 병행 추진한다”라는 장석준의 단계적 창당론 그리고 “빨리 가서 뭘 어쩌자고?”라는 이근원의 신중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재창당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논쟁이 오래가게 되면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고, 특히 대중들로부터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재창당은 진보신당에 살 좀 붙이자는 말

    2. ‘재창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이다.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분당을 할 때 광범위한 제세력을 모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진보신당은 총선을 위해 정당등록은 하지만 연대회의의 성격을 지닌 한시적인 정당이라고 하였던 점에 미루어 볼 때 재창당이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하여야 한다고 본다.

    왜냐면 재창당이라는 용어는 어떠한 미사여구를 가져다 치장을 해도 진보신당에 살을 좀 더 붙여보자는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래서야 누가 함께 하려고 하겠는가?

    진보신당의 재창당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진보정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당’(앞으로 만들려고 하는 당은 새로운 당으로 칭한다)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3. 시기에 관해서는,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제안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공개적으로 제출되고 바로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 좋다. 당을 제대로 만들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착실하게 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만약 새로운 당을 함께 만들어 갈 주체들이 조기에 구성될 수만 있다면 평가까지도 그 단위에서 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새로운 당을 함께 만들어 갈 주체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데도 충분한 여유를 두고 진행하여야 한다.

    창당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모든 위험 가능성을 점검하고 충분한 예방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중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최대한 합의과정을 통해 새로운 당은 탄생되어야 한다. 빨리 시작하자는 것이 당 결성을 빨리하자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당 건설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건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진보신당은 새로운 당 건설에 관한 입장을 밝혀야

    1. 진보신당 대표는 당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창당과 관련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 차원의 일정한 합의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개인의 의견인지는 모르겠으나 <레디앙>에 실린 노회찬 대표의 재창당 문제와 관련된 글을 보면 그는 ‘진보정당 10년에 대한 평가와 반성 위에 이념과 활동양식을 재정립해야’ 하고, ‘자주와 평등의 이념을 재구성하고, 평화, 생태, 문화 등의 의제에도 천착해야’ 하고, ‘조직율의 하강, 비정규직의 확산, 형식적인 산별의 한계의 상황에서 대기업 노동운동에 기반 한 과거의 진보운동을 극복하여야’ 하고, ‘정파 체제를 타파하고 다원주의를 제도화하여야’ 하고, ‘선거를 통해 권력에 접근하고, 대중 속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체화해야’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주목하고 있는 대중들의 관심을 채우기에 부족할 것 같다.

    2. 진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또는 생활의 영역이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 간다는 의미로 사물에 대한 가치와 변증법적 발전과정에 따른 인간의 실천 형태까지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물에 대해 절대적 가치기준을 제시하거나 행위양식을 규범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보란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진보정당이라 하여도 목적하는 바와 강령의 수준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 공식 입장 어려우면, 대표 입장이라도 나와야

    3. 진보신당 내에도 새로운 당은 계급적 성격을 더욱 강화해서 ‘노동자의 힘’이나 ‘노동전선’ 등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그 반대로 다양한 시민운동세력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유연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당내의 사정 때문에 새로운 당의 성격에 대한 적극적인 토론이 자제되고 있는지 모른다. 함께 당을 만들어보자 라고 한다고 해서 지금 참여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동당도 함께 하지 않았던 여타의 정치세력이 선뜻 함께 하기로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을 만들 당시에는 “진보정당을 만들자”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하자”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관심과 참여를 조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당 활동의 경험을 하였고 또 계급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이 있는 등 상황과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계급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할 것인지 더 유연한 쪽으로 할 것인지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가 어렵다면 대표들의 입장은 나와야 한다. 그래야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다.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현실적인 방법은 당의 중심토대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 먼저 설정하고 그 다음 기반을 어떻게 넓혀 나갈 방안을 만들 것인지를 강구하는 것이다.

    어떤 세력을 정치적 기반으로 공고히 세울 것인가를 먼저 설정하고 그 다음에 토대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산으로 가자는 것인지 바다로 가자는 것인지, 산으로 가자면서도 바다로 갈 것 같기도 하고 바다로 가자면서도 산으로 갈 것 같기도 하다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떤 세력과도 함께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당은 ‘계급적 대중정당’으로

    1. 나는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 정파연합 성격의 당이 아니라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적 대중정당’으로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진보정당을 안정적으로 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동지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의견을 철회하였다.

    그로부터 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새로운 당은 계급적 대중정당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 한국사회에서 파생되는 모든 고통은 자본주의로부터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자본주의에 의해 생겨난 모순은 자본의 대척점에 서 있는 노동계급에 의해 극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근본변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얼마나 계급으로 당의 중심에 일으켜 세우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으며, 새로운 당은 이 점에 대해서 보다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3. 한국사회는 87년으로부터 20년을 경과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다 진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속적으로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분단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배와 착취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공교육의 기반은 회복불능 상태까지 내몰리고 있고 그나마 취약하던 의료의 공적기반은 완전히 와해돼버렸고 의료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철도, 전기, 가스, 수도 등 국가의 공적기반 전체가 사적자본의 수준으로 들어갈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 변화되고 있는 이 모든 상황들은 진보주의자들이 만들려고 하는 사회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계급적 타협의 여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본은 모든 계급적 타협을 배제한 채 끊임없이 자본의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착취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계급적 양보나 계급적 타협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다. 새로운 당은 민주노동당보다 계급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정책 또한 지금보다 더 진보적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방비 얼마 줄이고, 부자들에게 세금 더 거두고해서 무상교육, 무상의료 하겠다는 것보다 초중고학교는 전면 국유화, 사회화, 공공화 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조세제도를 고치자는 것이 더 원칙적인 대응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더욱 설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 상황 계급적 타협 기대 불가능

    4. 새로운 당에 계급성을 더 강화하자는 데는 노동자정치세력화 실패에 대한 뼈아픈 반성의 정신과 나아가 진정한 노동의 헤게모니를 형성하자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노동자라고 해서 모두가 계급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급노동자는 권리보다 책임과 의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급노동자는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앞서 계급적 이해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급노동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 발전시키고, 아는 것만큼은 반드시 실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를 얻고, 이 힘들이 당을 발전시켜나가는 기본 동력이 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노동의 헤게모니라고 생각한다.

    5. 오늘의 사회는 다원주의 사회다. 다양한 세력과 집단들이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서로가 독립적이기도 하고 이런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세력들을 어떻게 당의 중심으로, 주변으로 많이 세우느냐 하는 것은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계급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배타적인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힘의 진실성은 더욱 개방하고 더욱 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바다는 육지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수십만 갈래의 크고 작은 물줄기를 어느 것도 배척하지 않고 다 품에 받다 안는다. 그러면서도 바다는 변하지 않는 바다로 존재한다.

    노동계급의 힘은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당은 많은 세력과도 함께 공존하기 위해 대중정당이기도 하여야 한다.

    6. 계급적 대중정당이라 함은 당이 변혁을 이루어 나가는 한 과정으로 국가권력을 획득해야 하는데 국가권력을 획득하는 방안으로 선거를 전술적 수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급진적인 변화의 상황이 올 수 있다. 대중들의 역동성은 일정한 조건과 맞물리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가능까지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선거의 덫에 걸리는 것은 철저히 경계를 해야 하겠지만 선거가 국가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유력한 방책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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