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소리도 듣고, 입당 원서도 받고
    2008년 05월 03일 01: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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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심각한 대운하’를 까발리며 전국을 누비는 네발자전거 ‘까발리야호'(사진=순례단)
 

대운하의 위험을 까발리기 위해 지난 4월 27일 부산 다대포에서 출발한 네발자전거 국토 순례단 <까발리야호>가 김해, 삼랑진, 밀양, 청도, 대구, 구미, 상주 등 낙동강 일정을 마치고 오늘(5월 2일) 문경에 도착했다.

기경훈, 김영수, 김세규, 손은숙, 옥토끼, 송경희, 화덕헌 씨 등 진보신당 당원인 이들 7명의 승무원들로 구성된 까발리야호는 문경에서 남한강 유역인 충주로 넘어가는 조령을 앞에 두고 하루 쉬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네발자전거 차체의 무게가 워낙 무겁고 기어 변속 장치가 없어서 국토순례를 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처음에는 염려도 많았지만 평균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하루 60~70km씩 꾸준히 달리면서 현재까지 절반의 일정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첫 날

다대포를 출발한 까발리야호는 낙동강 하구언을 지나 명지, 강서, 김해, 생림, 삼랑진에 이르렀는데, 김해에서 생림으로 넘어가는 고갯길과 삼랑진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결국 내려서 네발자전거를 밀면서 넘을 수밖에 없었다.(아래 사진

   
  ▲사진=순례단
 

모양새부터 이목을 집중시키는 까발리야호에 오고 가는 운전자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부산대학교 밀양캠퍼스 옆 숭진마을 이장님의 도움으로 마을 노인정에 여장을 풀면서 첫날 80km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둘째 날

일행은 일찍 일어나 마을 주민분이 지어 준 아침밥을 먹고 밀양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시골길을 달리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손이 모자라는 시골 농장이나 작은 공장에 일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밀양 시내를 거쳐 청도에 이르러 진보신당 당원 이혜곤, 박종태 부부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졌는데, 이혜곤 당원의 집이 수몰지역인 성곡리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가 가진 내비게이션이 길을 찾지 못해 한 시간 이상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깊은 산중 작은 저수지 옆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풍광의 숙소를 보자마자 57km를 달려 온 하루의 피로가 싹 가셨다. 이틀간 137km.

셋째 날

청도에서 대구 달성군으로 넘어가는 팔조령이 앞을 가로 막았지만 삼랑진 고개에 비해 쉽게 넘을 수 있었다. 하루하루 승문원들의 팀웤이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성군에 이르자 그간 밀양, 청도와 달리 운하를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시하는 주민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관심을 보이며 손을 흔들어주는 주민(사진=순례단)
 

대구시내에 이르자 까발리야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격려를 보내는 분들도 간혹 있었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쳐다보며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심지어 대구의 도심 번화가인 동성로에서는 "빨갱이" 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승무원들은 기분이 많이 상하고 주눅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부산에서 오리 농장을 하는 이규남 당원 부부가 승무원들의 원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오리 백숙 요리를 가져와서 함께 나눠먹으며 힘을 얻기도 하였다.(아래 사진) 60km를 더하니 총행군거리 197km.

   
  ▲사진=순례단
 

넷째 날

대구시청을 출발해서 대구도심을 지나 구미로 향했다. 대구는 역시 날씨가 무덥고 공기가 탁했다. 하지만 까발리야는 전날 먹은 오리백숙의 힘을 입었는지 아니면 운하 찬성 여론이 높은 곳이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였다.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힐지도 모른다"는 우스개소리를 하면서 우리는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칠곡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모처럼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했고, 왜관에서는 노회찬 지지자라고 밝힌 시민으로부터 입당원서를 받기도 했다.

점심을 사 먹는 경우도 있지만 시골길에 고급 가든형 음식점 밖에 없어 마을입구 큰 나무 그늘 아래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오후 5시 경 구미에 도착하니 주행계기판에 63km가 찍힌다. 총 260km. 까발리야는 구미에 있는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실에 여장을 풀었다.

다섯째 날

전날 전교조 사무실에서 숙박을 한 까발리야호. 여자 승무원들은 방에서 편하게 잤지만 남자 승무원들은 사무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잤다. 하지만 이렇게 재워 주는 분들이 있어서 숙박비 걱정을 덜 수 있으니 작은 행복을 느낀다.

