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화문이 아니라 대국민협박문”
    By mywank
        2008년 05월 23일 01: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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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발표된 가운데, 이날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다섯 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광우병 괴담’의 확산과 정부의 홍보부족 탓으로 돌린 대국민담화 내용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릴 또 속이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김진복 씨(45)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은 대국민담화문이 아니라, ‘대국민협박문’ 같다”며 “자신이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 다 아니까, 잘 모르는 국민들은 조용히 시키는대로나 따라오라는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가 있었던 22일 청계광장에서는 열다섯 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일부 보수언론들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이 ‘진심이 담긴 사과’라고 표현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하지만 그런 게 사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소리’도 존댓말이 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최선진 씨(27)는 “국민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라며 “단지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걱정 없이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줄 알면서도, 그 일은 하는 것은 나쁘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도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TV에 나와 촛불문화제에 나오는 학생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지만, 이를 지켜본 우리 엄마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런 말을 하는 이 대통령이 더 걱정된다’고 맞받아쳤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7,000여 명(경찰추산 2,500여 명)이 모인 이날 촛불문화제의 주제도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였다. 행사에 참여한 정당·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내용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오늘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했는데, 이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하는 진심어린 사과냐”며 “그가 ‘광우병 괴담 때문에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지만, 광우병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과연 ‘괴담’밖에 안 되냐”며 비판했다.

    박 공동상황실장은 또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미FTA 비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본인의 탓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변여건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장관고시를 강행하면, 언제라도 청계광장에 다시 모이자”고 강조했다.

    김덕윤 전국여성농민회장은 “시민들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염원하는 촛불을 들 수 있어, 오늘은 외롭지 않다”며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전국 곳곳에 촛불을 밝히자”고 촉구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촛불은 깜깜할수록 밝게 빛난다”며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했지만, 우리의 식탁의 안전이 여전히 깜깜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이명박 정부는 장관고시를 할 거냐 안할 거냐, 두 가지 선택만 남았다”며 “장관고시를 연기만 하면 현재의 위생조건이 계속 이어지고, 갑갑해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만약 정부에서 장관고시를 발표하면, 그 순간 이명박 씨는 국민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축산업자들의 대통령이 된다”며 “이런 대통령이 되기 전에 국민들의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재협상을 위해 미국과 ‘맞장’ 떳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수가  줄었다. 맨 아래 사진은 한미 쇠고기 협상 백지화를 위한 ‘100인의 합창단’ 공연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열다섯 번째 촛불문화제에는 무대 위에 걸린 현수막에 그려진 ‘촛불소녀’가 무색할 만큼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신 이날 오후 여의도 광장·광화문 주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를 가진 농민·빈민단체 회원들과 30·40대 직장인들이 학생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게 된 데에는 경찰과 교육당국의 강화된 단속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학생들을 탄압하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을 향해 “아이들이 무슨 죄냐, 어른들이 지켜주자”고 외쳤다.

    박정길 씨(63)는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있으며, 그런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며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을 못나오게 하는 ‘나쁜 어른’들이 있으면 나한테 데리고 오라”고 강조했다.

    이준일 씨(36)는 “나도 어른이지만 촛불문화제에 나오는 학생들이 탄압받는 현실이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이 문제뿐만 아니라, 0교시 수업·영어교육 강화 등 우리 10대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이 발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끄럽지만, 10대 학생들에게 ‘지못미’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조동백 씨(52)는 “민주주의를 어렸을 때부터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10대 학생들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며 “촛불문화제 역시 10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현장학습’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도 시민들의 ‘자유발언대’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전 촛불문화제에 비해 발언자의 숫자는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자리에서 한 여고생은 “조중동은 아직까지 불을 켜고 신문을 내보내고 있느냐”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마이동풍’처럼 생각하는데, 지금이라도 불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 희망으로 기자를 꿈꾸고 있는데, 앞으로 기자가 된다면 지금 여기 나와 있는 여러분들을 위한 기사를 쓰겠다”고 발언해 시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락밴드 <더 문>의 ‘2mB 블루스’, 힙합그룹 <실버라이닝>의 ‘꽃들에게 희망을’, 농민그룹 <청보리사랑>의 ‘짠짜라’ 등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특히 레게밴드 <윈드시티>의 공연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윈드시티>의 연주에 맞춰 무대 앞까지 나와 춤을 췄고, 나이가 지긋한 농민들부터 젊은 대학들까지 한데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또 행사 마지막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 백지화를 상징하는 ‘100인의 시민합창단’의 공연이 진행되었고, 망국적인 쇠고기 협상문을 시민들이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3일 저녁 7시에도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열여섯 번째 촛불문화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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