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수입 반대 시위 1만여명 운집
    By mywank
        2008년 05월 03일 02: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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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저녁 7시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제직당시 최대 업적으로 꼽는 청계천에서, 시민들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한 이명박을 탄핵하자”고 외쳤다. 온라인상에서 촉발된 네티즌들의 봉기가, 이제 ‘오프라인’까지 이어진 것이다.

    2일 저녁 7시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인터넷 탄핵서명도 3일 오전 11시 50분 현재 75만명을 넘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의 촛불문화제가 주로 정치적 요구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이번 집회에서는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국민 건강과 연관된 민생 문제라는 점과 미국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등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광화문 주변을 지나던 상당수의 일반시민들도 손에 촛불을 들고 행사에 동참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김대영 고문은 “작년 12월 19일 카페가 생기고 ‘BBK 특검’ 앞에서 ‘이명박 반대’ 첫 집회를 할 때는 참석자들이 20~30명밖에 안 됐는데, 한미 쇠고기 협상이후 사람들의 참여가 갑자기 늘었다”며 “광우병 쇠고기는 더 이상 못 참는다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 중에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참석자들 중에는 특히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학생들은 얼굴에 ‘하얀 가면’을 쓰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하얀 가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학생들에게 묻자, “저승사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명박을 잡아가기 위해 여기 나왔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는 저녁 7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예정시간을 1시간 넘긴 저녁 8시에 시작되었다. 또 참석인원이 많은 관계로 <서울신문>쪽 광장 한편과 소라 조형물이 있는 청계광장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청계광장 주변은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하지만 시민들이 들고 있는 촛불은 행사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집회현장에서 쉽게 접하는 투쟁구호나 민중가요 대신, 인순이 씨의 ‘거위의 꿈’ 등 일반시민들에게 익숙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또 구호도 상황에 따라 시민들이 외치고 싶은 자유로운 말들로 대체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홍은표 (16)양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국가운영을 자기 맘대로 하는 것 같아, 열 받아서 나오게 되었다”며 “여기 오기 전 온라인에서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카페에 회원으로도 가입하는 등 이명박을 반대하는 모든 곳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경환 씨(50)는 “광우병 쇠고기를 들여온 이명박 대통령을 한 시가 급하게 탄핵해야 한다”며 “이제 돼지고기는 먹을지 몰라도 쇠고기는 절대 안 먹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를 이끌 철학도 없고, ‘실용’이란 단어도 이제 쓸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고등학교 교사인 허남경 씨 (29)는 “보통 학교급식은 위탁업체에서 관리하고 최소한의 비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값싼 수입산 쇠고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 돼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허 씨는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국민들에게 솔직한 자세로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을 말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송이정 씨(28)씨는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쇠고기 협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문제점을 얼마 전 <PD 수첩>을 통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저녁 8시 15분. 행사의 첫 순서로 온라인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시삽인 소나기(아이디)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앞에 앉은 학생들을 바라보며 “여러분을 바라보니깐 마음이 참 찹찹하다”며 “어른으로써 지켜주지 못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친 소를 ‘이명박에게 다 처먹어라’라고 말하고 싶어,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광우병 위험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저와 우리 아이들은 정말 먹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녁 8시 35분. 촛불문화제의 전반적인 진행이 주최 측 관계자들의 일방적인 발언만으로 이어지자,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한 시민은 “이 자리가 얼마나 절박한 자리인데 자기들끼리만 떠들고 있나”며 “일반시민들에게도 발언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머뭇거리자, 이에 실망한 일부 참석자들은 자리를 떠났고, 일부 참석자들은 주최 측 관계자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10분 정도 뒤인 저녁 8시 45분 주최 측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수용했고, 행사는 다시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일반시민들이 자유롭게 무대에 올라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너도나도 무대 앞으로 나와 발언권을 달라고 했다. 고등학생·주부·여대생·직장인 등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민들이 무대로 나왔다. 보통 집회장에 가면 전문 연사들이 나와 발언을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솔직하고 짤막한 ‘릴레이 발언’은 새로운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 시민 #1 (고등학생) : “학교 급식판에 미친 소가 나올까봐 걱정 되서 잠이 안 온다”
    – 시민 #2 (주부) : “미친 소가 미국으로 반환될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말자”
    – 시민 #3 (여대생) : “미친 소 사온 사람부터 처 먹여라”

    5~6명가량의 일반시민들이 연사로 나선 ‘릴레이 발언’으로 촛불문화제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이런 행사장의 분위기를 타고 민노당 강기갑 당선인(경남 사천)이 갑자기 혜성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강 당선인의 모습을 본 시민들은 “강기갑~ 강기갑”이라며 연호했고, 강 당선인은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강 당선인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친 소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다”며 “미국에게 조공 받친 협상을 당장 무효화 하자”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진보신당 심상정·노회찬 상임 공동대표도 참석했다.

    밤 9시 10분. 참석자들의 시선이 청계광장 옆 동아일보 사옥으로 향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와 모종의 공생관계를 누린 동아일보에 대한 야유였고,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두둔하는 보도행태에 대한 비난이었다.

       
      청계광장 옆 동아일보 사옥을 향해, "불 끄라"고 외치는 시민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남은 초를 이용해, 동아일보 사옥 옆 조간신문 게시판 유리에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들은 동아일보 사옥을 향해 “불 꺼라~ 불 꺼라”라고 연달아 외쳤다. 처음에는 몇 명으로 시작했던 함성이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참석자의 동참으로 이어져 청계광장에 ‘쩌렁 쩌렁’ 울려 퍼졌다. 이어 “전기세가 아깝다”라는 외침으로 까지 연결되었다.

    밤 9시 20분경 동아일보 한 개 사무실의 불이 잠시 소등되었다.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몇 초를 지나지 못해 다시 점등되었다. 밤 9시 40분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동아일보 소등 시위’를 벌였다.

    동아일보 사옥의 몇몇 사무실들의 창이 다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시민들의 바람처럼 소등이 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창문 앞에 설치된 블라인드만 내렸을 뿐이었다.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성가신 듯 귀를 막는 모습 같아 보였다.

    밤 9시 50분이 되자, 이날의 촛불문화제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쉬운 시민들은 “될 때까지 모이자”라고 외치기도 했으며, 삼삼오오 둘러 않아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부리기도 했다. 한편 촛불 문화제를 마친 일부시민들은 동아일보 사옥 옆에 있는 조간신문 게시판 유리에 남은 초를 이용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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