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부 공무원 "국민 건강 훼손 굴욕협상"
        2008년 05월 27일 03:5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명박 정부의 한국산업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가 ‘한반도 대운하 양심선언’을 해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협상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공무원이 지난 26일 저녁 조합원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쇠고기 협상을 "졸속적인 협상"이라고 규정하고, 재협상을 요구해 파문이 예상된다.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자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농림수산식품부지부 이진 지부장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과 아주머니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절절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며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앞에 나가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양신 선언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발표를 자제해 달라는 기관측의 지속적인 부탁, 협상담당 주무부처 당사자이자 동료이기도 한 직원들의 사기 및 협상내용에 대한 정보 부재, 나아가 노동조합의 지부장으로서 우리 지부에 닥칠 탄압과 어려움등을 고민해야하는 저로서는 무한한 갈등을 겪어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협상은 한마디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협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협상결과에 따르면, OIE규정에서도 광우병 위험물질로 권고한 것을 우리는 빠뜨리는 협상, 미국 자신도 학교급식용으로 금지하고 있는 AMR(선진회수육)을 우리는 수입하겠다고 하는 협상, 심지어 광우병이 발생해도 그리고 검역과정에서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발견 되어도 수입금지를 하지 못하는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강화된 사료조치의 강화된 내용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풀어주는 협상 등 미국 자국법에 의한 쇠고기 정의를 따라야 하는 협상에 대해 더이상 어떻게 말씀드리기도 구차한 내용이 너무 많다"고 개탄했다.

    그는 "조금 더 세부적인 예를 들면, 협상결과에 미국도축장 승인권한을 90일까지만 우리 정부가 갖고 이후부터는 미국이 갖게 되어 있는데, 이는 OIE규정은 물론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SPS(동식물위생협정)상 동등성-상대국이 인정한 도축장 인정 등을 내세우나, 이는 그간의 협정내용과 전혀 다른 것으로 ‘95년 WTO 가입이후에도 승인 권한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었고(미국의 작업장 지정 통보에 따라 현장점검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승인) 이러한 조항은 우리정부가 작업장 지정을 취소할 권한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소당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둘째,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인정된 지난 해 5월 이후 협상을 한 멕시코는 살아있는 소를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금지했고,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7월 미국과 새 수입위생조건을 합의하면서 척추뼈 전체를 수입금지 품목인 SRM으로 분류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러면 최근 협상을 한 멕시코 말레이시아는 물론 일본, 대만에서는 OIE 규정도 모르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국민의 안전을 지나치게 염려해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OIE에서 정하는 통제국가 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장관은 알기나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이렇게 자괴감이 많이 든 시기는 처음이다. 아마도 많은 우리부 동료들도 그러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 그분들에 대한 이해를 부탁드린다"고도 말했다.

    그는 "아울러 저의 이번 입장발표는 협상과정 자체에 대한 것이지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따라서 본의 아니게 ‘수입되는 쇠고기 안전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라는 지나친 비약으로 발전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당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민주공무원노조 6만 조합원은 온갖 위협과 협박 속에서도 ‘참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농식품부 이진 지부장을 온몸을 던져서라도 보위하고 양심선언의 당사자의 신상을 위협하는 정부의 어떠한 조치에도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같은 글이 이날 오후 다음 아고라 토론방등을 통해 네티즌에게 알려지자 지부 홈페이지에 격려의 댓글이 달리고, 다음 아고라에서는 ‘이진 공무원 지키기 청원’이 제기되며, 추천 베스트  토론글에 오르는 등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누리꾼 ‘잃어버린 왕국’씨는 "용기있는 희생이 존경스럽다"면서 "그런데 님께 닥칠 후환이 되도록이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일로 어려운일 격게 되지 마시길 마음속으로 빈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