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경제 살리랬지, 미국 꺼 살리랬냐
    성난 시민들 "대통령도 리콜되나요?"
    By mywank
        2008년 05월 10일 03: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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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박이를 잡자~ 찍찍찍”, “쥐명박 잡으러 청와대에 고양이를 풀자”

    9일 저녁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의 목소리엔 ‘이명박 대통령’이란 호칭이 사라졌다. 대신 그를 비하하는 각종 피켓문구와 구호가 넘쳐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없다

    이날 행사는 2·3·6·7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열리는 촛불문화제였다. 저녁 6시 4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 주변은 발 딛을 틈도 없이 붐볐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3만5천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그동안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중 가장 큰 규모로 치러졌다.

    행사 시작 전부터 청계광장 주변은 시끌벅적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행사의 일환으로 청계광장 중앙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희망TV 24’란 시민기부축제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직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촛불집회를 위해 청계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시선이 잠시 그를 향했다.

       
    9일 저녁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촛불문화제는 3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오 시장은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기부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회자 질문에, “내가 법률가 출신이니깐 법률서비스를 기부하면 안 될까요?”라고 답했고, 이어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시민들의 많은 참여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바로 코앞에 벌어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뒤로 한 채, 어디론가 성급히 발길을 돌렸다. 한 시민의 입에서 “역시 한나라당 출신이야”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게 한 ‘꼰대’들

    촛불문화제 행사장 주변에는 마스크를 파는 상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상인은 “요즘 청계광장에 오면 마스크 장사가 나름 잘 된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 부분만 드러낸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중·여고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도 서울시교육청은 장학사와 교사 등을 동원해, 청계광장 주변에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도 행사장 주변에서 학생들의 귀가를 설득하는 교육 당국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꼰대’들이 귀찮아 학생들은 마스크를 선택한 것이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어른들의 이러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조애리 양은 “어른들 중에 학생들의 집회참여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그 어른들은 광우병 문제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가 오죽했으면 여기까지 나왔겠냐”고 항변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노희숙 양은 “어른들은 학생들이 사회 순응적이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라고 강조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공무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단체 중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의 참석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정헌재 노조위원장은 “공무원들이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늦었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2mB는 mp3 용량도 안된다

    ‘대통령도 리콜이 되나요’, ‘2mb는 mp3 용량도 안 된다’, ‘우리나라 경제 살리라고 했더니 미국 경제만 살려’…. 촛불을 들고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던 시민들의 한 손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담은 피켓이 들려있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탈’을 보여주는 한 단면 같았다.  

       
    이날 촛불문화제의 1부 행사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발언과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조중동 기자는 나가주세요. 요즘엔 문화일보도 조심해야죠?” 저녁 7시 미친소닷넷 운영자인 백성균 씨의 멘트로 이날 촛불문화제는 시작되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루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고, 시민들은 환호를 보내며 이에 화답했다.

    저녁 7시 반부터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발언과 문화공연이 중심이 된 1부 본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촛불문화제의 메인 MC를 맞은 개그맨 노정렬 씨는 “여기 계신 분들이 진정한 실용주의자"라며 "무거운 행사가 아닌 즐거운 문화제가 되도록 진행을 하겠다"고 말했고, 역대 대통령들의 성대모사를 내며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촛불의 힘, 이명박을 위협하다

    이어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정호희 정책실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 실장은 “그동안 운수노조는 국민들에게 칭찬받은 적도 없었고, 데모하면 항상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며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입항·수송거부를 결정한 이후부터,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국민들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또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의 하역과 수송을 거부하면 직장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며 “그래도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미친 소’를 우리 손으로 운반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보단 더 낫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던 이명박 씨도 ‘촛불의 힘’이 거세지니까, ‘광우병이 발생되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가 든 촛불이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환하고 강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강남 갑에 출마해 화제를 모은 힙합가수 김디지 씨의 발언도 있었다. 그는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며 “차라리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양초를 많이 팔기 위한 ‘양초팔이’들의 선동으로 모였다고 이야기하라”며 미국 쇠고기 반대 여론 배후설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이 끝나자, ‘이명박 대통령’과 ‘광우병 쇠고기’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공연이 진행되었다. 우선 서천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비보이 공연이 있었다. 학생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힙합버전으로 바꾼 노래에 맞춰 경쾌한 댄스를 선보였다.

    이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자작곡에 맞춰 학생들의 힙합공연이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이명박 정부란 거대한 힘에 맞서기 위해, 난쟁이 같은 민중들이 촛불을 들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노래와 춤에 옮겼다고 말했다.

    문화공연의 백미 ‘줌마부대의 짜라빠빠’

    하지만 이날 문화공연의 백미는 아줌마 부대의 ‘짜라빠빠’ 율동공연이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은 “앞에 청년들보다 함성이 적으면 절대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하며, 율동을 선보였다. 학부모들의 율동은 박자가 맞지 않고 어색했지만,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줌마 짱~ 줌마 짱”을 외치며 큰 박수를 보냈다.

       
      ▲2부 행사에서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대’가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밤 9시 반부터는 2부 행사가 시작되었다. 2부 행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민들의 ‘자유발언대’가 진행되었다. 이날도 중고등학생·노인·주부·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수원에서 왔다고 밝힌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은 “그동안 촛불문화제에 3번 참여했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일반사회 과목에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가르치던 한 선생님이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뭐 하러 시위에 가냐”고 했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도 광우병 쇠고기 먹고 싶지 않다

    조영태 할아버지는 “이번 쇠고기 협상은 우리 정부가 미국 놈들한테 살살 놀아 난 것 같다”며 “이명박이 ‘광우병이 발생되면 미국산 쇠고기를 중단한다’고 말하지만, 이 말을 믿을 국민이 과연 어디 있겠나”며 열변을 토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대생은 “조중동·쥐박이(이명박 대통령)가 ‘미친 소’ 먹어도 광우병 걸릴 확률이 몇 백만분의 일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자기 자식들이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면 과연 그런 말이 나올 것 같냐”며 “쥐박이는 말로만 전재산을 환원한다고 하지 말고, 당장이라도 어려운 한우농가 지원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네팔인 이주노동자도 한국인 부인과 함께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어눌한 우리말로 “이주노동자도 광우병을 반대 한다”며 “우리 이주노동자들도 광우병 쇠고기 안 먹고 싶다”고 말해, 주위의 큰 박수를 받았다.

       
      ‘성찰, 반성의 침묵’ 프로그램 후,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아리랑’에 맞춰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밤 10시부터는 ‘성찰, 반성의 침묵’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진행을 위해 무대에 오른 고려대 경영학과의 한 여학생은 “우리 학과 선배가 이명박 씨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아침에 학교 삼성관을 지나고, 이명박 라운지에서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반성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대 최창모 교수는 “학생들의 함성을 듣고 내 자신의 부끄러워 나왔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역시 침묵 속에 조용히 눈을 감고, 그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 이어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백지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이명박의 두 가지 공로

    시민들은 협상의 백지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두건과 손수건을 흔들며,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전면 무효화하라”고 소리 높여 외쳤고, 밤 10시 25분 ‘아리랑’에 맞춰 주변에 있는 시민들과 서로 어깨동무하며 촛불문화제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같은 시간 부산·대구·광주·대전·전주·창원 등지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었으며,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민대책회의는 10일 저녁 7시에도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미국경제 살리는데 공을 세운 이명박 대통령은 강력한 ‘촛불의 힘’을 탄생시키는 공로까지 세운 셈이다. 부당한 권력과 부당한 정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연대와 실천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소중한 자산이 될 터이니, 2mB의 공로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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