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영국의 교훈 절대 잊지 말아야
        2008년 05월 04일 0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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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지난 2006년 11월 23일 <레디앙>에 게재된 글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광우병 위험에 전면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그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재편집해서 기사를 올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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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활하고 똑똑한 13세의 조안나가 수학 시간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캠퍼스로 자기 손을 찌르기 시작했다. …. 그 후 칼로 가족을 위협하더니 나중엔 몸을 가누지 못해 위를 뚫고 음식을 넣다가 결국 산소호흡기에 의존 할 수 밖에 없었다. … 광우병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한국은)엄청난 비용을 치를 것이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민주노동당 한미FTA 원내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 의원)가 주최한 ‘광우병 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한 영국인 자넷 깁스의 말이다. 영국의 인간 광우병 사망자 ‘조안나’의 어머니인 그녀는 이번에 민주노동당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광우병 피해자들의 증언대회가 23일 오후 국회 헌정 기념관에서 열렸다.
     

    자넷 깁스는 딸 조안나가 광우병에 걸린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렀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는 조안나가 처음 발병했을 때 "사춘기 열병을 앓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조안나가 흉기로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고 뇌에 이상이 오면서, 그녀는 이 공포스런 질병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쇠고기 산업을 자국민 건강보다 우선시한 영국 정부와 길고 지난한 싸움이기도 했다.

    영국 정부도 의사도 광우병이 뭔지 모르는 시절이었고, 병원에서도 무슨 병인지를 몰라 치료를 거부했다. "솔직히 무섭고 두려웠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조안나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다른 환자들과 함께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 ‘괴질’이 광우병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이는 결국 광우병에 대한 검증 없이 사료와 쇠고기를 수입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막아내게 했다.

    영국 정부와 싸워 이긴 그이지만 결국 딸을 잃어버린 자넷 깁스는 “광우병은 시간과 과정의 차이가 있을 뿐, 일단 걸리면 결국 모두 똑같은 결말을 맺고 만다”면서 “한국은 영국의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연신 당부했다.

    자넷 깁스에 이어 나온 마이클 핸슨(미국 소비자연맹 대표, 의사)은 "한국에 수입될 쇠고기의 안정성은 아무도 모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광우병 검역 체계가 아주 미약하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면서 “미국 농림부내 어떤 관료들은 손자, 손녀들에게 햄버거를 먹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광우병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미국에)많은 것들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초청된 가네코 기요토시(일본 동경의대 교수, 前 광우병 심사위원장)도 “일본은 독자적으로 만든 기준과 결과를 가지고 있었기에 광우병 파동에 차분히 대응 할 수 있었다. 또 국민과 소통하는데 있어 모든 과정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졌다”면서 “광우병 문제는 수십 년을 단위로 하는 장기적 문제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또 광우병과 관련해 미국의 농장을 취재해 국내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이강택 KBS PD(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미국 쇠고기 보고서http://asx.kbs.co.kr/player_56ad.html?title=KBS스페셜&url=1tv$kbsspecial$061029.asf&type=202&chkdate=20080504141504&kind=56#)도 참석해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연출 후 (외부 압력 등으로 인해) 명의 이혼까지 생각해 봤다”며 마음 고생을 털어놔, 광우병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는 취재 당시 “미국 농림부 장관이 언론 보도가 나간 후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다. 이러다가 곧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여론이 곧 잠잠해 질것이라는 미 농림부의 뻔뻔한 확신이 과연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정말 문제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것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로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디에 있든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를 주최한 심상정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광우병이 국민에게 원천적으로 발도 못 붙이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책임 있는 검증을 위해 많은 시민사회와 함께 대책을 마련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한미 FTA 반대 집회가 왜 일어났는지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는 것처럼, 광우병에 대해서도 왜 위험한지 보도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한국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간 생명을 내던지고 있다. 오늘 대회를 통해 책임 있는 대안을 논의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일본은 광우병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정부와 싸우다 국회를 퇴장했다. 이를 보며 우리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닌 독재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현 정부는 GDP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정책을 버렸다. 광우병으로 인한 피해를 환기시켜 현 정권의 용서받지 못할 행태를 막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광우병 소고기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강기갑 의원도 경과 보고를 통해 "광우병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는 오마이뉴스가 TV로 생방송하기도 했다. 이날 초청된 광우병 피해자 및 전문가들은 24일 축산단체협의회 및 농업회생을 위한 의원모임 조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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