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설거지? 미국 쓰레기 처리맨일뿐
정부 미봉책, 성난 촛불 더 뜨거워져
By mywank
    2008년 05월 15일 02: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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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정부의 미봉책에 흔들리지 않았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위생개정안을 법적으로 발효시키는 ‘장관 고시’를 최소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부 미봉책에 촛불은 흔들리지 않는다

14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8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원래 15일로 예정된 장관고시를 저지하기 위한 성격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일시 연기 방침으로 인해, 주최 측은 ‘협상무효·고시철회·전면 재협상’으로 요구 사항을 변경했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행사시작 시간인 저녁 7시가 다가왔는데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분 정도 지나자, 주변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어와 잔디광장 부근까지 가득 자리를 메웠다.

   
  ▲14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8번째 촛불문화제.(사진=손기영 기자)
 

주최 측인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1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할 거라 예상했지만. 이에 조금 못 미친 1만 여명(경찰추산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평일 저녁 참석자 수로는 적지 않은 규모다.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장관 고시’ 연기 방침을 “뜨거워진 국민들의 여론을 잠시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김성남 씨 (29)는 “장관 고시를 며칠만 미뤄보겠다는 것은 임시 방편이고, 급한 불이나 꺼보자는 심보”라며 “언젠가 고시할 것이 뻔하지 않나”고 말했다. 

촛불 문화제에서 가두행진으로 진화됐으면

박충범 씨(26) 역시 “이번에 장관고시가 미뤄졌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도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며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보지만, 이것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이명박 정부가 정말 정신차리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알게 해주려면, ‘뜨거운 맛’을 더 보여줘야 한다”며 “앞으로 촛불문화제에서 ‘가두행진’ 등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사회자 역시 “장관고시 연기는 연기고, 고시철회를 통해, 재협상을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라며 “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을 할 때까지 우리가 들고 있는 촛불을 꺼뜨리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자가 “13일 어청수 경찰청장의 촛불문화제 주도자 사법처리 방침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이 14일 하루 종일 경찰청 홈페이지에 ‘자수성’ 글을 올려,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입에서 “우리도 자수하자”, “경찰서 같이 가자” 등의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이날도 촛불문화제의 ‘인기 코너’인 시민들의 ‘자유발언대’가 진행되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발언을 원하는 참가자들은 무대 차 뒤편에 오랜 시간 줄을 서가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또 대부분의 시민들은 1~2분정도 주어진 발언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국민  생명 우습게 아는 정부

송파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자퇴생이라고 밝힌 여성은 “국민들이 청와대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라’고 요구하면, 청와대는 ‘대통령이라도 한우를 먹어야 우리 축산농가가 살게 되지 않겠나’고 대답할 사람들”이라며 “오렌지를 ‘어륀지’로 말하며 영어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그들이 중요한 협상문서 하나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안이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 풍경. (사진=손기영 기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을 그냥 대학생이라고만 소개한 남성은 자유발언 전 잠시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묵념을 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정의가 죽어버린 대한민국과 민심을 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묵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참~ 좋은 대통령”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쇠고기·닭고기를 못 먹게 해, 다이어트를 시켜주기 때문”이라며 비꼬아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다.

노무현 설거지가 아니라 미국 쓰레기 들여오는 것

최석용 할아버지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노무현 정권에 이어 설거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설거지가 아니라 미국에서 모은 쓰레기를 들여오는 것”이라며 “내 아들·딸·손주들이 이걸 먹고 탈이 났을 때 누가 책임질 거냐”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 틈틈이 정당·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도숙 의장은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새로운 미래가 보이고 있다”며 “오늘은 중고등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렇게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여의도에서 삭발을 한 한 의장은 “국민들의 밥상을 지켜야 하는데, 우선 이번 사태에 관해 정말 죄송스럽다”며 “반성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오늘 머리를 밀었고, 앞으로 이 나라 참된 농민으로써 여러분의 식탁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조돈문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쇠고기협상을 한다고 해 겁을 많이 먹었다”며 “이제 꼼짝없이 광우병 곰국을 먹겠구나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고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했다.

정운천 장관 미국으로 수출하자

이어 조 의장은 “오늘 촛불문화제에 나와 보니 그런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게 되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광우병 쇠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미국으로 보내자”고 말했다.

특히 지난 ‘쇠고기 청문회’에서 맹활약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발언 내내 시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으며, 인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강 의원은 “새로운 한미 위생조건이 고시되는 순간,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 식탁으로 올라올 뻔했다”며 “그렇지만 여러분이 들고 있는 ‘촛불의 힘’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일단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어 “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 왜 고시를 연기했는지 확실히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걸로 끝이 아니라, 정부가 재협상을 위해 고시를 연기했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촛불을 더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도 다양하고 흥겨운 문화공연들이 진행되었다. ‘짜라빠빠’ 율동 공연에 이명박 대통령과 미친 소 탈을 쓴 공연팀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웃으며 야유를 퍼부었다. 또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가사가 담긴 ‘2mB 블루스’, ‘소를 누가 먹어’ 등의 통기타 자작곡과 인가가요 ‘땡벌’을 개사한 공연도 이어졌다.

   
  ▲한 인터넷카페 운영자가 "학교에서 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는 학생 회원의 문자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밤 9시가 넘어가자, 행사장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에게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는 등 강압적인 신변확인 작업을 벌여, 주최 측인 국민대책회의가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인 밤 10시 경에는 자유발언을 하고 있던 한 남고생이 이명박 대통령과 기독교 단체들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은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기독교 신자가 “당장 내려와”라고 외치며 학생의 발언을 제지했다. 이어 주변 있던 시민들이 그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전국 곳곳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는 수원역 광장과 화성 병점역 앞, 오산역 광장, 산본역 중심상가 등 9곳에서 각각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한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전국 곳곳에서 촛불문화제 열려

부산에서는 1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저녁 7시부터 부산광우병대책회의 주최로 서면 천우장 앞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저지 총력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대전에서는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대전시민대책회의’ 주최로 같은 시각 대전역 광장에서 고시 철회·정부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충남 공주와 당진 등에서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청주에서는 ‘미국 쇠고기수입반대 충북대책위원회’ 주최로 철당간 광장에서 저녁 7시부터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광주에서는 ‘광주·전남비상시국회의’는 동구 금남로 민주의 종각 앞에서, 조선대 총학생회 200여명은 저녁 6시30분부터 대학 미대 앞에서, 전남대 총학생회는 전남대 후문에서 각각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국민대책회의 한용진 공동상황실장은 “현재 서울 등 중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문화제는 어느 정도 정착된 것 같다”며 “이제는 전국적으로 이러한 열기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실장은 “일단 17일까지 전국 61개 시·군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24일부터는 전국 100여개 시·군까지 촛불문화제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15일 오후에 열리는 국민대책회의 전국회의에서 이 문제를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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