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겨야 애들한테 덜 미안할 거 같아요"
        2008년 05월 29일 0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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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윤종희 조합원과 남부지역지회 구자현 수석부지회장이 서울 구로역 북부광장 앞에 있는 25m 높이의 폐쇄회로 철탑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 임시철탑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인 데 이어 두 번째다.

    1차 고공농성 후 기륭전자분회는 서울노동청의 중재로 두 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기륭자본은 전혀 진전된 안을 내지 않았다.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수행단에 포함돼 중국으로 날랐다.

    지난 19일로 파업 1000일. 그러니까 1007일째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다시 고공농성을 선택했다. 경찰은 철탑 아래 매트 등을 깔아놓고 내려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고공농성에 나선 조합원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낼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각오다.

    기륭전자 투쟁의 맏언니인 윤종희 조합원(38)은 두 아이와 남편을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공농성을 선택했다. 남편에게는 얘기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회사에서 일이 있어서 당분간 못 들어온다”고만 말했다.

    27일 밤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쳤다. 비닐을 둘러 쳤지만 한쪽에 비가 떨어졌다. 다리조차 뻗을 수 없는 좁은 공간에 비까지 피해야 하고, 천둥 번개에 떨어야 하는 밤이었다. 그런데 그는 털털 웃으며 “저는 버틸 만 했는데 아래에 있는 동지들이 더 걱정이 많았나 봐요. 문자 오고, 전화 오고. 밤새 걱정을 많이 하고, 잠을 못 주무시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 농성 중인 기륭전자 노동자.
     

    – 올라갈 때 두렵지 않았나?

    = 별 생각 없이 잘 올라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절대 떨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올라갔다.

    – 고공농성을 시작하자 전국에서 많은 동지들이 달려오고 있는데…

    = 27일에는 구미에서 코오롱, 한국합섬 동지들이 달려왔다. 철도에서도 서울차량이나 여기저기서 아는 동지들이 오고, 지역 동지들, 비정규직 동지들, 민주노동당, 단체, 노동조합이며 다 왔다.

    가까우니까 지역의 동지들이 제일 먼저 달려왔고, GM대우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그 다음에 왔다.

    28일 저녁에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갰는데 저녁 문화제 때 진보신당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

    – 1000일 투쟁 때도 그랬지만 기륭 동지들의 투쟁에 특히 연대하는 동지들이 많은 것 같다.

    = 같은 마음일 것이다. GM 비정규직 동지들이 거리상 가깝기도 했지만 얼마 전까지 고공농성을 했었고, 하는 사업장, 한국합섬이나 코오롱 동지들은 고공농성 첫날 지역에서 일이 있어서 못 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투쟁하는 사업장들은 같은 마음이다. 남의 일이나 연대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조합원의 마음으로 달려와 주었다.

    – 그동안 기륭전자 동지들이 보여줬던 연대가 얼마가 컸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 연대를 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힘을 준다는 것보다 힘을 받는 게 더 크다. 사람들은 힘을 주러 가지만 막상 가면 힘을 받고 온다. 단순히 대규모로 조직된 집회, 집회를 위한 집회를 하는 것과, 투쟁하는 사업장에 연대하는 차이는 규모의 차이보다 마음을 받아들이는 차이다. 몇 만명이 모여도 집회를 위한 집회를 하면 후회가 되지만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사업장에 가서 혼신을 다해 투쟁하고 오면 그것은 단순히 내가 도움을 주러 왔는데 가져가는 게 훨씬 많은 것 같다.

    – 광우병 쇠고기 촛불 가두투쟁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시청 앞 투쟁에 정말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비정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특히나 여성 노동자들이 1천일 동안 싸우고 있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각계각층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KTX, 이랜드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확인됐고, 또 1천일동안 투쟁하는 노동조합도 있구나 하면서 광우병 쇠고기만큼이나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 두 차례 교섭에서 회사는 어떤 입장이었나?

    = 우리는 죽어도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륭전자가 제조업이라고 하는데 라인이 구성되지 않고는 제조업이라고 할 수 없다. 회사 측에서는 1차 고공시위 직후에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 일이 잘 되면 6월 라인에 가동시키겠다고 했는데 2차 교섭 때는 12월을 얘기했다. 그것도 될 지 안 될지 하면서 농성을 멈추고 교육을 받으라고 했다. 12월이 될지 안 될지 얘기하는 건 돈으로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목적으로 1000일을 싸운 건 아니다.

    – 회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회사는 당연히 해야 할 걸 1천일이나 넘게 아무것도 않은 것이다. 수백 명의 일자리를 앗아가 놓고 돈 500만원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것은 엄청난 죄악이다. 회사는 알 것이다.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수 없다. 진정으로 도의적 책임을 이행하는 게 어떤 건지 책임져야 한다. 회사가 바라는 대로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 그것이 그나마 회사가 발전하는 길이고,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 지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싸우고 있다.

    = 청계천의 목소리는 국민들 분노다. 이명박 정권은 진짜 최단기 탄핵당하는 정권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이행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이명박 탄핵이 1년도 가기 전에 현실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2학년인데 대통령이라고 부르기 싫다고 한다. 다른 애들이 다 그런다고 한다.

    – 금속노조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금속노조가 임단협 시기니까 그 지점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작년에 15만 산별 전환하고 대공장 정규직 중심으로 고민이 가 있는 것 같다. 산별노조 희망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향후에 조직해야 할 대상들이 15만을 넘어 훨씬 더 많은 중소영세비정규직이다. 단순히 작은 사업장, 몇 명 안되는 사업장이 아니라 우리 미래에 조직해야 할 대상들의 희망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투쟁하면서 단순히 기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어느 회사도 안정되게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 돈 문제로 떠난 조합원들이 길게는 1년 짧게는 2~3개월짜리로 일하고 있다. 우리 투쟁이 비정규직의 희망이다. 중앙교섭 쟁취도 중요하고 대공장 요구를 받아 실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쟁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 기륭 동지들이 1000일을 버틴 힘은 무엇인가?

    = 우리 조합원들 원망을 잘 안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오히려 내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우리 금속노조는 우리한테 뭐 해주는 게 없다 그러면 희망이 없다. 낙관적인 사고,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 단순한 게 최고다.

    –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눈물 난다. 부모 마음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식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먹먹하고, 잘 해줘도 애잔한 게 부모인데, 투쟁한다는 이유로 4년 동안 해주지 못했다. 작은 아이가 6살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고, 큰 애는 한참 사춘기인 중2다. 엄마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늘상 잘 못해줘서 미안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엄마가 정말 이 투쟁을 포기한다면 애들에게 더 큰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포기 못한다. 그냥 끝나면 4년 동안 잘못한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에게 미래라도 희망을 주는 것이 그동안 못했던 것을 갚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미안해서 투쟁을 더 절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투쟁을 승리해야 애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상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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