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수입보다 더 무서운 것
        2008년 05월 05일 12: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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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광우병 발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MB정권의 결정은 MB의 실체를 참 잘 보여줍니다. MB 자신도 미국 재계 인사들 앞에서 그 결정을 발표할 때에 "FTA의 조속한 체결을 염두에 두고.."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요.

    이명박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현대, 기아의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약간 더 내다팔기 위해 국내 농민들을 울리고 모두들의 건강을 위험에 노출시켜도 된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1970년대 형의 "목숨을 건 수출 증가 작전"인 셈이지요. 물론 자신의 목숨은 아니고 "밑에 것"들의 목숨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운하를 파서 금수강산을 다 파괴하든 미친 소의 고기를 들여 사람들을 병나게 만들든 무슨 수를 써도 건설, 전자, 자동차 부문 재벌들의 이윤을 높이겠다는 이 ‘狂개발주의자’들은 하나를 알고 둘을 모르는 것입니다.

    제품을 무조건 많이 내다팔 수록 해당 수출국이 선진국이 되고 세계모범생이 되는 그 ‘자본의 황금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는 새로운 시대, 즉 만성화된 식량 위기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3억 명씩이나 되는 인도, 중국의 신흥 중산계급들이 미국, 유럽인만큼의 육류 등 단백질 섭취를 하자면, 그리고 식물 재료로 연료를 만들자면 거대한 양의 곡물은 식량용이 아닌 사료용, 재료용으로 쓰이게 되는 것이고, 그 만큼 곡가가 계속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상 기후에 의한 지속적 흉작들, 중국 등지에서의 공업에 의한 농지 잠식 효과 등을 염두에 두면 ‘싼 식량’의 시대가 지났음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선진국이란 휴대폰을 마구 만들어 내다파는 ‘수출 공장형’ 국가가 아닙니다. 일단 필요한 식량을 자국민에게 공급해주고 잉여를 팔아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나라는 이제 패자(覇者)가 되죠. 한국이 과연 그러한 나라의 대열에 속하고 있나요?

    시대가 바뀐 것을 모르는 자들

    우리가 미국 본받기를 하도 좋아하는데, 미국의 식량 자급률은 125%입니다. 그 부분부터 본받으면 어떨까요? 광활한 토지 덕분이라 하겠지만 토지가 광활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식량 자급률을 70%선 이상으로 올리고 또 전략적으로 계속 올립니다.

    식량 자급률 132%인 프랑스는 토지가 광활하나요? 식량 자급률 96%인 독일은 인구 과밀 지역 중의 하나 아닌가요? 식량 자급률이 유럽에서 낮은 편에 속하는 영국에서도 그래도 74%에 달합니다. 유럽 농정의 최근 추이를 보자면 그 자급률이 꾸준히 높아져 갑니다. 독일에서 같으면 1970년의 서독에서 68%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거의 100%를 향해서 치닫고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이 독일인에게 제대로 배우려면 운하만 보지 말고 농가 방문도 좀 하시지 그래요. 그런데 개발을 신격화시키는 자들은 농사를 천하게 여겨서 그런지 농가에 가서 보고 배우는 법이 없는 모양입니다. 한국 개발주의자들이 보통 모든 것을 일본한테 배우는데 농정만큼은 일본적인 방법을 배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역시 모든 것을 오로지 공업과 토건에 건 일본에서는 1970년의 식량 자급률은 60%이었는데 그 뒤로는 계속 떨어져서 지금은 40% 정도가 됐습니다. 지금 그 쪽 밀 자급률이 14%까지 떨어져 세계 식량 위기 관련으로 상당히 위험한 입장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밀 자급률이 0,1%인 대한민국은 어떤가요? 일본의 식량 자급률이 40% 안팎이 돼서 일본 언론에서 커다란 문제가 제기됐지만 일본보다 일본적인 난개발, 묻지마 개발 길로 가버린 대한민국에서는 28% 정도입니다.

    국회가 국회다웠다면 벌써 탄핵됐을 것

    어느 정도로 산업화된 국가 치고는 그러한 국가는 어디에서도 없습니다. 지금도 반도체를 팔아 번 돈의 약 절반을 식량 수입에 쓰고 있지만 이제 몇 년후에 세계적 식량 위기가 조금 더 심화되면 그냥 거덜날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운하를 파고 광우병 쇠고기를 사겠다는 통치자보고 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국회다운 국회가 있었다면 벌써 탄핵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 ‘해외 식량 기지’ 등 일종의 아류 제국주의적 프로젝트를 들먹이지만, 이제 곧 도래될 신보호주의적 세계적 분위기에서 그러한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아주 낮습니다. 이윤 문제를 떠나서, 단지 굶지 않기 위해서 이 사회의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합니다.

    유럽연합의 전체 농산물 생산은 1년에 1,200억 유로 정도인데, 그걸 만들기 위해 370억의 직불제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이지요. 즉, 보조금 액수는 전체 농산물 생산액의 약 30% 이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농민을 위한 재분배 정책이 없다면 어찌 저이윤 부문인 농업을 갖고 식량 독립을 이루겠습니까? 독립에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식량 독립이 되지 않으면 언제 기아의 위험이 닥칠지 모를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가격을 빠를수록 지불하면 좋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좌파 정부, 즉 사민주의적 경향의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맨먼저 할 일은 대기업 법인세 인상과 그 인상분을 농업에 투입시키는 정책일 것입니다. 광우병 수입으로 휴대폰 수출을 늘리려는 이번 정권 정책의 정반대일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생존이 보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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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박노자 글방에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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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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