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총리 발언 '국민 호도' 불과
    By mywank
        2008년 05월 08일 1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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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던 정부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광우병 발생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8일 오전 한승수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광우병 위험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상황이 발생되면 협정의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 총리는 담화문에서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 예방하지 않고, 문제 생기면 해결하겠다고?

    한 국무총리는 이어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미국과 체결한 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7일 오전 전라북도 업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어떠한 것도 국민의 생명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며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언했다  부시와 친해진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국민과 멀어진 이 대통령이 뒤늦게 한 마디 한 셈이다.

    또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역시 7일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에서 열린 ‘쇠고기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이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통상마찰을 발생하더라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 건강의 사전 예방책을 소홀히 하거나, 부실 예방책을 강요하면서, 일이 생기면 그 때 해결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가 그동안의 밀어붙이기 입장을 바꾸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악화된 국민적 여론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부시와 친해지고 국민과 멀어진 이명박 대통령.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는 28.5%로 떨어져 정권 말기의 수치를 기록했고, 한나라당 지지도 역시 34.0%를 기록했다. 이전 조사보다 모두 1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또 <미디어 다음> 이고라 청원란에 마련된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에도 8일 정오 현재 126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동참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그 동안 주요 신문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의견광고를 싣어왔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민적 분노와 여론에 밀린 청와대는 결국 "광우병 발생 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게 된 것이다. 

    15일 정부 고시하면 재협상 불가능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통령, 총리, 장관이 총동원돼 쏟아내는 대책이라는 것들은 오는 15일 새 쇠고기 위생조건의 발효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는 절대 지켜질 수 없는 ‘대국민 호도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정부에서 이러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배경이 실질적인 미국산 쇠고기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기 보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분석하고 있다.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는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문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돼도,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하향 조정해야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정부에서 15일 새 쇠고기위생조건을 고시해 버린다면, 앞으로 광우병이 발생돼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되고, 재협상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송 변호사는 “현재 주무부처 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오는 15일 새 쇠고기위생조건의 고시를 강행할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고시의 권한은 국내법적으로 보장되어있기 때문에, 장관이 시기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또 “광우병 발생 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중단을 발표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15일 예정된 새 쇠고기위생조건 고시를 미뤄, 미국과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며 “우리가 고시를 늦추면, 쇠고기를 팔기 위해 마음 급한 미국이 오히려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국면전환용 술책 의심스러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한용진 공동상황실장은 “한미 쇠고기협상에 대한 재협상의지가 정부에게 전혀 없어 보인다”며 “광우병 발생 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온라인의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 오프라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등 나빠진 국민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발언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원인 민노당 강기갑 의원 역시 8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과 정운찬 장관에 이어 한승수 총리까지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국면전환용 술책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광우병 얘기는 빼버리고 국민생명과 건강권 위협이란 표현을 썼는데, 광우병 소도 특정물질 제거하면 괜찮다는 정부의 인식으로 봐선 수입중단 조치를 안 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권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의 이 같은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재협상이든 재협의든 이 대통령과 강 대표의 발언은 다시 미국과 방향 조정과 내용 조정을 하겠다는 발언”이라며 “더 이상 말장난 하지 말고 국민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불식시키는 실질 행동에 돌입하길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승수 국무총리의 쇠고기 수입관련 담화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로 ‘지금 국민들이 제기하는 걱정과 불안이 괴담이다 미국을 믿어라’라는 총리 괴담”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검역주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대통령을 발언을 보면 어떻게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미 간의 쇠고기협상은 다시 하는 방법 밖에 다른 길이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또 한 총리의 발언에 대해 “협상대로라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없고 강행한다면 미국과의 통상마찰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원칙대로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실효성, 진정성 의심스러워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는데, 정답은 기존 쇠고기 협상결과를 무효화하고 재협상하는 것”이라며 “재협상에 대한 분명한 언급 없이,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건강권 포기선언’이자 협상결과에 반발하는 국민여론을 피해보자는 얕은 수”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한 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쇠고기 수입 중단과 재개 권한을 미국 측에 넘겨줬음에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진정성도 읽히지 않는다”며 “통상마찰을 무릅쓰고 수입 중단까지 각오한 정부가 왜 전면 재협상은 안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한나라당의 조윤선 대변인은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중요한 책무인 만큼 우선적인 수입 중지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용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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