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텐트 가지고 나올게요"
        2008년 05월 30일 07: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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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은 이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사진=뉴시스)
     

    29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장관고시는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저항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87년 6월 항쟁과 유사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브레이크 없는 구식 불도저’ 이명박 정권의 밀어붙이기가 이런 분노와 저항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

    브레이크 없는 구식 불도저

    5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규모 가두 시위가 이뤄졌다. 서울뿐이 아니다. 같은 시각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1만 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집회에 이어 오는 31일 토요일에 최대 10만명이 모이는 ‘집중 촛불문화제’를 갖는다. 민주노총도 대정부 전면 투쟁에 나섰다. 국민들이 제 손으로 뽑은 권력에 의해 걷어 차였다.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날 가두 행진의 대열은 서울시청 앞에서 시작해 종로 4가까지 끝이 안보이는 대장관을 연출했으며, 그중 일부는 청와대 앞까지 진출하기도 했으나 전경의 봉쇄를 뚫지 못했다.

    가두 행진은 참여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공식적으로 진두지휘한 첫 가두행진이었으나, 시민들은 대책위의 지시를 거부했다.

       
      ▲종로에서.(사진=뉴시스)
     

    시위대와 구경꾼의 경계가 무너진 공간

    깃발 아래 통제하는 사람도 통제받는 사람도 없는 행진이다보니 경찰의 저지에 막혀 시위대의 행선지가 오리무중에 빠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논쟁과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시민들 스스로 답안을 만들어 갔다.

    그러는 사이 따로 또 같이 지나가는 버스안 승객과 시위대, 인도 위를 걷는 시민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인간띠를 만들었다. 행진을 구경하다가 시위대에 참가한 최광훈(32)씨는 “퇴근하는 길에 가두 시위가 보이길래 냉큼 합류했다”며 “내일 출근 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하지만 이런 멋지고 역사적일 수 있는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장관에 NHK, 아사히, CNN 등도 새벽이 넘도록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며 촛불문화제 상황을 자세히 취재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장관 고시가 강행되면서 경찰도 이날 아침부터 도심 곳곳에 모두 105개 중대(1만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세종로 사거리 부근 차도와 인도를 철통 봉쇄해 일대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그간의 대규모 연행이 부담스러웠는지 어제에 이어 이날도 경찰은 강압 작전보다는 시위대의 자진 해산과 귀가를 유도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우려했던 대규모 충돌이나 무더기 연행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3명을 연행해 2명을 훈방조치 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전경 버스의 타이어 파손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 또 실신 등 2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정확한 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엄마와 함께.(사진=뉴시스)
     

    외신들도 관심 갖기 시작

    시민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밤 8시30분께부터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고시 철회를 촉구하며, 을지로-보신각-종로3가 -을지로3가- 광화문 사거리 등지에서 자정이 넘는 시각까지 오랜 행진을 벌였다.

    시위 대열 중에는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카메라와 사인, 핸드폰 카메라 공세에 ‘시달리고’ 있던 심 대표는 “80% 민심을 거스르다 보면 독재밖에 없게 된다”며 “그런 공권력에 맞서 가진 게 핸드폰 밖에 없는 저 시민들을 폭도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다 막히면 앉아서.(사진=손기영 기자)
     

    다시 세종로 앞 광화문 사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여저저기 흩어져 삼삼오오 모여앉아 향후 문화제의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즉석 콘서트를 열며, 춤판을 벌이는 등 제각각 하고 싶은 대로 다양한 방식의 연좌 농성을 벌였다.

    신나는 기타소리에 맞춰 춤을추던 진보신당 홍보대사 김부선씨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말 위험한 사람은 저기 청와대에 있는데 오히려 (대마초를 피우는)우리를 잡아가지 않나? 미국에서도 대마초는 과학적으로 마약이 아니라고 판명나고 있는데 왜 그것은 미국을 따르지 않는가?”라며 "원래 1%의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 경찰 진압으로 ‘축제’ 끝나

    그러나 이같은 축제는 새벽 1시30분께 경찰력이 강제 진압을 시도하면서  끝났다. 경찰은 남은 600여명의 시민들을 제 각각 고립 분리시켜, 인도로 밀어내고 오전 3시께 차량 통행을 정상화시켰다. 결국 경찰에게 완전히 포위된 대다수 시민들은  인도로 밀려 산발적인 몸싸움을 하고,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으나 심각한 부상이나 무더기 연행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거리에 남아 있던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그간 정치인으로서 신중하게 대응해왔으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30일) 아침에 심상정 대표와 함께 정치권에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 문제를 주권과 관련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의 힘으로는 끌 수 없는 촛불들.(사진=손기영)
     

    길을 나서는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내일 또 봐요", "내일 올 때는 텐트를 가지고 올께요"라는 등의 인사를 전하며 스물 세번째 촛불 문화제를 기약했다.

    이에 앞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는 여전히 자유발언 신청이 쇄도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발언이 주를 이었다. 직장인 이현석(33)씨는 "졸속으로 협상을 해놓고 반성하지 않은 채 결국 고시를 강행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앞서 두 번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오늘은 굉장히 비감하다"며 "경찰이 행진을 막아선다면 경찰과도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벼운 맘으로 참여했지만, 이제 비감하다

    이날도 무대에 올라 피날레를 장식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장관고시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며 "이제 여러분들이 들고 일어나 전국민이 함께 해야한다. 내일 7시부터 9시까지 모든 가정 촛불을 켤 것을 제안한다. 인터넷 전문가인 여러분이 널리 소문을 퍼트려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다 연행됐던 시민 1백6명이 30일 전원석방된다. 검찰은 29일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분산 조사를 받고 있는 1백6명의 연행자 가운데 1명을 훈방하고 88명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17명은 즉심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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