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이 만든 추가교섭 촛불 못 끈다"
    By mywank
        2008년 05월 20일 05: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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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은 한미 통상당국의 교섭 형태로 추가 협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추가 교섭이 가능케 한 촛불의 힘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교섭의 실질적인 양 당사자가 됐다. 부랴부랴 소리소문 없이 ‘추가 협의’를 마친 이들이 발표한 결과는 하지만 국민들이 스스로 촛불을 끄게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는 20일 오후 2시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될 경우, 우리나라는 ‘GATT 20조’와 ‘WTO SPS(동식물검역협정)’을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미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에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 한미 통상당국의 쇠고기 추가협의 결과를 발표하는 김종훈 본부장.(사진=뉴시스)
     

    정부는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했으나, 한미간 기존합의문에서는 수입이 허용된 척추의 횡돌기 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도 수입이 금지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추가 지정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수의사연대 "턱없이 부족한 수준"

    이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이같은 기준을 위반됐을 경우에는 한국 검역당국이 수입위생조건 23조, 24조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수입위생조건 23조는 쇠고기 반송 및 검사비율을 증대하는 것이고, 24조는 2회 이상 이를 위반 했을 때 검역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추가협의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미 무역대표부(USTR) 슈전슈워브 대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서한을 교환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또 기존의 합의문은 손대지 않고 ‘별도의 문서’로 내용을 보장하는 형식을 취했다.

    정부가 발표한 추가 협의 내용은 이미 예상됐던 내용으로, 기존 합의안의 본체는 건드리지 못한 채, 무섭게 번져나가는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크게 빗나가지 않은 수준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에 대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는 “이번에 미 FDA 기준에 맞게 척추의 횡돌기 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등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으로 추가 지정했지만, 이는 국제수역사무국과 EU기준에도 한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사안 테이블에도 못 올려

    홍 대표는 “EU는 12개월 이상된 소에까지 광우병위험물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번에 추가된 척추의 횡돌기 측돌기는 EU에서도 제일 위험한 광우병위험물질로 구분하는 최저기준”이라며 “이번 추가협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을 지키는데 매우 미흡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추가협의는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문제, 미국의 사료조치 강화문제, 미 도축 작업장에 대한 검사권 보장 등 핵심적인 사안은 테이블에 올려지지도 않았다.

    국민대책회의는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어 “14일 고시 연기에 이어 ‘재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사실상 ‘재협상’을 통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입장 변화를 보인 점은 촛불을 든 국민의 승리“라며, 그러나 이번 추가협의안 발표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확보라는 근본적 대책이 절대 될 수 없다“고 정부 발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두 가지 조치는 “검역주권의 회복을 위한 조치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으로부터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조치도 결코 아니다”라며 정부의 땜질식 재협상 운운에 대해 비판하였다.

    대책회의는 또한 4월 18일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령 이상의 나이든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포기한 점, △검역주권을 포기한 점 등 추가 협의 결과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민대책회의,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대책회의는 이어 △미국의 사료규제조치가 광우병 교차오염을 막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료조치를 관보에 공포하기만 하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 △선진회수육, 혀, 곱창 등 광우병 위험물질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광우병 위험이 높은 부위까지 수입하기로 한 점 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회의는 “이명박 정부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5가지 문제를 그대로 놓아둔 채 지엽적인 몇몇 문구를 수정하는 정도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려 든다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20~22일과 24일 열리는  대규모 집중 촛불문화제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 한용진 공동상황실장은 “가장 중요한 30개월 이상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문제 등을 추가협의 과정에서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겨우 양측에서 부수조항 같은 것을 편지형식으로 주고 받은 뒤, 이를 ‘명문화’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촛불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협상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의 발표내용이 알려지자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야당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검역주권 행사에 관해 달라진 것도 없고 굴욕 조항도 그대로다”라며 오늘 발표된 추가협의를 “국민을 기만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20일 천영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17~18대 국회의원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내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천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국민적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재협의, 추가협의를 했다고 호도하고, 광우병 위험이 해소된 것처럼 거짓말하지만 광우병 위험은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협의도 내용과 형식에서 실망스러운 것으로 검역주권이 명문화되었다고 하지만 광우병이 발생해도 정부가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입중단은 물론 어떤 검역조치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 기만, 야당 무시

    강기갑 의원은 “이렇게 정치권을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와 여당의 작태를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한미FTA 비준해 달라고 만나자고 하길래 내용 얻어온 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것은 계란에 노른자, 찐빵의 앙꼬도 찾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 11인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회 농해수위는 과반수 의원들의 위원회 개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보이콧에 의해 개최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은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도 상임위조차 거부하는 상식 밖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면전환-여론무마용 시간 벌기 쇼”라고 비판하고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등의 광우병 핵심 안전조치가 빠져 있는데다, 논란의 핵심인 5조를 그냥 놔둔 채 서한교환 형태의 보완조치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미국 도축장 등에 대한 승인권과 취소권이 빠져있고 30개월 이상 소 등뼈의 횡돌기 등 일부 SRM 부위를 수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미국 FDA 규정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턱없이 부족한 조치인데다 미국에서도 학교급식에 금지하고 있는 AMR(뼈에서 긁어낸 고기) 수입을 금지한다는 말은 아예 없다”며 전면재협상을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검역주권을 회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 역시 “국민의 요구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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