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고시 강행하면 실력행사 나설 것"
    By mywank
        2008년 05월 14일 12: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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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어청수 경찰청장의 “촛불문화제는 미신고 불법집회인 만큼, 주최측에 대해서는 사후 처벌을 분명히 하겠다"는 강경 발언이 나온 뒤 치러진, 이날 저녁 7시 청계광장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은 ‘바위처럼’을 소리 높여 불렀다.

    쌀쌀한 날씨와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 탓에 비록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촛불문화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압력은 강화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촛불을 높이 올려들었다.

    잡혀갈까 두렵지만 할 말 하겠다

    이날 촛불문화제도 시민들의 ‘자유발언대’ 순서가 진행되었다. 인천에서 온 40대 아줌마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미친 소가 급식에 들어오면 우리 학부모들이 나서서 꼭 막아주자”며 “내일도 손에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에 꼭 나오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지금 너무 강성 발언을 해서 잡혀갈지 조금 두렵지만, 혹시 촛불문화제에 나온 주변 분들이 붙들려가도 우리가 힘을 모아 ‘깜빵’에 가지 않도록 도와주자”고 말해, 참석한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13일 저녁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다음 발언자로 나온 20대 여대생 역시 “정부에서 촛불문화제에서 ‘탄핵’이란 표현을 했다고 불법집회라고 하는데, 2004년에 말도 안 되는 ‘탄핵’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인 ‘차떼기’였다”며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기 전에, 국민들의 건강 위협하는 ‘차떼기’들부터 구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잠깐 ‘운동권’이었다고 소개한 직장인은 “91년 1년 간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학점이 나오지 않아 군대에 갔고, 제대 후부터는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효순이 미선이 추모·노무현 탄핵반대 촛불문화제에도 외면했던 제가 18년 만에 거리로 나온 이유는 우리 애들이 잘살기 위한 터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91년 유치장에도 몇 번 갔다 왔다”며 “이명박 정부가 온 나라를 공안정국으로 만들어도 전혀 겁나지 않고, 끝까지 우리 아이들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촛불문화제 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김하고 김치만 먹어요

    다음 발언자로 나온 남고생은 주변에 있는 경찰들을 둘러보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이를 본 한복 입은 중년 남성은 학생에게 다가가 “나는 저승사자야, 내가 지켜줄 테니까 어서 맘 놓고 얘기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긴장이 풀린 남학생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요즘 쇠고기 반찬 안 먹고 김하고 김치만 먹는다”며 “하지만 한국 사람은 냄비근성이 있어, 이런 열기가 얼마 안갈 거 같아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우리를 못살게 굴지만, 여러분도 함께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의 발언이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나라는 원래 ‘냄비근성’이 맞다”며 “이번에 제대로 끓어서 잘못된 놈들은 삶아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도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이란 신분을 드러내지 않게 아예 교복을 입고 오지 않거나, 교복을 가리는 외투를 입고 온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다는 유대수 씨(29)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적지 않은 탄압을 받고 있다”며 “벌점부터 시작해서 퇴학조치까지 시키겠다는 등 온갖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막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교육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국민대책회의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촛불문화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5·6공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박 실장은 또 “경찰에서 ‘촛불만 들고 노래만 부르라’, ‘야간에 집회를 하면 집시법 위반이다’라는 ‘웃기는 논리’를 제시하지만, 세상에 그런 자의적인 기준은 없다”며 “만약 그런 근거로 촛불문화제를 탄압하면, 헌법소원 등 법정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15일 장관 고시가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국민대책회의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 실장은 "정부가 고시를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것”이라며 “국민대책회의는 24일까지 계획된 협상무효화 투쟁을 진행하면서, 15일부터 항만에서 풀리게 될 미국산 쇠고기의 하역과 유통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실력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시에 어린이집, 초중고교·대학 식당·병원·사내식당 등에 ‘광우병 위험 안전지대’ 선언운동을 추진하고,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나가겠다”며 “6월 4일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을 저버린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처절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문화공연은 사회를 맡았던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의 통기타 공연 등 비교적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청계광장에 배치된 경찰들 역시 행사가 끝나기 전인 저녁 8시 15분 경 5~6 명의 경비인력만 남겨둔 채 모두 철수했다.

    국민대책회의는 14일 저녁 7시 장소를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옮겨 대규모 집중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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