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에버 주인 바뀌어도 문제는 그대로
        2008년 05월 14일 08: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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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가 비정규직 투쟁의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중심 사업장으로 떠올랐던 홈에버를 영국계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홈플러스에 매각함에 따라 이랜드 투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삼성이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테스코의 홈플러스는 고용 승계라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노조 및 비정규직 해고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반면, 이랜드 노조는 이 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매각이 순조롭게 완료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승계는 하겠지만…

    14일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과 이랜드 권순문 사장은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홈플러스가 이랜드 계열의 대형마트인 홈에버 36개 점포와, 부채, 지분등을 포함해 2조3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비정규직을 포함한 홈에버 직원 5,500명 모두 고용승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은성 기자
     

    이에 따라 국내 대형마트업계는 신세계 이마트와 홈플러스 양강 체제로 재편되며, 선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랜드 권문순 사장은 이번 매각 결정 배경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 다가올 새로운 사업을 위해새로운 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해외 패션 시장에 투자를 강화해 한국 내 패션 아울렛 확장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이번 이랜드 매각은 노사분규로 인한 영업차질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이랜드는 까르푸 인수 당시 많은 부채를 안고 출발해, 경영 손실을 메우기 위해 대량해고를 하는 등 무리한 경영을 해왔으며,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재매각설이 나돌았다.

    인수 직후 이랜드가 고용승계 약속을 어기고 개정된 비정규직 관련법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매출이 급감해 지난 해 약 2천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금 사정은 점점 악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랜드는 리파이낸싱과 홍콩법인의 증시상장 등을 통한 자금 유입을 노렸으나 불발로 그쳤다.

    노조 인정과 해고자 문제 즉답 피해

    홈플러스는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있는 삼성 인력이 주경영진으로 참여해 노조활동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향후 노조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은 "홈에버 5,500명 인력에 대해 조건 없는 고용승계를 보장하겠다"며 "홈에버의 비정규직 직원은 계약 기간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비정규직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직원별 상황은 법적인 원칙 안에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요 관심사인 노조 인정과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노조를 허용하고 시작한다. 하지만 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안 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해 삼성식의 노조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련해 그는 "홈에버 계약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었다. 그것까지 파악해서 계약할 사안은 아니며 그런 것이 들어가면 계약이 너무 복잡해진다"면서 사실상 계약시 해고자 복직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또 그는 "아직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향후 검토해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늘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해 해고자 복직에 부정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현안 해결하지 않으면 두 업체에 재앙될 수도

    매각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이랜드노조 측은  매각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대대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노조는 지난 달 홈에버 매각설이 나오자 이랜드 그룹에 매각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으나, 당시 이랜드 그룹은 이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랜드 일반노조 홍윤경 사무국장은 “노동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단 한 마디 협의없이 일방적인 매각 발표를 뉴스로 듣고 경악했다"면서 "무노조 원칙의 삼성 경영진으로 인해 앞으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극심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홈플러스 측에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노조 인정, 손배가압류,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에 대해 협의해서 매듭짓지 못하면 두 자본을 향해 대대적인 투쟁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면서 "홈플러스와 계약을 매듭짓기 전 이랜드가 경영권을 갖고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이랜드에게 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촉구하고 홈플러스에는 면담을 요청해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체 협약 만료 기간이 9월인만큼,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이랜드가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문제를 푸는 것이 순리"라며 "홈플러스 측이 고용승계 등 기본적인 원칙만 제시했는데, 인수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사실상 이번 사태의 열쇠는 책임자인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쥐고 있어 직접 박 회장이 교섭에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산적한 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투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며, 이번 매각은 두 자본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이랜드 사태 올 수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기보다 유통업종의 과당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세확정만의 목적을 가지고 인수했다면 이랜드와 다르지 않은 미래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연맹은 또 "홈플러스가 비정규직 사태에 대한 해결 노력없이 일방적 노무관리를 강행한다면 이전보다 강력한 제2의 이랜드 사태가 발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도 논평을 통해 "홈플러스는 직원 모두를 승계하기로 한 바 현안 문제 해결를 위해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면서 "과거 까르푸가 이랜드에 인수될 때도 고용승계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 해고로 인해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홈플러스는 노조의 정당한 주장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신당도 논평을 통해 "홈플러스가 고용승계와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 해결을 위해 실천할 것을 권고하며 홈에버 인수가 새로운 노사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거대 유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직시해 중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영업방식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랜드 노조는 지난 해 비정규직 해고와 외주화 추진 등으로 인해 300일이 넘도록 파업을 벌여왔으며, 지난 8일에는 18개월 미만의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가 부당하다며 사측을 대상으로 부당해고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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