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가서 좀비가 돼 돌아온 MB
        2008년 05월 09일 05: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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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 공무원사회를 구태여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쇼트트랙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바깥에서 보기에는 정말 고만고만한 애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그래도 그 와중에 칼날 한두 개 차이로 1, 2, 3등이 가려져서 하나뿐인 자리의 주인이 정해지곤 하는데. 이 1~3등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진 아무 의미가 없다.

    쇼트트랙 경기 같은 고위공직자 사회

    잘나가던 1~3등이 엉켜 넘어져버리고 어처구니 없이 결승선을 4등이 제일 먼저 통과해버린 경우가 꽤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몇년 전 있었던 검찰총장 인선이었다. 선두주자라고 거론되던 양반들이 모두 엎어져 버리고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양반이 인사청문회에 올라온 게 아닌가? 동기들 중 앞 줄에 서 있다는 양반들이 모두 이래저래 삼성떡값 사건과 관련해서 얘기가 돌았던 것.

    뒷 꽁무니에서 조용히 있던 양반이 인사청문회에 나오다 보니, 이 사람이 맡았던 중요 사건도 없고 특별한 경력도 없었다. 인사청문회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이런 일 몇 번 겪고 나니 공무원이 복지부동 한다고 욕하기가 좀 미안해졌다. 내가 공무원이라도 별 수 없을 거 같다. 공직사회라는 게 애초에 인사권자나 국민에게 어필할 만한 업적을 쌓을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 사회 아닌가?

    축구로 치면 골 넣을 기회가 없는 경기를 하는 셈인데, 공격이 안되니 당연히 수비에 올인 할 수 밖에 없다. 최대한 일 안 벌이고 최대한 구설수에 안 휘말리고. 하프라인 안 넘어가고 공 넘어오면 뻥 차내기 바쁘고.

    저질 축구라고 욕이야 먹겠지만 그런 작전이 살아남는 것을 꾸준히 봐왔는데 어찌하겠느냔 말이다. 골 먹으면 ‘수비조직력 해이’니 ‘기강해이’니 하면서 감독 교체하란 얘기가 나오는 판이니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나는 공직자들의 경우 직책과 관련된 비리문제가 아니라면 왠만하면 관대하게 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사람이란 게 살면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거지, 뭐 그리 빡빡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나쁜 짓을 안 하는 것보다 나쁜 짓을 반복하지 않는 거 아닌가? 어떻게 살면서 잘못을 한 번도 안하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관대하다

    나는 관대하다. 잘못을 했더라도 공직 관련 비리가 아닌 이상 솔직하게 고백하고 다시 안 그런다 하면 용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잘못을 안 하는게 젤 좋긴 하다) 박미석 수석비서관과 이동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여부가 얼마 전 쟁점이 됐었는데, 각각 맡고 있는 직위를 오용한 것도 아니고 현재 맡게 될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관직과는 전혀 상관없던 시절에 저지른 일들이다.(한 술 더 떠, 과연 부동산 투기를 ‘비리’로 봐야할 지도 의문이 든다. 주식, 부동산 말고는 마땅한 투자상품도 없는게 우리나라 아닌가? ‘왠만한’ 40~60대를 통째로 부정할 게 아니라면 (열받지만) 이러한 사정은 어느 정도 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

    BBK문제도 마찬가지다. 주가 조작이란게 결국 수많은 개미들의 지갑을 터는 매우 저질스런 행위긴 하나, 꽤 많이 참아 주자면 어디까지나 MB가 야인시절에 한 일이 아니던가? 다 고백하고, ‘나 옛날엔 좀 저질스럽게 살았는데 앞으론 잘해보겠습니다’ 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받아줄 용의가 있다.

    개인적으론 젊어서부터 눈치만 보고 처세만 하는 사람보다는 사고도 치고 법도 어기고 망나니 같이 살던 사람이 정신을 차리면 더 통찰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태파악 안되는 대통령과 참모들. 국민 불안의 원인과 치유법을 모른 채 세금가지고 헛돈 쓰는 정부.
     

