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시 유보 아닌 철회 후 재협상을"
    By mywank
        2008년 05월 14일 0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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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한미 FTA 청문회’에 출석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물리적으로 15일은 어려울 것 같다”며 쇠고기 고시 연기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 반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는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기망 허위에 의한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장관고시 즉시 철회’와 ‘협상 무효화’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청운동사무소 주변에는 제법 많은 수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었고, 한 경찰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과 피켓의 문구를 일일이 무선으로 상부에 보고하기도 했다.

       
      ▲14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는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기망․허위에 의한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기자회견에 앞서 사회를 맡은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정부에서 15일로 예정된 쇠고기 고시를 연기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지만, 끝까지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며 “재협상과 고시는 등치될 수 없는 사안이고, 미국에 간 검역단이 올 때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이 아니길 바란다”며 정부의 장관고시 연기방침을 경계했다.

    고시 연기 시간끌기 전략

    이날 기자회견의 대부분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발언으로 진행되었다.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광우병 위험에 따른 국민들의 반란으로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FTA를 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FTA를 막아내서 광우병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택근 변호사는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를 수입하는 이유로, 미국의 강화된 사료조치를 근거로 들지만, 미국 관보에서 확인한 결과 오히려 사료조치는 약화되었다”며 “정부는 단순히 ‘영어 해석을 잘못했다’고 둘러대는 등 쇠고기 협상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변은 협상내용의 법리적 부당성을 제기하는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하역 운송을 거부하고 학교 병원 등에서 급식을 거부하는 투쟁을 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즉시 고시를 철회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안병옥 사무총장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는 검역주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 자주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환경운동단체들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가 이날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할 ‘이명박 대통령에게 띄우는 공개서한’ 내용을 낭독했다. 남윤 대표는 “전국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 문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는 더 이상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거나, 정치적 이해를 따지지 말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 기울이기 기대한다”며 “잘못된 협상의 무효화, 수입위생조건 변경 고시 철회가 일차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국민대책회의 측은 청와대 민원실의 공개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경찰은 이를 완강히 제지했다.(사진=손기영 기자)
     

    오전 11시 10분 경 기자회견을 마친 10여명의 참석자들은 각자 들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띄우는 공개서한’을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하기 위해 한사람씩 발길을 청와대 쪽으로 돌렸지만, 주변에 있던 경찰병력이 길목을 막으며 참석자들과 승강이가 벌어졌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단체적으로 가면 집시법에 걸려, 한 사람씩 각자 청와대 민원실에 공개서한을 접수하려 가는데 이게 무슨 불법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경찰관계자는 “이렇게 하면 실질적으로 ‘공동행동’이 아니냐, 대표 4명만 갈 수 있다”며저지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4명은 되고, 10명은 안되는 이유가 뭐냐”며 “길을 비켜줄 때까지 여기에 앉아서 기다리겠다”고 맞섰다. 일부 참석자들 역시 경찰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계속 막고 있자, 참석자들은 오전 11시 25분경 자리에 앉아 ‘자유발언대’ 시간을 가지며 경찰과 대치했다.

    오전 11시 40분. 국민대책회의는 기존의 방침을 바꿔,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등 4명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만 청와대로 보내기로 했다. 잠시 그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목이 열리자, 경찰관계자들은 4명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에게 “여긴 특수지역이기 때문에, 경찰차를 타고 청와대로 가자”고 했다.

    경찰의 태도에 어이가 없던 4명의 시민단체 대표들은 “우리가 죄졌나 경찰차를 타고 가게”라고 항의하며, 직접 도보로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하겠다고 말했지만, 경찰병력들은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둘러싼 뒤 다시 길목을 봉쇄했고, 오전 11시 45분 경 국민대책회의 측은 공개서한 전달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오늘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하게 되었다”며 “오늘 저녁 촛불문화제에서 민심을 저버린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자”고 말하며 이날 행사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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