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촛불에 손들었나, 손든 척하나?
    By mywank
        2008년 05월 19일 12:3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연일 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9일 한미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양국 간에 추가협의를 마무리하고, 20일 이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그 내용이 주목된다. 

    한미 양국이 그동안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비공개적으로 양자가 ‘추가 협의’를 한 것은 국민들의 반발 수위가 심각해 당초의 합의문안대로 실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쇠고기 투쟁 주도 인사들은 추가 협의 발표는 양국 정부가 분노한 한국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우롱하는 짓’이며 실질적 검역주권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아직 추가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검역주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쇠고기 협정문에 명문화한다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양국 정부의 입장으로 미루어보아, 별도의 문서로 검역주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18일 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국회 통외통위를 방문해, 김원웅 위원장을 비롯해 통합민주당 이화영 의원, 한나라당 진영 의원 등에게 ‘검역주권’을 협정문에 명문화하는 내용을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사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양국간 추가협의가 진척이 있다는 보고를 정부 측으로부터 받았고, 이르면 오늘 중에 최종 결론이 날 것 같다"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검역주권’을 보장받았느냐 여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미 협의에 대한 정부의 최종 발표를 본 뒤 FTA 상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검역주권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와 문서화 등 형식에 대한 법률적인 효과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정부 간에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와 관련해, “재협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미국정부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추가 협의’란 모양새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광우병 발생시에만 우리나라가 ‘검역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점 역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국민들의 안전 요구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현재 한국과 정부와 미국정부 간에 협정문 문구를 어떻게 할지 의견대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검역주권과 관련된 내용이 겉으로는 달라보여도 법률적으로는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내용을 원하고, 한국정부는 법률적인 효력까지 있는 문구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하지만 ‘검역주권’이란 말이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주권을 행사한다는 부분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이나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까지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검역주권”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레디앙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는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짝을 맞춰 국민들을 우롱하는데 이제 선수가 되었다”며 “광우병 발생되면 당연히 검역주권 행사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걸 어떻게 추가된 협의 내용이라고 발표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홍 대표는 “홍콩이나 대만 같은 나라도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된 소와 30개월 미만된 소를 도축할 때 칼을 같이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까지 넣었다”며 “광우병이 발생되기 전 미연에 정부가 검역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진정한 주권국가의 자세”라고 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이날 ‘광우병 일일브리핑’을 통해 “미국 측과 이 같은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현재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닐뿐더러, 최소한의 검역주권을 되찾은 것일 뿐”이라며 “미국인도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 SRM이 포함된 쇠고기까지 별도의 검사 없이 수입하기로 한 협상 자체가 이미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를 추가협상, 재협상을 통해서 얻은 성과라 선전할 것이지만 이미 모든 것을 다 내준 뒤 국민이 들고 일어서자, 지극히 당연한 권리조차 미국의 눈치를 봐가며 ‘재협상의 성과’라고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라며 “정부는 거짓말과 구차한 변명 그리고 여론을 무마하고 보자는 미봉책이 더 큰 민심의 화를 불러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 한미 정부간의 ‘추가협의’ 결과를 19일 오후 2시 외교통상부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발표한다고 했지만, 돌연 미국과의 협의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기입장을 밝혔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