    허나 BBK까지가 끝. MB는 ‘관대한’ 나도 도저히 용서가 안되더라. 문제는 바로 자녀의 위장취업이었다. 세금 몇 푼 줄여보겠다고 일하지도 않은 자기 자녀를 일한 것처럼 등록시켜 비용을 늘리려 한 거 – 관대한 나는 용서해준다 이 말이다. 자영업 하고 기업 하면 어느 정도 관행적으로 하는 거 아니던가?

    문제는 그 시기다 큰딸은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아들내미는 2007년 3월부터다. 모두 MB가 서울시장였던 시절, 즉 대선주자로 본격적으로 나선 후의 일이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지난 날의 잘못’이 아니다. 타고난 정의감 이딴 건 바라지도 않는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MB

    적어도 대선주자로 나선 이상 자기 주변 정리는 확실히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한참 예민한 대선주자 시기에도 이게 안 되는 사람이라면, 대통령 되고 나서는 안 봐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대권이란 목표 지점만 보였지, 그 가는 길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자식명의를 이용한 탈세’란 리스크를 못 봤던가.

    이건 늘 나오는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방어에 필수적인 위험을 느끼는 감각이 결여 되있다는 거고, 더 나아가 이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자기 운명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 역시 고통과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우려는 2개월도 안돼 현실화가 되었다. ‘FTA조속 타결을 통한 경제활성화’란 목표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협상(진상)에 나타난 위험신호를 애써 무시한 결과는 MB자신의 정치 생명에 대한 위협과, 국민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쟁주자들이 몽땅 엉켜 나가떨어진 대선에서야 얼래벌래 넘어갔을지 몰라도, 대통령이 된 후 까지 행운이 따라주지는 않고 있다.

    군말 할 필요 없다. ‘광우병 확률이 몇 %고, SRM을 제거하는게 어떻고, 30개월 이전이 어떻고 이후가 어떻고’ 이 따위 걸 가지고 길게 토론할 거 없다. 입에 들어가는 건 효율성보다 안정성이 우선이다. 그 잘나가던 현대그룹 계열사에 제약회사 하나 없었던 것일까?

    신약이 나오면 첫째도 안정성, 둘째도 안정성, 셋째도 안정성이 우선이다. 제 아무리 효용이 있어도 어느 정도 이상의 부작용이 예상되면 그대로 아웃이다. 그나마 긴급성이 인정되는 항암제 정도가 왠만큼의 부작용을 용인해 주는 정도다.

    언제부터 울 나라 국민들이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에 갈급했었나? 치사율 100%란 부작용을 용인하면서까지 급하게 단백질 공급이 필요했었냔 말이다. 사태가 나날이 심각해 지는데도 MB는 아직도 ‘어마 뜨거!’란 생각을 안하는 듯 하다.

    잠도 없이 동네사람 물고다니는 좀비처럼

    어제(5월 8일)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다. 위험하면 우리가 못 먹고 안 먹는 것이며, 수입업자도 장사가 안되면 안 들여온다"란 얘기를 했다.

    아휴, 이렇게 사태파악이 안 되나?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때나 선택을 하고 말고가 가능하지. 지금 쇠고기와 연관된 시장 전체에 교란이 온 상황이다.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데 뭔놈의 선택권 운운인가?

    줄줄이 연관된 산업이 절단나게 생겼다. 한우전문점, 설렁탕집, 곱창집 들이 파리 날리고 있단 소식 듣지도 못하고 있나?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말한 경제살리기인가? 도대체 MB정부가 공언한 것 중 제대로 되고 있는게 뭔가? 작은 정부 하겠다더니 국민의 혈세를 미국쇠고기 광고에 쓰질 않나? 경제살리기 한다더니 요식업 전체에 타격을 입히질 않나?

    미국에 가서 대통령이 바꿔치기 된 게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다. 이건 MB가 아니라 좀비다. 좀비가 무엇인가? 팔 썰리고 다리 썰려도 당최 뭔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감지를 못한다. 머리도 나쁘다. 더 최악인 건 깐에 열심히 움직인다, 잠도 안자고. 동네 사람들 다 물고 다닌다. 내가 좀비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긴 하지만 좀비를 현실에서 보는 건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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