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구조조정, 이미 시작됐다
        2008년 05월 06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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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0일 밤. 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는 대대적인 인사발령을 냈다. 전체 5,00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 중 700여명을 ‘창의업무지원센터’와 ‘서비스지원단’이라는 새로운 직제에 배치시켰다. 특히, 역사에서 표를 직접 팔고 고객을 상대하는 역무본부의 경우 1,800여명 중 무려 309명이 ‘창의업무지원센터’와 ‘서비스지원단’에 발령받았다.

    노동조합과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없는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인사발령이었다. 이는 지난 해 서울시에서 퇴출제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장시정지원단’과 같은 의미로 통하고 있다. ‘창의업무지원센터’와 ‘서비스지원단’에 배치받은 조합원들은 당장 특별한 업무가 없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희망퇴직을 종용당하고 있는 셈이다.

       
     ▲ 서울지하철노조
     

    이런 ‘서비스 지원단’ 발령은 곧 바로 서울시 산하 동종업계인 서울메트로에도 이어졌다. 지하철 1,2,3,4호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메트로 역시 서울지하철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일 전격적으로 서비스지원단을 신설하고 314명을 이곳에 발령냈다.

    공기업 강제 인력조정 시작됐다

    서울지하철노조 이호영 선전홍보부장은 “’서비스 지원단’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의 다른 말이다”라며 “숫자가 얼마이건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구조조정이 지하철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당초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구호로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마저도 ‘좌파적’이라며 보수 정권 세우기에 나섰던 이명박 정부가 가장 손 쉽게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두기 쉬운 것은 재벌, 노동, 교육 정책이다.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공약사항으로 우리 사회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면서 이른바 이명박식 실용 정치를 꾸며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뉘어 진행하고 있다.

    첫째, 국책은행의 민영화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토지공사와 도로공사와의 민영화로 이어진다. 둘째. 공기업의 단계적 민영화다. 이명박 정권은 민영화 효과가 큰 공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공기업에는 발전, 가스,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이 포함된다.

    셋째. 유사 공공기관의 통폐합, 연기금기관의 통합 관리를 통한 공기업 구조조정을 들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 298개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민영화, 통폐합 등과 관련한 재점검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넷째. 의료보험, 가스 산업 등 정부의 독점적 지위를 포기하고 재벌에 길을 내주는 것도 있다.

    정부는 이미 민영 의료보험 도입과 함께 가스산업구조개편을 통해 가스공사의 독점적 지위를 빼앗고 재벌기업에 가스산업을 내줄 태세다. 여기에는 물도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이렇듯 단순히 공기업을 내다 파는 민영화만이 아니다.

    민영화 외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조정을 통해 공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경제인문계 출연연구기관 통폐합, 유사 위탁기관(환경관리, 방송영상, 정보통신, 과학재단 등)의 통합, 통합 징수공단 설립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지방공기업 및 지자체 산하기관의 대폭적인 통폐합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요구하며 공기업의 시장화를 재촉할 것이다.

    문제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단순히 공공부문 노동자의 일자리만을 빼앗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공서비스 기반을 축소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민간의료보험 도입 추진은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온다. 비록 ‘식코’라는 암초에 걸리고 여론에 밀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말이다.

    또 수돗물을 비롯해 가스, 발전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국가 기간산업이 민영화 내지는 재벌기업의 사업 참여로 인해 공공서비스부문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당초 수익성 및 경쟁원리보다는 공공성이 키워드인 공공서비스부문을 시장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청소 아줌마 자르기

    또 하나는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화살은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88만원세대에 향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50대 환경미화 여성 노동자 등 68명의 하위 기능직 노동자가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청와대가 직접 아줌마 자르기에 나섰다. 청와대뿐만이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관에서는 먼저 자르기 쉬운 시설관리 등 하위직 비정규직을 손대기에 여념이 없다.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하위직 비정규직의 계약해지와 노조 설립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또한 1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감축과 공기업 구조조정은 이른 바 ‘공시족’을 낙담에 빠뜨리기 충분하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수년 째 공무원과 공기업을 준비중인 취업준비생들이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정부 스스로 청년 실업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서울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 당시 서울지하철노조 이상현 승무지부장이 방송차에 올라 연설을 했다. 서울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서울지하철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거리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호의적이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선전물은 서로 가져가려고 아우성이었고 시민들이 자발적인 박수로 연설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명박 정부의 최근 실정과 아울러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불러오는 사회양극화에 대해 시민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투쟁은 결국 여론과의 싸움이다. 여론을 어느쪽으로 돌리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그 동안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는 보수언론과 정부의 논리를 ‘공공성’과 ‘질좋은 일자리’로 바꿔내 여론을 선점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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