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땅 사주는 도시 사람에 고마워해야?"
        2008년 05월 09일 03: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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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행정안전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4월 일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도시 사람들 아니면 누가 농촌땅을 사주냐. 그렇게라도 사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 “요즘 농촌에 70대 이상 나이가 들면 농사짓기도 힘든데 그 땅을 누구라도 사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 것이 <서울신문>에 의해 보도돼 물의를 빚고 있다.

    원 장관의 발언은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 비난 여론이 빗발칠 때 나왔다. 원 장관은 이 기사가 보도된 후 ‘농담’이라고 둘러댔지만 이미 여론은 싸늘하다.
     
    강부자 내각과 비서실의 고위 관료들의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문제성 발언은 그것이 실수라기보다 대한민국 최상위 부자들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이 강하게 이를 성토하고 나섰으며 야권에서도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마이뉴스>의 해당 기사 의견란의 아이디 ‘묘향산방’은 “그래서 땅값 올려준 농촌에서 한나라당을 찍었다. 역사와 후대에 길이 보존할 명언이다”라고 비꼬았다.

    아이디 ‘시하나’는 “정부 정책에 분노와 절망으로 자살까지 하는 이 시점에, 불을 끄기는 커녕 신나를 뿌려 자극하는 저런 멍청한 xx를 장관까지나 임명하였으니, 저런 것들을 데리고 5년의 길고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이젠 욕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세훈 장관은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광우병에 걸린 탓에 치매 수준의 농담을 한 것이니 더 이상 욕하지 마시요. 한나라당과 청와대 비서실에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를 주구장창 많이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이 부지기수요”라는 ‘hs lim’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또한 아이디 ‘선지자’는 ‘박경리 선생이 이 땅을 떠나신 이유를 알겠다’라는 제목의 댓글을 통해 “농촌 토지를 사주는 도시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리고 그 토지를 떠나 서울 강남에 살면서 이 나라, 이 땅에서 고관대작으로 사회지도층으로, 정권의 실세로, 그 토지를 욕되게 하는 네 놈들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어 그만 떠나신 것 이구나”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 인터넷 판에도 실린 기사의 댓글에서도 대부분 비난이 속출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원 장관에 대한 온기가 느껴지는 글이 있어 눈에 띈다. 아이디 ‘남궁견’은 “실제로 현실에 맞는 이야기”라며 “시골 노인들 혼자 농사짓다 그 땅마저 팔리지 않으면 무엇 먹고 사나? 현실이 이러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조경아’ 역시 “난 시골 사람인데 땅 팔아야겠는데 살 사람이 없어 못파는게 더 많은 줄 왜 모르고 개짖는 소리하나”라고 원 장관의 발언을 옹호하기도 했다.

    야당들도 원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땅 투기로 인해 소작농이 되더라도 고마워 하라는 것이 행안부 장관의 입에서 나올 소린가”라며 “땅 부자 내각에게 땅투기는 불법이 아니고 권장 사항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하며 역시 사과를 요구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공직자 재산공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수장의 발언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며 한심하다”라며 “수백억대 재산을 보유한 대통령을 위시해 청와대엔 투기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고, 거기에 투기비호 장관을 내각으로 거느리고 있는 이 나라 정부가 펼칠 각종 부동산 투기프렌들리 정책이 안봐도 비디오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노은하 부대변인은 “민심 불감증”이라며 사과와 자숙을 요구했다. 이어 “자기 밥그릇 챙기고, AI규명과 방역에는 늦장대응 하는 행안부가 대한민국 공당을 불법폭력단체로 규정하고 중고등학생들의 시위는 전광석화처럼 진압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민심불감증에 걸린 원 장관은 사과하고 자숙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가고 있다. 각 포털도 메인기사로 올리지 않아 원 장관의 발언은 비교적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원 장관의 진의는 투기에는 반대하지만 고령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거나 농지를 팔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울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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