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소한 러시아 혁명사
        2008년 05월 27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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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의 시간(교양인)』은 러시아혁명 당대의 신문기사와 문서, 회고록 등 1차 사료를 르포 식으로 풍부하게 전한다. 이에 대해 저자 라비노비치(인디애나 대학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사실이 스스로 말하도록 했다”고 자평하고, 그런 특성 때문인지 1989년 소련에서 출간된 최초의 서구학자 혁명 역사책이 되었다.

    그런데, 『혁명의 시간』에 나와 있는 러시아혁명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처럼 생소하다. 우익으로부터 들어왔던 정설, 예컨대 “러시아혁명은 사실 쿠데타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과도 다르고 “너무 너무 훌륭한 지도자들과 철의 규율을 가진 당이 혁명을 이끌었다”는 ‘공식 좌익’의 시각과도 다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러시아혁명관은 그것이 ‘대중혁명’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볼셰비키당에 대해서도 과거의 통설에서 완전히 벗어나 ‘민주적인 대중정당’이라 보는 데서 드러난다.

    “볼셰비키의 경이로운 성공은 적잖이 1917년에 당이 띤 성격 덕택으로 돌릴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염두에 두는 것은 … 레닌의 대담하고도 결단성 있는 지도력이나 … 흔히 언급되는 볼셰비키 조직의 통일과 규율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 전통적인 레닌주의 모델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 내부적으로 비교적 민주적이고 관용적이며 분권화한 당의 구조와 작동 방식,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당의 성격을 강조하고자 한다.

    … 당 구조가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하고 당 전술이 대중의 분위기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9월 후반기에 나타난 것이다. 이때 당 지도자들은 레닌의 시의적절하지 못한 즉각적인 봉기 호소를 못 들은 체했다.”

    이런 시각은 볼셰비키의 성공 요인을, 그들이 대중의 마음을 읽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식의 평가에서 가장 극명하게 확대된다.

    저자에 의하면 볼셰비키가 “평화, 토지, 빵”,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같은 강령과 슬로건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인데, 이런 평가가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혁명의 시간』이 그리고 있는 볼셰비키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따라하기에 적당한 ‘현대정당’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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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알렉산더 라비노비치 ALEXANDER RABINOWITCH

    라비노비치는 볼셰비키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계 러시아인 집안 출신이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그는 처음에는 대다수 역사학자들처럼 10월혁명을 쿠데타로 보는 보수적 시각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수많은 1차 사료를 분석하며 러시아 혁명을 엄정하게 연구하다가 1917년의 ‘진실’을 알게 되고 마침내 10월혁명을 평등을 목표로 삼은 진정한 대중 혁명으로 보게 되었다. 볼셰비키의 10월혁명을 다룬 최고 연구서라는 명성을 얻은 《혁명의 시간》은 소련에서 최초로 번역 출간된 서구 학자의 10월혁명사 연구서이다.

    1956년 일리노이 주의 녹스칼리지를 졸업하고, 1961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65년 인디애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디애나 대학 역사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명예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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