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라 개그' 하는 이명박 정부
        2008년 05월 13일 04:20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5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교육감들을 불러 촛불집회 관련 학생지도를 사실상 지시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미제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계기수업용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고 했었다. 행동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5월 9일에 A4 용지 1쪽 분량의 만화 「엄마의 마음」을 비롯해 「광우병 괴담 10문 10답」, 「광우병 관련 질의응답」 등 세 가지 교육자료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일제히 배포됐다.

    각 교육청은 이 자료를 일선 학교에 배포하게 된다. 서울지역 1,240여 초중고는 5월 9일에 이 자료를 받았다. 이제 남은 일은 교사가 학생에게 이 자료를 교육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반대하고 있다.

    정부-교육청-교장으로 이어지는 권력라인에서 벌이는 일을 전교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어떤 교장은 이 자료를 가정통신문으로 각 가정에까지 배포하려 한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다.

    “엄마, 우리나라에는 위험물질을 제거한 안전한 쇠고기가 들어온다고요.”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이후 없어지고 있는 병이라고요.”
    “그러니까 다 근거 없는 헛소문이지.”

       
    ▲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하여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선 학교에 배포한 「엄마의 마음」의 일부 장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분권화 학교자율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극명히 드러나는 사건이다. 교육분권화는 교육청 지배화, 학교자율화는 교장 파쇼화다. 학교를 엿장수 마음대로 지배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만 했던 것이다. 규제가 없어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이번 경우엔 대한민국 교사가 미국 축산업계의 세일즈맨으로 내몰리게 된다. 한국인이 일제 당국의 지침을 받들어 황국신민화 교육을 했던 이래 이렇게 황당하고 굴욕적인 사태는 처음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구라 정부’ 같다. 김구라는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농담을 던지고 반응이 안 좋으면 이렇게 말하며 발을 뺀다. “그냥 한 거야….”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놀라게 하는 일을 흘리고 저항이 거세면 “그건 오해입니다”라면서 “그냥 한 거야…”식 행태를 보여 왔다.

    교과부는 이번 자료 배포를 두고 단지 농수산부가 만든 홍보 자료를 돌렸을 뿐 강제성이 있는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면서 “단지 돌린 거야 …”라고 한다. 그러나 미제 쇠고기 사태 관련 계기수업은 교과부에서 나온 말이다. 괴담이 아니다. 학교와 교사를 미제 쇠고기 세일즈에 동원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

    조용필의 ‘서울서울서울’이란 노래가 있었다. 요즘 그 가락이 환청으로 들린다. ‘자율 자율 자율, 막 나가는 이 나라, 자율 자율 자율, 무책임만 남는 곳’

    미제 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여를 단속하라고 일부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지시를 내렸다. 지시가 있은 후 교장이 일선 교사에게 학생 휴대폰 조사를 지시하기도 해 마찰이 빚어졌다고 한다. 개인의 사생활 영역인 휴대폰 문자를 조사하도록 하는가 하면 가정통신문 예시문까지 만들어 돌렸다.

    “일부 학생들이 참여하는 심야 촛불행사에서 학생의 안전 문제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도심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찍 귀가하도록 가정에서 확인하고 지도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이런 내용이었다고 한다. 5월 7일 촛불집회 관련 보도에선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졌다.

    교장 선생님이 방송으로 말했어요. 여기 오면 잡혀간다고, 가지 말라고.” …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두 고등학생은 “급식이 걱정돼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런데 선생님들이 여기 나오면 경찰이나 교육청에서 처벌한다고 말했다”며 “애들도 무서워서 안 나왔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2008. 5. 7

    교과부의 긴급 대책회의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다. 지시공문이 내려간 것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교과부가 시도교육청에 촛불시위 공문을 보내도록 지시할 수 있겠느냐”면서 “전적으로 시·도 교육청이 자율로 판단해 보낸 공문”이라고 했다. – <오마이뉴스>, 2008. 5. 10

    참 편리한 자율이다. 그렇게 자율이 원칙인데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들은 왜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을까? 통제도 하고, 단속도 하는데, 책임질 때가 되면 ‘그건 자율로 한 거야…’

    미제 쇠고기도 민간업자가 자율적으로 수입하도록 하고, 문제 생기면 민간업자 탓이고, 쇠고기를 사먹는 것도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니 소비자 탓이고, 통제지시도 공문도 미쇠고기 홍보 수업도 모두 교육청이나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할 일이고, 정부는 사고만 치고 책임은 안 지나? 이렇게 무사안일 후안무치한 정부가 만고에 또 있을까.

    ‘자율 자율 자율, 막 나가는 이 나라, 자율 자율 자율, 무책임만 남는 곳’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