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도 청계-여의도 2만명 모여
    By mywank
        2008년 05월 07일 0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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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촛불 시위가 평일에도 그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일 ‘촛불 시위’는 청계천과 여의도 광장에서 진행됐으며, 여의도의 경우 1만2천명(경찰 추산 1만명) 청계천에는 5천명(경찰 추산 3천명)이 모여 휴일 2만명 수준을 육박했다.

    학생 감시 장학사들도

    이날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미친소닷넷 주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세 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이전 집회와 달리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주부·노인·대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또 중고등학생들의 문화제 참여를 만류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나온 장학사들과 일선 학교의 생활지도교사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6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세 번째 촛불문화제’에는 중고등학생들 뿐만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촛불문화제 시작 전부터 경찰은 주최 측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저녁 6시 50분 경 주최 측이 촛불문화제를 위해 무대차량을 청계천 도로 쪽으로 옮기자, 무대차량의 진입을 막아섰다. 주변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자신들을 사실상 불법집회 참가자로 몰아붙이고 있는 경찰의 방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신현호 씨(40)는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된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는 게 말이 되냐”며 “국민들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라고? 말도 안돼

    이어 신 씨는 “그동안 촛불문화제의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지극히 평화적이기에, 경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문화제의 개최여부와 진행상황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며 “주최 측과 참가자들도 법을 어기지 않고 평화적으로 문화제를 해야 한는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필 씨(24) 역시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추진에 반대하니까, 이를 못하게 하려고 괜히 트집을 잡아 국민들이 목소리를 막으려고 한다”며 “보수 언론들도 덩달아 국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정치색이 강한 ‘반미집회’로 규정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지적했다.

    주변 교통흐름이 정리되고 참석자들이 청계천 부근 도로에까지 자리를 잡자, 저녁 7시 20분부터 촛불문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날도 문화제의 시작과 동시에, “함께 살자 대한민국”, "미친 소 너나먹어라, 미친 소를 청와대로“, "우리는 살고 싶다"란 구호가 등장했지만, 이전 촛불문화제에 비해서는 정제된 표현들이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도 2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자유발언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자유발언 중간 중간에 문화공연을 집어넣어 참가자들의 발언이 과열되는 것을 막았고, 문화공연의 수도 이전 촛불문화제에 비해 늘렸다.

    또 차분한 분위기 속에 참석자들도 미리 원고와 자료를 준비해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발언 대신,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와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발언들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은평구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남철우 씨는 “이 자리에 정부 관계자들에게 따지고 싶은 게 있어서 나왔다”며 “얼마 전 정부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걸린 소는 3마리밖에 없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단지 0.1%의 샘플조사로만 이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남 씨는 “결국 샘플조사를 1%로 늘리면 30마리, 10%로 늘리면 300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셈이 되는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하면 이 보다 더 많은 수의 광우병 감염소가 조사된다”며 정부의 발표내용은 사실을 축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 문화제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대학생인 성지연 씨는 “우리같이 평범한 시민들이 광우병의 위험에 훨씬 많이 노출되어 있다”며 “값싼 미국산 쇠고기로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많이 먹는 초코파이 크림·라면스프·젤리·육포 등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 씨는 “시민들이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한다고 했는데, 정작 괴담을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정부 당국자들과 보수언론들”이라고 비판했다.

    싼 쇠고기 대통령 아저씨 혼자 드세요

    이날도 중고등학생들의 톡톡 튀는 발언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중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밥만 먹으면 매일 경제를 살리자고 하는데, 미국산 쇠고기 먹다 광우병 걸리면 누가 경제를 살리겠냐”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인천에서 왔다고 소개한 한 여중생 역시 “요즘 학교에서 한창 시험기간인데도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유는 시험을 아무리 잘 봐봤자 광우병에 걸리면 죽을 것 같아 나오게 되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전 재산을 환원한다고 하는데, 어려워진 한우 농가를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유치원생인 한 어린이가 혼자 무대에 올라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나까무라’ 같다”며 “이명박 아저씨 ‘싼 쇠고기’ 혼자 다 드세요”라고 외치자, 여기저기에서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탤런트 정찬 씨와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찬 씨는 “지난 토요일 촛불문화제에도 참석했었다”며 “저도 ‘실용’이란 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30개월 넘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별다른 조건 없이 들여오겠다는 것이 진정한 실용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0교시 때문에 아침식사를 못하고, 배고파서 학교급식을 먹다 광우병에 걸리고, 아파 병원가도 의료보험 해택 못 받아 죽으면, 뼈가루를 대운하에 뿌려 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이번 쇠고기 협상은 제대로 된 협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협상은 본래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당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10대들은 항상 어린아이들이 아니”라며 “10대들은 인터넷이란 바다를 헤엄치는 게 아니라, 모터보트를 타고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어른들보다 많이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갑 "협상 같지 않은 협상"

    이날 촛불문화제의 백미는 청소년들이 준비한 ‘문화공연’이었다. ‘꽃들에게 힙합을’이란 제목의 힙합공연과 꾕과리 공연 그리고 ‘벗들이 있기에’, ‘짜라빠빠’등 노래에 맞춘 흥겨운 율동공연이 벌어졌다. 이어 전국학생행진 소속 학생들이 준비한 ‘한미 FTA’ 추진 후 달라진 서민들의 생활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또 참석자들은 색종이에 이명박 정부에 보내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주최 측이 마련한 ‘희망함’에 넣었다. “우리 가족 광우병에서 안전하기를”, “쇠고기 청문회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경제 살리려면 광우병 고기 수입 말자”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날 청계광장 촛불문화제는 경찰의 별다른 제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밤 9시 40분 경 마무리 되었다. 주최 측인 ‘미친소닷넷’은 7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네 번째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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