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천히 느긋하게 가고 싶다
    2008년 05월 26일 04: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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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레디앙> 편집국장의 원고 압박에 이거 또 욕먹을 글을 쓰지 않을까 머리가 묵직하다. 이근원의 글을 읽었다. 솔직히 장석준, 조현연의 문제의식에 동조하는 터라 이근원이 진보신당호에 타지 못하는 이유가 마뜩치 않았다. 그러나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된 당을 만들자는 주장이니 시비를 걸기도 힘들다.

시비 걸기 힘든 이근원의 불참 이유

특히 진보신당 당원을 조직적 방침에 의해 모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며 “대중조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조직적 결정이 없는 한 활동에 한계가 있다. 대중적 물줄기가 터지지 않는 한 힘들다”는 얘기는 필자도 대중조직에 몸담아 보았던 사람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진보신당에 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더라도 ‘노건추’와 같은 조직을 매개로 진보신당의 흐름과 함께 하겠다는데 뭘 더 어쩌겠는가?

사실 노동이 문제다. 분당사태 이후 민주노총 내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논란은 잠복해 있다. 이런 상태로 총선이 치러졌고, 민주노총 소속 노조 간부들은 현장 조합원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와 무관하게 민주노총의 조직적 방침에 구속되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견지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총연맹의 방침이 관철되지 않았고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진보정당의 분당에 따른 현실적인 정치방침 변경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총연맹이 이런 변화된 조건을 무시함으로써 스스로 지도력을 실추시켰다.

총선 직전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주최한 토론에서 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에 따른 대중조직으로서의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 핵심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변경해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타적 지지 철회? 불감청 고소원

민주노총이 대중조직으로서 ‘정치세력화’ 방침을 견지한다면 배타적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방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따라서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라는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조합원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다. 세액공제 후원 또한 진보정당 중에서 조합원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이런 주장은 그냥 묻혀버렸다. 이 얘기는 이근원의 대중적 물줄기는 튼다는 고민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되살려 본 것이다.

그러나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감히 청하진 못하지만 간절히 소원한다고 했던가? 필자도 노동조합의 조직적 지지를 기대하긴 하지만 사실 불감청이다.

이것은 노동자 대중조직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당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일면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계급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조직적 지지에 안주함으로써 결국 당의 지지율이 정체, 하락한 원인이 되었다는 뼈아픈 자성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실패도, 단병호 전의원이 말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도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돌파하는 전망과 계획을 가져야 한다. 이 문제는 비단 노건추만의 고민이 아니라 진보신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보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연대전략을 부활시켰다.

소득연대전략과 사회연대전략

필자는 소득연대전략을 비롯한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노동정치’가 보다 더 진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를 정치의 주역으로 세우기 위한 과정이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했을 때 노동운동의 재구성, 재구조화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지 않는가?

‘빨리 가서 뭘 어쩌려구?’ 나도 느긋하게 천천히 가고 싶다. 아예 푹 쉬고 싶다. 그러나 진보의 재구성을 마냥 늦출 수만도 없지 않은가? 토론이 필요하면 토론하면 된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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