노동절 휴무를 이용해 부산에서 박태식씨와 김광모씨가 합류했다. 코스는 구미에서 상주까지. 거리가 좀 멀지만 오늘은 우군이 많다. 구미의 진보신당 당원 김원씨도 함께 했다. 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낙동강과 인접한 곳이라서 대구에서처럼 비난 여론이 걱정되기도 했으나 시골길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의외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진=순례단
 

게다가 간간이 보이는 낙동강 자락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동요가 절로 나와 힘든 줄 모르고 67km를 달려 상주에 도착했다. 상주에는 역시 자전거가 많았다. 낯선 모습의 까발리야호이지만 어엿한 자전거의 DNA를 가졌으니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어 주는 자전거가 많았다. 총 327km.

   
  ▲신기하고 재미있는 자전거를 구경하는 자전가 탄 소녀들(사진=순례단)
 

그리고 오늘,

상주 – 문경 구간은 지도상으로 봐도 거리가 무척 짧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33km. 오후 2시경 문경 마성면에 있는 한 마을 회관에서 여장을 풀었다. 총 360km. 이렇게 매일매일 운행일지를 쓰고 운행거리를 기록하면 마음이 뿌듯하다. 왜냐면 까발리야호가 달리는 1km 마다 100원씩 후원을 해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물을 보듯 하다’라는 말로 속담이 바뀌어야 할 듯

내일은 문경에서 하루 쉬면서 문경 주변의 운하 예정지역과 유적지 등을 둘러볼 생각이다.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느낀 것은 오르면 오를수록 참 아름답고 넉넉한 강이라는 사실이다. 지형이 가파르고 연중 짧은 기간에 집중호우가 내리다 보니 평소에 낙동강에는 넓은 백사장이 많고 돌이 있는 곳에는 여울이 있어 물빛과 물소리가 즐겁다.

독일 라인강에 비해 하상계수, 즉 연중 최대 유량을 최소유량으로 나눈 값이 높아서 홍수의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하니(라인강 하상계수 14, 낙동강 하상계수 372, 한강 하상계수는 393) 뱃길을 위해 물을 높이 가두어 두면 그만큼 홍수의 위험은 커지는 것이 아닐까?

미국 플로리다 지방은 운하가 완성된 이듬해 홍수로 무려 2.000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데 장마나 태풍 같은 집중호우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서울의 높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골 강변에 사는 우리들의 ‘엄마와 누이’는 어쩌란 말인가?

전북도 속고, 경북도 속았습니다

새만금을 생각해 보라. 새만금을 막으면 큰 땅이 생기고 넓은 농지가 조성되고, 공장이 들어서서 지역이 발전할 줄 알았으나, 고작 골프장 몇 개 짓고 나머지 땅은 사막처럼 황폐해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갯벌이 죽음으로써 생계를 잃은 주민들은 이제 쓰레기장 같은데서 일하는 노무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게 전북 새만금의 실정이라고 한다. 새만금 개발이라는 환상에 전북도민들이 속은 것이다. 이제 대운하니, 물류 기지니 하면서 들 떠 있는 투기꾼과 정치 관료들에게 경북도민들이 속을 차례일까?

   
  ▲투쟁은 즐겁게.(사진=순례단)
 

즐거운 투쟁

오늘 현재까지 까발리야호는 1km에 100원씩 후원을 하는 분들로 부터 총 3만7천km, 즉 370만원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모았다. 서울에 도착 할 때 까지 총 50만 킬로의 모금을 목표로 하는데 모금된 돈은 이랜드 스머프 아줌마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전액 후원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 서울에 닿는 5월 10일까지 즐겁고 힘차게 페달을 밟을 것이다. 대운하의 허구성을 까발리면서, 아름다운 국토순례도 하고, 달리는 만큼 후원금을 얻어 이랜드 비정규직 아줌마들을 도울 수 있으니 이야 말로 1타 3피가 아니겠는가? 2mB님 피박 쓸 준비하세요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돕는 [1Km에 100원씩 후원] 후원계좌
<하나은행 306-910257-77707 예금주 화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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