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에서 만난 여인
    2008년 05월 20일 04:22 오후

Print Friendly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36시간 만에 도착한 브라질. 엉덩이에 쥐가 난다는 우스개 소리도 몽롱하게 들리는 상태에서 꾸리찌바에 도착했다.

3년 전에 올 때는 사전 준비도 없이 와서 말 그대로 주마간산으로 다니다 보니 원통형 버스정류장밖에 기억이 없었다. 이번에는 책도 사서 보고 사전 학습도 해서 어느 정도 감을 가지고 오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확실히 명언이다.

5월 1일부터 4일간 상파울로에서 열린 제2차 녹색당대회(2nd Global Greens)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우선 그놈의 영어 때문에 고생한 지 어언 30여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영어와 나는 서로 불편한 관계다.

   
▲ 조승수 대표와 이네사 판델로
 

영어 때문에 미국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단어의 조합과 자료를 통한 합성으로 내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영어와 붙어 산 지 4일. 머리가 지끈거린다. 내가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가 사실은 영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 뷰티코퍼와 대담 인터뷰, 호주 녹색당 상원의원 브라운과의 간담회는 브라질에서의 가장 의미있는 기억에 남을 듯하다.

마지막 일정인 히오 데 자네이루(영어식으로 리오)에서의 일정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코파카바나 해변의 긴 백사장과 이국적 정취는 이방인의 눈을 사로 잡았다.

마지막 공식 일정인 이곳 히오에서 나는 운명적인(?) 한 여인을 만났다. 이름은 이네사 판델로. 60년생이니 누님 뻘이다. 히오 주의회 의원이며 전 바하만사 시(市)의 시장이었다.

바하만사 시는 리오주에 속한 기초단체로 꾸리찌바와 인접한 도시였다. 바하만사는 작은 도시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약간 알려져 있다. ‘어린이 참여예산제’라는 제도 때문이다.

브라질의 집권노동자당(PT)과 룰라, 그리고 참여예산제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참여예산제의 하나가 바로 판델로 시장이 최초로 시행했던 ‘어린이 참여예산제’이다. 9세에서 15세까지의 어린이, 청소년이 참여하는 이 제도의 시행과정에서 무려 6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온화한 미소의 자상한 느낌, 그리고 남미 특유의 가톨릭 공동체 정신(해방신학으로 이해된다)을 바탕으로 마르크스와 체 게바라를 사표(師表)로 하는 그의 맑은 영혼이었다.

   
▲ 이네사는 마르크스와 게바라를 사표 삼고 있다.
 

노동자당 당원으로서의 자부심

그녀는 자신의 뿌리가 가톨릭의 사랑에 기반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그리고 노동자당의 당원인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민주노동당이라는 한국의 진보정당에서 분화여 진보신당이라는 신생 정당에 몸 담고 있다고 하자 활짝 웃으며 그래도 우리는 동지라고 말해주었다.

내 어찌 이 여인에 빠지지 않으리오? 그녀는 자신이 시행했다가 지금은 중단된 ‘어린이 참여예산제’에 강한 애착과 아쉬움을 자주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오는 11월에 있을 시장 선거에 다시 도전한다고 했다.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중대한 발언을 하고야 말았다. “이번 선거전에 한국에서 의원님의 팬클럽을 결성해서 선거를 돕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내뱉어진 후였다. 선거 몇 번 하더니 내가 거짓 공약에 물들었나보다. 책임지기도 어려운 말을 덥석 해버렸으니.

내가 그녀를 한국의 진보적 활동가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나의 순간적 중대 발언에 최소한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아서다. 팬클럽은 어떻게 결성하지? 자발성으로는 전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호소해 볼까?

브라질 노동자당 소속 히오 주의원, 곧 바하만사 시장에 당선될 사람, 미소와 영혼이 아름다운 여인, 브라질의 진보 정치인 이네사 판돌라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